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이재용 전무 재산증식 '침묵'
중앙은 거론조차 안해 … 동아·한국 등 삼성 반박 크게 다뤄
민왕기 기자
wanki@journalist.or.kr
2007.11.14 11:55:49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12일 3차 기자회견에서 삼성그룹으로부터 떡값을 받은 전·현직 검찰 최고위 간부 3명의 명단을 공개해 파문이 커지고 있지만 언론보도는 밋밋하다.
대다수 언론들은 기자회견 다음날 1면과 관련 면을 활용해 이번에 공개된 ‘삼성의 검찰 명단’을 보도했다.
특히 한겨레는 1면 메인 기사를 포함 3·4·10면에서, 경향은 1면 메인기사와 3·4·5면에서 검찰 명단과 삼성 이재용전무의 재산 증식과정에 대해 심층 보도했다.
그러나 조선 중앙 동아 등 대부분의 언론들은 이번 사건의 핵심인 삼성그룹 이재용 전무의 재산 증식 과정에 대해서는 함구하거나 축소보도 하는 경향을 보였다.
경제개혁연대 김상조 소장은 지난 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의 핵심은 에버랜드 등의 불법증여를 위해 구조본이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는 것”이라며 “검찰 등 국가기관에 대한 삼성의 로비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만큼 언론은 이재용씨에 대한 불법 증여 과정을 핵심으로 다뤄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겨레·국민·내일 등 비판 눈길한겨레는 이와 관련 ‘JY 유가증권 취득현황’ 문건의 핵심을 요목조목 분석해 눈길을 끌었다. 먼저 이 문건이 2003년 변론 자료라는 삼성의 설명을 정면 반박했다.
한겨레는 4면 ‘에버랜드 외 다른 지분 수사안돼 미완’이라는 기사에서 “이 문건이 ‘사전 시나리오’가 아니라는 삼성 쪽의 해명이 이 문건에 나오는 그룹차원의 개입과 편법 승계의 정황을 부정하는 근거가 되기는 어렵다”며 “우선 삼성이 ‘검찰에 제출했다’는 자료는 정확히 말해 이번에 공개된 문건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검찰이 수사해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마무리된 사안이란 (삼성의) 설명은 실체적 진실과 거리가 있다”며 “이재용씨가 에버랜드 외에 계열사 지분을 사들인 경위, 자금 출처와 흐름 등에 대해서는 거의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으며, 문건에 실명으로 나온 전·현직 임원들도 대부분 수사를 받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내일신문의 보도도 눈에 띄었다. 내일은 12일 10면 전체를 할애해 이재용 상무에 대한 편법 승계의혹을 집중 보도했다. 내일은 특히 ‘삼성생명 지분변동 때도 차명계좌 의혹’이라는 기사에서 ‘98년 삼성생명 등의 지분 변동’에 주목했다.
내일은 이 기사에서 “지난 1998년 말 국내 최대보험사인 삼성생명 지분에 흥미로운 변화가 생겼다. 1998년 9월 이건희 회장의 삼성생명 지분은 10%에 불과했다. 이것이 1999년 6월에 26%로 급증했다”며 “이건희 회장은 싸게 취득한 삼성생명 지분으로 삼성차 부채문제를 해결하는 데 사용, 천문학적인 사재를 출연하는 기업인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역시 4면 ‘이재용에 재산 편법 증여 삼성그룹차원 공모 뒷받침’이라는 기사에서 “문건대로라면 에버랜드뿐만 아니라 다른 계열사에서도 헐값에 주식을 발행, 이 회장 자녀들에 대한 재산 편법 증여에 그룹차원의 공모가 있었다는 점을 뒷받침해준다”고 비판했다.
삼성 대변하거나 기계적 균등 보도이같이 사제단이 이번에 공개한 내용 중 이재용 전무의 재산증식 과정을 담은 문서 ‘JY 유가증권 취득현황’은 이건희 회장이 증여한 60억원을 바탕으로 이재용 전무의 재산이 어떻게 수조원대에 이를 수 있었는가를 보여주는 주요 자료다.
문건에는 이재용 전무의 유가증권 매매 과정과 구조본 법무팀의 조직적 개입 정황이 드러나 있다. 그러나 대다수 언론들은 이 문제와 관련 삼성의 입장을 적극 대변하는데 그쳤다.
특히 한국은 4면 ‘삼성 “이재용 문건, 2003년 작성된 내부 변론 자료” 반박’이라는 기사로 철저하게 삼성측의 입장을 대변하는데 급급했다. 한국은 이 기사에는 “이 문건은 이 전무의 주식 거래 현황을 사후에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은 것일 뿐”이며 “(문건의) 이 내용들은 시민단체가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사건과 관련해 제출한 고발장에 이미 상당부분 공개된 것”이라는 등 삼성의 반론만이 담겨있다.
중앙은 이 문제를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 다만 검찰 명단과 관련 8면에서 ‘김용철은’ ‘검찰은’ ‘삼성은’이라는 소제목을 통해 사제단과 검찰, 삼성 측의 입장을 기계적으로 균등 보도했을 뿐이다.
동아는 10면 ‘“사제단이 제시한 李전무 재산관련 문건 2003년 검찰 요청으로 내가 정리한 것”’이라는 기사로 삼성 엄대현 상무의 반박을 상세하게 실었다.
조선 역시 이 문건을 김용철 변호사와 삼성측의 공방으로 처리하는데 그쳤다. 조선은 ‘“불법 재산형성 담겨” “변론 자료일뿐”’이라는 3단 기사를 지면의 하단에 배치했으며 사제단과 삼성의 입장을 균등하게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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