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연합사장 내정자 비판, 논리 입각해야

어떻게 뭉쳐야 할 지, 누구와 싸워야 할 지 신중하길

최성민 한겨레 스포츠레저부장





연합뉴스 신임 사장을 선출하기 위한 임시주주총회가 무산된데 이어 사장 내정자에 대해 신임 투표까지 강행한 사실은 유감스런 일이다. 국민의 소유인 언론사의 주총을 어떤 근거로 봉쇄했는지, 그리고 법률적으로 무의미한 자연인을 상대로 적절한 사전 절차도 생략한 채 신임투표를 한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납득할 수 없다. 언론개혁 차원에서 후보 검증이 정말 필요하다면 정정당당하게 확인하는 절차를 떳떳이 치르고자 하는 자세와 노력이 아쉽다.

흔히 낙하산 인사라 해서는 외부 인사를 배척하는 사례가 종종 있으나 언론계 인사가 특정 언론사의 대표이사로 선출되는 것을 낙하산 인사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낙하산 인사라는 것은 당사자의 인생역정이나 그 철학이 새로운 직무에 전혀 걸맞지 않을 때 일컫는 말이다. 그러나 국민주 신문인 한겨레신문의 논설주간으로, 80년 해직언론인협의회 공동의장으로 언론개혁에 앞장서 왔던 언론인을 매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 언론은 논리로 먹고사는 대표적인 조직의 하나라는 점에 입각해, 연합뉴스의 주총 무산 등과 관련해 몇가지 지적코자 한다.

우선 연합뉴스 소유구조 개혁에 대한 노조의 주장은 경청할 만하다. 그러나 그 소유구조 개혁이 언론개혁으로 이어지기 위한 필수적인 선행조건이 있다. 그것은 연합뉴스의 탄생과 직결된 80년 신군부의 언론학살에 대한 점검이다. 연합뉴스 소유구조 개혁 작업이 정당성을 얻으려면 통신사 강제통폐합과 해직기자들에 대한 적절한 조처와 예의표시가 있어야 한다. 단지 법률적 하자가 없다거나, 현재의 구성원과 관련 없는 일이라 해서 소유 구조개혁만을 외치는 것은 부자연스럽다. 그것이 언론개혁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정당한 합의절차를 거치는 과정을 생략할 수 없다. 언론개혁 철학과 노하우가 소유구조 개선을 촉진시킬 것이라 확신한다.

연합노조는 신임 사장이 전임 사장과 같은 언론사 출신이라는 점을 내세웠는데 이는 과연 어떤 설득력을 지니고 있는 것인가? 전임 사장이 비리와 연루되었다는 의미가 거기에 함축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 많은 혐의사실이 그 진위가 밝혀지지 않은 것으로 듣고 있다. 진정한 애사심이 있다면 비리 의혹에 대해 한 점 남김 없이 사실을 규명하는 적극적인 자세와 실천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신임 사장 내정자와 연관시키는감정적논리가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지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사장 내정자가 친정부적 사설을 많이 썼다는 주장에 대해 할 말이 있다. 한겨레신문의 경우 사설은 형식논리로 말하면 논설위원실의 공동 작품이다. 담당 논설위원은 논설위원실의 집약된 의견을 대필하는 원칙이 존중된다. 사설이 특정 논설위원의 전유물인양 주장하는 것은 사실 확인에 입각한 비판이라고 보기 어렵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 개혁성향이 강한 언론이 한겨레신문이고, 현 정부 또한 시시비비가 있겠으나 개혁 노력을 그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단순히 ‘친정부적’이라는 이유만으로 비판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에 찬성할 수 없다. 경영능력 검증의 경우 신임 사장 내정자는 한겨레신문에서 이사로 수년 동안 경영 수업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언론 경영에서 으뜸은 공정·진실 보도라는 상품을 양산해야 하는 것 아닌가?

오늘날 언론의 지상과제는 개혁이다. 그러나 그 개혁이 얼마나 힘든 작업인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언론 개혁의 발목을 잡는 큰손이 어디에 있는지 그것이 얼마나 막강한 위력을 휘두르는지 모르는 사람은 없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언론개혁을 위해 어떻게 힘을 뭉쳐야 할지, 그리고 누구와 어떻게 싸워야 할지 다시 한번 자세를 가다듬을 때이다. 우리에게 시간이 충분치 않다. 언론의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는 연합뉴스가 개혁언론의 전파자가 될 때 진정한 언론개혁이 가능하다고 확신한다. <최성민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총무·한겨레 스포츠레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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