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방송 겸영은 세계적 추세?

겸영허용 유리한 사례만 부각
교차소유 제한 등 언급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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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시장점유율 20% 신문 방송지분 20%로 제한
프랑스, 방송지분 소유 신문사 일간지 판매부수 10%로 규제




   
 
   
 
“신문·방송 겸영은 세계적 추세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현 신문법을 폐지하고 신문·방송의 겸영 제한을 풀겠다고 밝히면서 내놓은 근거의 하나다. 방송 시장 진출을 노리는 일부 신문들은 이 논리를 확대재생산하고 있다.

영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은 신문과 방송의 겸영을 원칙적으로 금지하지 않고 있다. 일본의 경우 요미우리신문이 니혼TV, 산케이신문이 후지TV의 주식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악셀 슈프링거, 그루너+야르 등 미디어 그룹이 일간신문과 전국단위 방송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신문·방송 겸영은 세계적 흐름이라는 인수위와 일부 신문의 논리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사례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영국 등 주요 나라들이 교차 소유 제한 규정을 두면서 시장 지배적 사업자의 미디어 독점을 막고 있다는 사실을 부각하지 않고 있다. 또 겸영 허용에 앞서 사회적 합의 도출 과정을 필수적으로 거쳤다는 것에도 눈감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미디어 융합은 세계적 트렌드’라는 주장은 신문·방송 겸영 허용의 정당성만을 부각시키는 논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언론재단이 2007년 7월31일 발행한 ‘세계의 언론법제’에 따르면 영국의 경우 2003년 제정된 커뮤니케이션법에 따라 전국지 시장의 2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신문사나 소유주는 지방 및 전국 지상파 방송 면허, 또는 해당 방송사 지분 20% 이상을 보유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라 거대 신문-위성방송 재벌인 루퍼트 머독은 영국에서 지상파 TV를 소유하지 못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신문 사업자가 원칙적으로 제한된 한도 내에서 방송 산업에 진출할 수 있지만 해당 사업자가 기존에 소유한 매체의 성격에 따라 교차 소유의 범위에 제한이 가해진다. 예컨대 하나의 신문 사업자가 방송 산업에 진출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전체 일간지 판매 부수의 30% 이상을 점유할 수 없고, 만약 방송 산업에 지분을 가지고 있다면 신문 분야에서 전체 일간지 판매 부수의 10%를 점유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독일은 방송국가협약으로 미디어 소유를 규제하고 있다. 민영방송에 자본참가하는 개인이나 법인이 전국적으로 시청자점유율 30% 이상을 차지하지 못하도록 하고, 그 한도 내에서만 방송사업자가 무제한으로 방송사를 소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방송분야집중조사위원회(KEK)는 2006년 1월 독일최대의 언론그룹인 악셀 슈프링거가 최대 민영 방송사인 프로지벤자트아인스를 인수하려는 계획을 여론지배력을 이유로 금지했다.

일본에서는 동일 방송대상지역에 있어 한 사업자가 중파라디오, 텔레비전, 신문사의 언론 3사업을 경영·지배하는 것이 방송법제에 규정돼 있다. 이런 연장선에서 언론 3사업 지배금지와 방송사에 대한 출자비율 규제에 저촉되지 않는 한 신문사의 방송사 교차 소유는 용인된다. 아사히신문이 TV아사히, 요미우리 신문이 니혼TV, 닛케이 신문사가 TV도쿄, 마이니치신문이 TBS, 산케이신문이 후지TV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노르웨이는 미디어소유관련법을 통해 일반신문, 라디오, 텔레비전 시장을 별개의 시장으로 구분해 각각의 시장 점유율의 한계를 전국적 수준과 지역적 수준으로 나누어 소유 집중을 방지하고 있다.

정준희(런던대 골드스미스 칼리지 문화연구센터 박사과정)씨는 “유럽국가들이 신문 방송 겸영을 허용한다는 점에서 다소간 탈규제적 추세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의 대전제는 특정 자본에 기반을 둔 매체가 여론 매체 일반에 대한 과도한 영향력 행사를 차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후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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