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당신을 보내드릴까 합니다

날씨가 참 좋습니다. 햇살도, 바람도 딱 봄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보고 싶던 태경이는 봄나들이 하듯 우리를 찾아왔습니다.

오랜만에 찾아온 녀석입니다. 반갑다고 인사를 해 주고 싶습니다. 제일 먼저 달려나가 보고 싶었다며 한 번 안아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날씨가 참 따뜻하다고, 소주 한 잔 하자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눈물만 나고 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생각해보면 녀석과 말을 해 본 지 참 오래됐습니다. 1년은 넘은 것 같고, 어쩌면 말 한마디 평생 못 해 본 것 같습니다. 사진 속 저 얼굴, 사실 돌아서면 곧 잊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저는 참 무심했나 봅니다. 물 한 모금도 못 마시면서 주스 한 잔만 달라며 칭얼거릴 때 아파서, 너무 아파서 창밖 한번 제대로 못 쳐다볼 때.

자기 목숨 살려주는 건지도 모르고 답답하다며 산소 호흡기를 자꾸 벗을 때.
한 번 살아보겠다고, 그깟 병이 대수냐고 큰소리만 치고 있을 때도.
저는, 아니 우리는 어디선가 정말 즐겁게 웃고 떠들며 지냈습니다.

가끔은 참 사는 게 힘들다며 한숨 쉬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너무 죄송하고, 너무 미안합니다. 뭐 할 말이 있어 왔느냐고 물었는데도 그냥 왔다고, 지나가는 길에 들렀다고만 해서 미안합니다. 마지막 숨을 거두고 이젠 들어줄 사람도 없는데, 그제야 이젠 안 되겠느냐고, 이젠 그만 가고 싶으냐고 중얼거리기만 한 제가 미안합니다.

잘 있으라고, 건강하게 잘 지내라고 작별인사를 했을 텐데 그 말 들어주지 못한 제가 미안합니다. 눈물이 납니다. 웃어주지 못 하고 눈물밖에 보여줄 게 없어 정말 미안합니다. 애써 찾아온 녀석인데 잘 가라는 말 또박또박 해주지 못해 또 미안합니다.

지금 2009년 5월 25일. 이젠 그를 보내줄까 합니다. 누군가를 보내는 게 어설프기만 한 우리들이 할 수 있는 말은 잘 가란 인사뿐입니다.

하지만 그 말에 우리의 모든 마음이 있습니다. 녀석이 알아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지난 시간 형제자매처럼 지낸 우리 16기 선희, 재현이, 진련이, 하나. 그리고 편집국 선ㆍ후배를 대신해 인사드립니다.

부디 잘 가라. 태경아. 아프지 말고, 그동안 못 먹었던 맛있는 음식. 배가 아프도록 맘껏 먹고, 내가 들을 수 있게, 우리가 볼 수 있게 크게 한 번 웃어주렴. 잘 가라. 태경아.
내 눈물로, 우리의 눈물로 네가 가는 그 길. 편안하게 갈 수 있게 기원해줄게.

헤럴드경제 생활경제부 남상욱 기자 헤럴드경제 생활경제부 남상욱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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