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위원장 뒷모습만 잡히자 '식은땀'
평화자동차 "사실 내수는 별로 없어"
방송 오디오 검열 거부 땐 송출 막아
김성후 기자
kshoo@journalist.or.kr
2007.10.09 21:13:29
8일 오전 본보와 좌담회에 참석한 평양 공동취재단은 다양한 취재 뒷얘기를 들려줬다. 김 위원장 관련 내용, 북한 주민과의 대화, 남측 언론에 대한 북측의 생각 등등 다양했다.
특히 김 위원장이 무슨 얘기를 했고, 어떤 표정을 지었고 어떤 몸짓을 보였는가는 가장 중요한 얘깃거리였다. 몇 가지 뒷얘기를 따로 정리했다.
○…2일 평양시 4.25 문화회관 광장.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붉은 카펫 위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첫 만남을 기다리고 있었다.
김 위원장의 모습을 담은 이 장면은 전 세계로 생중계됐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김 위원장의 뒷모습만 계속 나왔다. 왜 그랬을까. 당시 현장에 있었던 KBS 조재익 기자는 “카메라 위치가 한쪽 구석에 고정돼 있어 그런 화면이 나왔다.
환영행사 장소가 갑자기 변경되면서 중계차와 카메라를 한쪽 구석에 배치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지금은 웃으면서 말하지만 그때는 정말 아찔했다고 회고했다.
○…3일 오후 백화원 영빈관에서 속개된 남북 정상회담 2차회의. ‘공동취재단 기자’가 아닌 ‘청와대 전속’ 자격으로 펜기자 중 유일하게 회담장에 들어간 연합뉴스 성기홍 기자는 양 정상과 10m 가량 떨어진 곳에서 귀를 쫑긋 세웠다.
그러다 김정일 위원장의 모두발언을 듣고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김 위원장이 당시 “내일(4일) 오찬을 평양에서 여유있게 하시고 오늘 일정들을 내일로 늦추는 것으로 해 모레 서울로 돌아가시는 게 어떠냐”고 말했기 때문. 성 기자는 이 내용을 서울로 긴급 타전했다.
성 기자는 “기자가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전하지 않았다면 이 소식은 빅뉴스가 아닌 뒷얘기로 묻혔을 가능성이 컸다”고 말했다.
○…북한 주민들의 사고와 의식이 많이 개방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례로 방북 마지막 날인 4일 평화자동차공장을 방문, 안내원과 얘기를 나누었다.
기자가 “평화자동차 잘 팔립니까?”라고 물었더니 북측 안내원은 “사실 내수는 별로 없고 중국에서 주로 사갑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또 “어떤 직업이 월급을 가장 많이 받느냐”고 묻자 “농민 월급이 내 월급의 10배가 넘는다. 시골에서 농사짓는 부모님이 도시에 있는 아들한테 돈 부쳐주고 보태준다”고 했다.
무뚝뚝한 표정이 아닌 묻는 말에 시원시원하게 답하는 모습에서 북측 주민들의 변화된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남측 기자 5~6명이 미니버스 타고 움직이는데 언론이 어떻게 대통령과 청와대를 흔들 수 있느냐, 출근과 퇴근은 어디로 하느냐고 묻더라.
우리는 회사에서 월급을 받고 청와대로 출근하고 청와대에서 퇴근한다고 했는데 이해를 못하더라. 전속과 보도의 차이를 굉장히 집요하게 묻더라. 그러면서 청와대가 기자들한테 돈을 주면 체제 선전하는 기사 나올 수 있느냐는 질문도 했다.
○…방송의 경우 오디오를 읽고 녹음해 보내야 하는데 오디오 자체를 검열단이 앉아서 일일이 지켜봤다. 북측에 거슬리는 내용이 조금이라도 나오면 “이 말은 안됩니다. 이것은 삭제해주십시오”라고 했다. 삭제를 거부하자 송출을 못하게 한 상황도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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