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새 노조위원장에 12일 노종면 ‘뉴스창’ 앵커가 당선됐다. 그는 당선소감에서 “정부의 언론장악 시도에 맞서 YTN을 지켜내겠노라”고 천명했다. 아울러 “구본홍 사장에게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끝장 투표’를 제안 하겠다”고 밝혔다. 당선직후 구 사장과 대화에 나선 노 위원장을 13일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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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종면 YTN 신임 노조위원장 | ||
선거가 끝난 직후 구 사장으로부터 대화를 하고 싶다는 제의가 왔다. 김선중 직무대행을 통해 “만날 순 있으나 몇 가지 전제조건을 지켜 달라”고 했다. 이미 노조에 사의를 표명했던 △경영기획실장과 보도국장의 자진 사퇴 △대화 시에만 회사 출입 △양측이 용인할 수 있는 대화파트너 선정 등이다. ‘대화’를 나눌 수는 있다고 판단했고 다만 ‘협상’은 아니라고 못 박았다.
- 13일 첫 만남을 가졌다. 쟁점은 무엇이었나.
오후3시에 만나 3시간여 대화를 나눴다. 양측 대표팀이 5명씩 나선 자리였다. 서로 대화 의지를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다만 합의한 내용에 대해서는 성과가 나오기 전까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조합원들에게도 양해를 구했다.
- 출사표에서 언급한 끝장투표 제안이 주된 쟁점일 것 같다.
물론 핵심이긴 하다. 그러나 다른 것이 될 수도 있다. 우선 양측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털어놓자는 취지로 만났기 때문에 더 많은 이야기들이 오갈 것이라고 본다.
- 대화는 얼마나 지속되는 것인가.
19일까지 계속 진행키로 했다. 13,14일 대화를 나눈 뒤 휴일(15일)과 주말을 포함한 3일간 잠시 냉각기를 갖고 각자 논의한 내용을 정리할 예정이다. 다시 18,19일 대화를 나누고 1차 합의안을 도출할 계획이다.
- 전 노조위원장이 급작스레 대화국면을 조성하고 사퇴하면서 상황이 어렵게 됐다.
7월 말 구본홍씨 안에 대한 ‘찬반투표’가 갑자기 대두되고 이를 받아들일지 여부를 논의했던 대의원대회에서도 부결, 위원장이 사퇴하는 일련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조합원들 사이에 많은 생채기가 생겼다. 지난 2개월간 우리 스스로도 놀랐던 조합원들 간의 끈끈한 결속력과 YTN을 지키고자 하는 진정성이 심각한 타격을 입는 순간이었다.
지금 상황에서는 조직을 추스르고 이 싸움에서도 이겨야 하는 두 배의 고초가 생긴 건 사실이다. 전 조합원 대상의 ‘끝장 투표’라는 극단의 카드를 꺼낸 것도 이런 상황의 어려움을 돌파하고자 하는 절박한 심경에서 나온 것이다.
- 대화에 나서고 끝장투표를 제안, 노조 입장이 후퇴했다는 지적이 있다.
구본홍씨를 사장으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해오다가, 투표를 통해 사장으로 인정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점에서 노조 입장은 분명 후퇴했다. 그러나 의견 차가 팽팽했던 대의원대회의 결과와 ‘찬반투표 사태’를 통해 명분만으로 강경노선을 펴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판단을 하게 됐다. 가급적이면 YTN과 구성원 모두가 다치지 않는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YTN이 언론 민주화 역사에 오점으로 남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만으로 진정성 있게 다가가면 순리대로 문제는 풀릴 것이다.
- 구본홍 사장이 끝장투표를 받아들이긴 쉽지 않아 보인다.
받아들이기 어렵더라도 노조에서 요구할 수 있는 건 현재 그 것 뿐이다. 물리적인 충돌, 극단적 상처를 피하면서 서로가 인정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해결하는 유일한 길이다. 그런데도 사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국면은 달라진다. YTN을 지키려는 조합원들의 동력을 결집해 반대의 기치를 높이는 수밖에 없다.
- 가능성을 열어뒀다고는 해도 구 사장을 인정하지 않은 셈이다. 대안 인물이 있는 것인가.
노조가 사장의 기준을 제시할 수는 있어도 인물을 거론할 수는 없다. 또 다른 야합의 불씨가 될 뿐이다. 정치적 인사, 도덕적 결함이 있는 자, YTN의 특수성상 경영에 해를 입힌 자 등은 안 된다. 이런 기준에 맞지 않는 사람은 누가 오더라도 반대다.
- 마지막으로 각오는.
YTN의 싸움은 일개 기업의 사내 갈등이 아니다. 언론자유를 지키는, 언론이 정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는 싸움이다. 때문에 어떠한 결과가 빚어질지 두렵다. 한편으로는 조합원들이 다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책무 또한 무겁다. 둘 다 만족할 수 있는 길을 도출하기 위해 노력하겠으나 내부의 상처를 우려해서 부끄러운 언론인으로 남는 길을 택하진 않겠다. 언론 현업인들의 도움과 지지를 부탁한다.
곽선미 기자 gsm@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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