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관련법, 경제살리기 도움되나

"일자리 확대·산업 활성화 기대는 지나친 낙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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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디어관련법이 민생법안으로서 일자리 창출과 산업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정부·여당의 주장이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언론악법 저지’를 위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있는 언론노조 조합원들.  
 
방송광고 시장 확대 불가능…“제대로 된 전망 어렵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방송 진입 규제 완화를 뼈대로 한 미디어관련법이 개정될 경우 일자리 2만6천개 창출, 산업유발 효과 3조원 등 경제 살리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전망이 현실성이 낮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정된 파이에 경쟁만 가열”

광고계에서는 미디어관련법이 개정된다고 해도 방송사들이 수익을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방송광고 시장이 커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지상파 방송의 경우 광고 시장이 계속 위축되고 있으며, 이는 단기적 경기 침체의 영향이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라는 것이다.

한국방송광고공사에 따르면 2008년 지상파 광고의 매출은 2007년 대비 8.7% 줄어들었다. 세계적으로는 더 심각하다. 영국 지상파 광고의 최근 판매율은 5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과 신문사가 방송 시장에 본격 진입하고 미디어렙이 도입되면 한정된 파이를 놓고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히 기존 방송사에 비해 광고 영업력이 뛰어난 대기업과 신문사가 뛰어들 경우 ‘레드 오션’을 형성한 채 무한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뉴미디어인 IPTV의 경우는 진입 규제 완화가 광고 시장을 더 활성화시키는 데 일조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 광고업계 관계자는 “광고주들은 IPTV에 대해서는 관심이 무한하다”며 “쇠락하고 있는 올드미디어와 IPTV와 같은 뉴미디어의 광고 시장 전망은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자리 생겨도 비정규직이 대세”

미디어관련법을 개정할 경우 2만6천개의 일자리가 늘 것이라는 전망의 근거는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연구 결과다.

그러나 KISDI는 현재 자본 잠식의 위기에 처한 DMB 사업에 대해서도 장밋빛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2004년 연구보고서를 통해 위성DMB 사업이 시작되면 2010년까지 8조8천억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2만2천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위성DMB 사업은 현재 2천9백98억원의 누적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언론재단의 ‘2008 언론 경영성과 분석’에 따르면 2006년 현재 지상파 등 방송 종사자의 수는 2만9천명가량이다. 종사자 수는 2003년 3만1천명으로 정점에 달한 이후 계속 줄어들고 있다. 학계에서는 방송사들이 인력 줄이기에 나서는 형편에서 현재 종사자의 90%에 달하는 2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것은 지나친 낙관론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진입 규제 완화가 이뤄질 경우 인수합병과 구조조정이 가속될 가능성이 높은데 오히려 일자리가 늘 것이라는 전망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신규 인력이 발생한다고 해도 열악한 처우의 비정규직이 대세를 이룰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한국경제 최진순 기자(중앙대 겸임교수)는 “미디어 시장에 참여하는 기업 및 이해관계자, 특히 신문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경영지표들을 과감하고 신속하게, 투명하게 제공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못한 상태”라며 “미디어 시장을 전문적으로 조사하는 기관들이 없거나 현장과는 거리가 멀어서 제대로 된 전망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우성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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