여수지역 기자 18명 사법처리…지역 초월해 언제든 재발 가능
지대 운영 주재기자 시스템 구조적 문제
시민단체 "해당 언론사 뼈저린 각성해야"
김성후 기자
kshoo@journalist.or.kr
2010.06.23 14:20:55
광주와 서울에 본사를 두고 여수지역에 주재하는 전·현직 기자 18명이 여수산단 광고비를 가로챈 혐의로 무더기 사법처리되면서 지역사회가 큰 충격에 빠졌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지청장 조주태)은 지난 16일 여수국가산단 입주업체들로부터 비난 기사 자제 등의 청탁을 받고 정기적으로 광고비 명목의 금품을 수수한 기자 8명을 구속하고 10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여수산단 등 기업체에서 매달 수천만원의 광고비를 받아 본사로 송금하지 않거나 일부만 송금한 것으로 드러났다. 2006년부터 5년간 이런 방식으로 챙긴 돈은 한 사람당 적게는 4천3백만원에서 많게는 1억5천만원에 달했다.
한 지역에서 기자 18명이 비리 혐의로 무더기 사법처리된 것은 초유의 일이다. 여수지역 한 기자는 “동료와 선후배 기자들이 한꺼번에 구속되면서 지역 기자사회가 초상집 분위기”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기자들의 책임으로만 돌려선 안된다는 시각도 있다. 지대(紙貸) 명목으로 일정 부수의 신문 판매를 떠안도록 하는 주재기자 시스템에서 이번 사건이 발생했고, 재발할 가능성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여수 주재기자들의 경우 한 달에 3백만~4백만원의 지대를 회사에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문 구독료만으로 지대를 맞출 수는 없는 대다수 기자들은 직접 광고를 수주하거나 자신의 돈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기자들은 산단 등 기업체에서 받은 광고비 일부를 중간에 빼돌려 본사에 다달이 내는 지대 보전 비용으로 썼다.
여수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18일 성명을 내어 “이번 사건은 해당 기자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광주·전남지역 신문사의 언론환경, 주재기자 제도 등 부작용 속에서 나온 결과물”이라며 “해당 언론사의 뼈저린 각성과 개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주재기자의 폐해를 알고 있지만 현행 시스템을 쉽게 고칠 수 없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지역 신문사들은 경영난이 가중되면서 회사 운영의 상당 부분을 주재기자들이 내는 지대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광주지역 일간지 한 신문사 편집국장은 “본사 기자를 지역에 보낸 적이 있었는데, 현지 사정도 모르고 주재기자들의 텃새도 만만치 않아 실패했다”며 “본사에서 파견한 기자가 지역을 담당하는 것이 맞지만 주재기자들이 내는 지대 등 현실은 녹록지않다”고 말했다.
일부 신문사는 주재기자들에게 노골적으로 광고 영업을 부추기는 불·탈법 경영도 한다. 광주에 본사를 둔 한 지역신문 기자는 “본사는 기사 쓰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광고 및 협찬을 못하면 면전에서 그만두라고 말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여수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관계자는 “기자들이 좋은 기사로 평가받지 못하고 일부 신문사의 취약한 운영구조 때문에 기사 외적인 부분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여건이 존재한다”며 “광주·전남 신문사들은 건전한 경영구조를 갖추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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