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 국경을 넘다 / 조선일보 이학준 기자

211회 이달의 기자상 후기[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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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일보 이학준 기자  
 
첫 보도가 나간 지난 3월 3일 아침. 부산에 계신 어머님께서 전화를 하셨습니다. 무척 화가 나신 목소리더군요. “너 지금 제 정신이냐? 중국 경제를 취재를 한다더니.” 탈북자 취재를 시작하면서 외국 출장이 잦았습니다. 그 때마다 부모님께는 출장 이유를 그럴 듯하게 둘러댔습니다. 한동안 이어진 통화에서 어머니는 섭섭함을 말했습니다.

‘천국의 국경을 넘다’ 기사가 신문에 실리는 새벽이면, 어머니는 끔찍함에 가슴을 부여잡고 전화를 거셨습니다. 요새 어머니는 이른 새벽에 눈을 뜬다고 하십니다. 배달되는 신문에서 외아들이 또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확인하기 위함 입니다. 부쩍 늦잠이 느셨다고 했는데 그저 죄송할 따름입니다.

이달의 기자상 수상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어머니가 떠오른 까닭입니다. 수상에 대한 어머니의 반응은 이랬습니다. “다시는 그런 일 하지 마라.” 다음 주말엔 아내와 함께 부산을 찾아가려 합니다. 부모님을 만나면 거짓말에 대한 사과부터 하겠습니다. 그리고 탈북자들의 어머니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그동안 우리가 만난 탈북자의 수는 300명이 넘습니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자신의 몸을 인신매매 시장에 내던진 윤희씨. 중국 농가에서 씨받이로 살아가는 옥순씨. 자유를 찾아 중국과 라오스의 국경을 몰래 넘은 영화씨. 러시아 벌목소를 빠져나와 모스크바를 떠도는 만수씨. 그들은 모두 어머니를 말하며 통곡했습니다.

‘천국의 국경을 넘다’ 보도 이후, 탈북자 인권에 대한 국내외 관심이 늘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반기문 UN사무총장을 만나 탈북자 문제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을 요청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북한 인권문제를 올해 6대 과제에 포함시켰습니다. 교육부도 북한 인권교육을 강화한다고 합니다. 미국 부시 대통령은 탈북자의 미국 정착을 돕기로 했고, ‘북한 인권 재승인 법안’은 미국 하원을 통과했습니다. 반가운 일입니다. 이런 성과도 어머님께 자랑하겠습니다.

수상의 기쁨은 중국과 러시아 국경에서 생사(生死)의 고비를 함께 했던 정인택 PD, 임은정 PD, 한용호 AD 등에게 돌립니다. 또 믿고 맡겨주신 김창기 국장, 김형기 부국장, 이종원 부장, 박종인 선배, 방정오 팀장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탈북자 관련 정보를 상세하게 알려준 안용현, 안준호, 박수찬 등 편집국 동기와 후배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조선일보 이학준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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