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창간 20돌…참언론 실천 '한길'

김현철 비리·삼성비자금 등 성역없는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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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안정 확보·미디어 지형변화 대처 시급


“우리는 떨리는 감격으로 오늘 이 창간호를 만들었다….” 당시 발행인이었던 고 송건호 선생이 1988년 5월15일 한겨레신문 창간호에 쓴 창간사 ‘국민 대변하는 참된 신문 다짐’의 첫 대목이다. 민족·민주·민중 언론을 표방한 한겨레가 15일로 20돌을 맞는다. 1970~80년대 자유언론을 주창했다 해직된 기자들은 참언론을 열망하는 국민들이 십시일반 모은 50억원으로 새 신문을 창간했다.

1987년 민주화 물결이 휘몰아쳤던 6월 항쟁 이후 사회 각 분야에서 민주화의 욕망이 꿈틀거렸다. 한겨레 창간도 그런 연장선에 있었다. 1975년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에서 쫓겨난 해직기자들은 국민의 목소리와 민족의 양심을 대변하는 신문을 꿈꾸며 창간작업에 돌입했다. 기성 언론은 한겨레 창간에 코웃음을 쳤지만 모금 1백여 일만에 창간 자본금 50억원이 마련됐다. 새 언론, 참언론에 대한 국민들의 뜨거운 열망 때문이었다.



   
 
   
 
한겨레는 지난 20년간 한국 역사의 고비마다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정치권력과 재벌그룹의 비리, 분단의 금기가 한겨레의 지면을 빌어 세상에 알려졌다. 김현철 비리 보도, 옷 로비 보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폭행 사건, 삼성 비자금 보도 등은 한겨레가 추구하고 있는 성역없는 보도의 사례들이다. 가장 영향력있는 언론(시사저널 2005년 조사), 가장 신뢰하는 언론(기자협회보 2007년 조사), 가장 선호하는 신문(한국대학신문 2006년 조사)으로 한겨레가 선정된 것도 이런 이유들에서다.

한겨레는 미디어 지형 변화에 맞춰 새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지난 2005년부터 3년 연속 흑자를 내면서 안정적 경영관리를 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한겨레21, 시네21을 창간해 매체 다각화를 펼쳤던 한겨레는 인터넷한겨레, 한겨레경제연구소, 초록마을 등을 새로 만들었고, 한겨레만의 진보적 콘텐츠를 바탕으로 공중파 방송 및 케이블 방송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신문’으로서 한겨레가 가장 믿을만한 신문으로 평가를 받고 있지만 ‘신문사’로서 한겨레는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창간 직후부터 적자가 쌓인 한겨레는 한때 도산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경영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2004년에는 40여명의 기자들이 희망퇴직이란 명분으로 회사를 떠나기도 했다. 최근 3~4년 전만해도 직원들의 보너스는 1백~1백50%에 불과했다.

한겨레의 고민은 또 있다.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이후 절차적 민주주의 문제가 해소되면서 진보 개혁담론을 독점했던 한겨레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2000년대 들어 경향신문이 독립언론을 선포하며 진보 언론을 자임하고 나섰고, 방송들은 탐사기획팀 등을 신설하며 심층 기획 보도에 공을 들이고 있다. 조선일보 등 보수신문들도 풍성한 읽을거리로 보도의 품질을 높이고 있다. 시대의 변화를 읽으면서 창간정신을 지켜야하는 이중의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고광헌 한겨레 대표이사는 “창간의 마음으로 돌아가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하는 언론으로 더욱 굳건히 자리매김하겠다”면서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대비하고, 나아가 신문과 출판, 온라인, 방송 등을 아우르는 명실상부한 종합미디어그룹으로 성장할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성후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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