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년 세무조사 어떻게 진행됐나

'정기법인세 조사 지침'발표후 14개 언론사 대상 착수

알려진 바대로 지난 94년에도 언론사에 대한 대대적인 세무조사가 진행됐다. 그러나 당시 김영삼 정권은 세무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아 언론 통제를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려 든다는 언론계와 정치권의 비난을 샀다.

언론사 세무조사 실시 방침은 94년 2월 국세청의 ‘94년 정기법인세 조사지침’을 발표하면서 공개됐다. 매출 1000억원이 넘고 지난 5년간 세무조사를 받지 않은 기업은 물론 지난 10년동안, 혹은 창사이래 5년동안 세무조사를 받지 않은 자산 100억원 이상의 기업도 세무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것. 이 규정에 따라 88년 이후 설립된 문화일보, 내외경제, SBS를 제외한 서울지역 14개 언론사가 세무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이같은 발표 이후 서울지방국세청은 3월 15일부터 경향신문, 서울신문, 중앙일보, 한국일보, KBS 등을 상대로 1차 정기법인세 조사에 돌입했다. 1개 조사반 각 8명씩을 투입해 40여일간 조사가 진행됐으며 5월 들어 10일이 연기돼 5월 13일 마무리됐다. 연기 이유는 ‘언론사가 장기간 세무조사를 받지 않아 경리장부 등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 조사에 필요한 자료 제출이 늦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당시 국세청은 신문용지, 인쇄잉크 구입비 등 지출비용이 실제보다 부풀려 계상됐는지 여부와 광고·판매수입 누락, 부대사업 수입 및 비용의 적정 계상 여부 등을 중점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1차 정기법인세 조사가 끝나자 국세청은 5월 16일 국민일보, 동아일보, 세계일보, 조선일보, MBC 등을 상대로 50일간의 2차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언론사 세무조사 결과의 공개 문제는 5∼6월 열린 국회 문공위에서 쟁점으로 급부상했다. 당시 야당인 민주당은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정권이 언론사의 약점을 이용해 통제하려는 저의 아니냐”고 추궁했다. 의혹을 씻으려면 결과를 공개하라는 요구였다.

반면 국세청은 “정기법인세 조사 결과는 납세자 보호를 위해 발표를 않는 것이 관례“라며 비공개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결국 바른언론시민연합은 언론사 세무조사 결과가 7개월이 지나도록 공개되지 않고 있다며 12월 24일 서울지방국세청장을 상대로 서울고법에 정보공개청구거부취소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헌법상 국민의 알권리와 정보공개 제도의 근본이념 및 정부가 제정한 행정정보공개운영지침의 취지에도 위배된다”는 게 시민연합측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세무조사결과는 공개되지 않았고 국세청은 94년 연말 몇몇 언론사에 취재비 등 각종 수당 지급과정에서 탈루 사실을 밝혀내고 세금추징을 통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94년 당시 세무조사 결과를 언론사에 통보했으며 언론사들은 부과된 추징금을 납부했다”고 밝혔다.

언론의 보도 태도를 비교해 보면 2일 현재 경향신문, 대한매일, 세계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등이 관련 사설을 게재하고, 대부분의 언론들이 세무조사 사실을 주요하게 다루고 있는 것과 달리 94년엔 한겨레만이 12월 사설을 통해 “김영삼 정권이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 결과를 틀어쥐고 언론 통제 수단으로 이용하려 든다”고 비판했다. 기사 역시 대부분의 신문들은 세무조사 착수 사실만을 보도했으며 그나마 2차 조사를 실시한다는 보도 이후 더 이상 새로운 기사들은 게재되지 않았다. 김상철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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