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지원 하이브리드카, 중고차시장 매물로 직행
218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취재보도부문/경인일보 최해민 기자
경인일보 최해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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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24 14:5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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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인일보 최해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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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중순. 우연히 중고차 매매시장 근처를 지나다 매물로 진열돼 있던 하이브리드카 한대를 발견하고는 종일 그 차만 생각하게 됐다. ‘관공서에 주로 공급되던 차인데…. 왜 거기 있지?’라는 의문이 머릿속을 맴돌면서 여러 가지 취재 아이템을 떠올렸다.
인터넷으로 중고차 시장을 둘러보다 수대의 하이브리드카가 매물로 나와 있다는 것과 대부분 가격대가 2천만원 정도란 걸 알게 됐다. 중고차 딜러의 소개 글에서 ‘중고차는 아무나 구매 가능하다’는 말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이거다’ 싶었다.
먼저 환경부의 하이브리드카 보급 사업을 알아봤다. 차량 가격은 2천4백만 원이고, 정부는 이들 구매기관에 1천4백만원을 국비로 지원하고 있었다.
이 차량을 2천만원 가까이 중고차 매물로 내놓은 기관에서는 국비 보조금과 자부담 1천만 원으로 차량을 구입한 뒤 중고차로 되팔아 1천만원에 가까운 매매차익을 챙기고 있다는 걸 알아냈다.
차량이 어디서 얼마나 흘러나왔는지 추적을 시작했다. 평소 알고 지내던 중고차 매매상과 정보기관, 수사기관 등 인맥을 총동원해 경기도와 서울, 수도권 내 매매상들을 모두 뒤진 결과 7대의 차량이 매물로 나와 있고, 이미 7대 차량의 소유권이 이전됐다는 것을 알아냈다.
최초 보도 직후 환경부에서는 곧바로 본보 보도에 대한 해명자료를 내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였다’며 앞뒤 가릴 것도 없이 파문을 진화하기 시작했다. 관련 사업의 미흡했던 지침은 수정돼 하이브리드카 전매가 3년간 금지됐고, 이미 매매자들에겐 보조금이 환수처리됐다.
1주일 내도록 하이브리드카 파문이 1면을 장식했다. 이 과정에서 사회부 기자로서 지역언론의 가능성과 한계점을 깨닫게 됐다. 먼저, 지역사회에 거미줄처럼 뻗어 있는 인맥을 동원했을 때의 그 취재능력이 가능성이었고, 취재원이 중앙정부기관일 경우 그 취재영역의 한계점이었다. 환경부에서는 ‘지역언론은 상대도 안한다’는 말을 서슴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 올바른 예산집행을 위한 언론의 견제 역할에 대해 중앙정부의 대응이 아쉬운 대목이었다.
취재과정에서 가장 큰 도움을 주신 배상록 사회부장과 항상 기자로서 갈 길을 제시해 주시는 왕정식 선배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특히 이번 상은 최근 겪었던 개인적인 갈등에 좌절하지 않고 분발했던 결과라는 점에서 무엇보다 값진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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