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밍아웃한 레즈비언 국회의원 후보 진보신당 최현숙씨

"성소수자도 똑같은 시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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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인 구호를 외치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진보적인 삶을 사는 사람은 적다.

‘성소수자’. 보통 동성애자나 ‘호모’라는 멸시에 더 익숙해져있다. 이른바 진보주의자라고 자부하는 이들은 성소수자 문제를 얼마나 진지하게 고민해봤을까.

‘동성애는 자본주의와 외세 침략의 산물’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리지는 않는가. 각종 진보적인 의제는 넘쳐나지만 성소수자들의 권리는 아직도 거대담론의 그림자에 가려져 있다.

커밍아웃한 레즈비언으로서 서울 종로구에 출마한 진보신당 최현숙 후보(사진)는 이 땅의 진보주의에 새로운 물음을 던졌다.



언론은 국내 최초의 레즈비언 국회의원 후보에 적잖은 관심을 보였다. 그의 출마 기자회견은 여러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최 후보는 이를 계기로 우리 사회가 은폐해온 성소수자의 존재가 더욱 알려지게 돼 환영한다고 한다. 그러나 모든 것을 ‘성소수자’라는 틀에 가둬놓는 데는 반대한다.

“레즈비언 후보가 제시하는 한국정치의 비전, 종로구를 모델로 유권자들과 만나 나누게 될 대화의 내용은 성소수자만의 정치적 의제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소수자의 시각으로 새롭게 구성될 1백%를 위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다양한 사회적 소수자들을 위한 정치적 신념을 바탕으로 정책의 기조, 섬세한 공약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최 후보는 성소수자들만의 대표이기를 거부한다. 그는 “가진 자들만을 위한 1%의 정치가 아니라 다양한 소수자를 위한 1백% 정치를 실천하기 위해 이번 총선에 출마했다”고 말했다. 성소수자만의 고립된 정치가 아닌, “지역선거를 통해 현재의 민중으로서의 삶과 성소수자의 삶을 연계하겠다”는 것이 최 후보의 포부다.

그는 언론의 기존 성소수자 보도가 오히려 사회적 편견을 강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국내보다 ‘해외토픽’으로 소개되는 외국 성소수자들이 더 많다. 어떨 때 성소수자들은 지나치게 성애화된 대상이 된다. 이런 보도는 이들에 대한 편견을 갖게 하거나, 더 공고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언론보도를 보면 성소수자는 일방적인 희생자나, 흥미로운 소재 정도로 치부됩니다. 이제는 성소수자도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시민으로서 동등한 권리를 요구할 수 있는 주체들이고, 공적 영역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이 알려져야 합니다. 여기서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은 당연합니다.”

‘여성과 성소수자의 정치, 연대의 정치, 치유의 정치, 공유의 정치, 자치의 정치’를 펼치겠다는 최현숙 후보. 그의 실험이 성공하기까지는 언론의 몫이 적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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