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언론.검찰 모두 입수 경위에만 초점
´달´ 보라는데 ´손가락´만 쳐다보는 격
내일신문 특별취재팀
내일신문의 수사문건 공개 이후 검찰의 선거법 수사가 발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검찰은 5일 김경천(민주당) 의원을 기소한데 이어 6일에는 이재오(한나라당) 이강래(민주당) 의원을 기소했다. 대검의 한 고위관계자는 “한나라당 원내총무도 곧 기소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 8월 30일 내일신문이 최초로 검찰 수사 문건을 공개했을 당시 검찰이나 정치권, 언론은 엉뚱하게 문건 입수 경위에만 초점을 맞췄다.
검찰은 겉으로는 ‘내부자 소행’이라며 유출자 색출에 신경을 쓰는 듯 했다. 그러나 이는 정치권이나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것처럼 ‘다른 곳에서 유출’됐다면 ‘검찰 수사를 정치권에게 보고했다’는 비난 여론에 직면하게 될 것을 두려워한 행보로 보인다.
정치권은 서로 ‘유출 과정의 정치적 의미’를 헤아리는데 급급했다. 한나라당은 ‘여권이 이 문건을 흘려 윤철상 발언 파문을 물타기하려 했다’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윤철상 발언 파장을 키우기 위해 야당 쪽에서 흘렸다”고 공세를 취했다.
일부 언론도 내일신문 관계자의 말을 인용, ‘정치권으로부터 나왔다’고 보도하기까지 했다. 물론 검찰 사상 초유의 대형 문건 유출 사건이라는 점이 흥미를 끌었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가 되고 남는다. 그러나 유출 경위에만 관심을 두는 일은 ‘달’을 보라는데 ‘손가락’만 쳐다보는 격이 아닐 수 없다.
본지는 <제16대 총선 당선자 수사·처리 현황>이라는 문건을 윤철상 의원 발언 전에 입수, 검찰의 수사과정을 주시해왔다. 4·13 총선 직후 검찰이 밝혔던 것처럼 ‘여야 가리지 않은 엄정한 수사’를 기대했던 것이다.
그러나 선거사범 공소시효를 한달 반 앞둔 시점에 예기치 못한 사태가 발생, 정국의 쟁점이 되면서 이를 전격적으로 공개하기로 했다. 문건을 공개함으로써 ‘정치개혁’을 촉구하는데 그 첫 번째 의미를 두었다. 깨끗하고 공정한 선거가 정치개혁의 기초인 만큼 선거사범 혐의 내용을 전면 공개함으로써 국민의 관심을 환기시키고,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자 한 것이다.
둘째 선거사범 처리가 여야 정쟁의 대상이 되었다가 타협의 대상으로 변질되어 흐지부지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의지도 강했다. 문건 공개 후 대검의 또 다른 핵심간부는 “여야 영수회담 때문에 수사의지가 약해졌다”며 “이제는 기준을 강화하고 엄격하게 적용할 수밖에없다”고말한 바 있다. 문건이 공개되지 않았다면 선거법 수사는 예전처럼 ‘여야가 납득할 수 있는 범위’안에서 적절히 얼버무려질 가능성이 있었음을 시인한 것이다.
셋째 검찰의 엄정한 선거사범 처리를 촉구하고자 했다. 굳이 윤철상 의원 발언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문건 공개 당시까지 검찰은 한나라당 8명, 민주당 4명, 자민련 1명을 기소, 편파수사 시비를 받고 있었다. 물론 검찰측은 “엄정한 수사”라고 항의했다. 그러나 선거 수사 문건 속보가 실린 내일신문 349호가 발간된 직후 대검이 배포한 보도자료를 보더라도 여전히 편파성 시비는 남아 있다. 선거 수사 문건에서 검찰이 ‘기소 가능’ ‘중요 수사사건’으로 자체 분류한 24명 중 기소유예된 5명의 면면을 보면 한나라당 의원들은 ‘별 혐의가 없는’ 의원들만 기소한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충분히 혐의가 인정되는 인사도’ 기소유예처분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본지가 문건을 공개한 또 다른 이유는 검찰의 조속한 수사를 촉구하기 위해서였다. 선거법 공소시효 만료일(10월13일)까지 1달반밖에 안 남았지만 기소된 의원이 13명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공은 다시 검찰과 정치권에게로 넘어갔다. 내일신문의 문건공개를 계기로 검찰이 오명을 씻게 될 것인지 아니면 여전히 정치검찰로 남아 있을지, 그리고 정부당국이 정치개혁의 의지를 발휘할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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