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잡기로 '탐사보도' 했다

[신정아씨 관련 언론보도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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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의 신정아씨 누드사진 게재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일부 언론들이 ‘공적 영역’을 넘어 ‘사적 영역’까지 무분별하게 보도해 비난을 받고 있다.

이번 신정아씨 학력위조 사건을 다루는 대다수 언론들이 사건의 본질을 밝히기 보다는 신정아씨의 사생활,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스캔들 등에 초점을 맞춰 ‘신정아씨 학력위조 사건’의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신정아씨 사건의 골자는 △2005년 동국대 교수 임용 경위 △2006년 스페인 아르코 아트페어 주빈국 큐레이터 선임 경위 △2007년 광주 비엔날레 예술감독 선임과정 등의 외압, 로비 의혹이다. 또 △신씨의 성곡미술관 재직 당시 기업과 은행으로부터 받은 전시후원금 △신씨 임용 후 교육부가 수도권 대학 특성화 명목으로 동국대에 지원한 1백65억원 등에 변양균전실장 등 관가와 정계의 외압이 있었느냐 여부 등이다.

그러나 대다수 언론들은 ‘연애편지’ ‘800m 거리의 숙소’ ‘목걸이 등 사랑의 증표’ ‘서로 그려준 그림’ 등에 초점을 맞추면서 이 사건을 변양균-신정아의 ‘분홍빛 연애’로 둔갑시키고 말았다.

또 언론들의 ‘의혹’ 보도로 사건의 덩치는 불려놨지만 ‘실체’와 ‘진위’가 밝혀진 것은 드물어 국민들의 혼란만 초래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검찰 등 한정된 취재원에게서 나오는 ‘조각’ 정보를 확대 재생산했고 검증되지 않은 ‘의혹’을 경쟁적으로 보도하면서 사건의 본질을 흐렸다는 얘기다.

문화 누드파문, 타 언론도 못지 않아
대표적인 사례가 파문을 빚은 문화일보의 신정아씨 누드사진 게재였다. 그러나 타언론도 문화일보의 보도 못지않게 경쟁적으로 선정적, 신변잡기식 보도를 해 시민단체와 학계로부터 집중 성토를 받았다.

조선·중앙·동아일보 등은 13일 오후 문화일보가 신정아씨 누드사진을 보도하자 앞 다투어 문제의 지면을 사진으로 찍어 인터넷신문에 올리고 기사를 인용, 보도해 빈축을 샀다.

이날 각 인터넷신문들은 “‘신정아 올누드’ 사진 나왔다”(조선) “문화계 유력인사 집서 신정아 누드사진 발견”(동아)이란 제목으로 신정아씨의 누드사진을 게재하고 톱기사로 처리했으며 “문화계 인사 집서 신정아 누드사진 발견”(중앙) “신정아 누드사진 공개됐다!”(스포츠서울) “신정아 누드 상처 하나도 없어”(스포츠조선) 등의 기사도 줄을 이었다.

문화일보 사이트는 접속자 폭주로 다운됐으나 이 사진은 조선 동아 중앙 등 인터넷사이트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문화일보 기사와 사진을 동영상 뉴스로 만들어 ‘신정아 누드사진 동영상’을 서비스(?)하는 ‘민첩함’을 보인 곳도 있었다.

그러나 비판여론이 확산되자 조·중·동 인터넷사이트는 기사를 1백80도 수정해 보도했다. 조선은 불과 2시간 만에 “신정아 누드사진 보도, 선정성 지나쳐”로 시각을 바꾸며 다시 ‘민첩함’을 과시했고 기사 안에 실었던 누드사진도 삭제했다.

국민일보는 다음날 사설을 통해 신씨의 누드사진을 성로비로 규정하는 걸 넘어 성로비를 질타하는 ‘부적절한’ 사설을 실어 야유를 받았다.

국민은 이날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신정아 스캔들’이란 사설을 통해 “어제는 신씨의 것이라는 알몸 사진이 공개됐다. 신씨 스캔들은 ‘깜이 안되는’ 게 아니라 깜이 너무 돼서 문제다. (중략) 신씨 스캔들은 인맥동원과 성적 방종 등 상류사회의 환부가 뿜어낸 고름이다. 도덕불감증이 얼마나 심각한지 악취가 진동해도 태연한 얼굴을 하고 있다”는 등의 내용을 실었다.

한국일보, 스포츠서울, 스포츠조선, 세계일보, 뉴시스 등 대다수 언론들도 이 시각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실체없는 의혹보도로 사건 본질 흐려
신정아씨 사건을 신변잡기적으로 보도하고 있다는 여론도 확산되고 있다.

급기야 신정아씨의 관상이 기사거리로 등장하기도 했다. 스포츠 서울은 기사 ‘관상으로 본 신정아, 도색기 흐르나 말년운은 꽝’을 통해 “얼굴 전체적으로 도색기가 흘러 남자를 이용하기 좋은 얼굴이다. 하지만 말년에는 고독하고 곤궁할 상”이라고 전했다.

경향신문은 ‘다채로운 남성편력…“잠 못 드는 유력인사 많을 것”’이란 기사를 통해 맞선을 자주 봤다는 등 신정아씨의 사생활을 남성편력으로 규정했다.

이밖에 ‘변양균·신정아 ‘가까운 사이’ 실체는’(연합뉴스) ‘변양균, 신정아와 노골적 연애메일 수십통 주고 받아’(경향신문) ‘신정아 id는 신다르크…변양균 메일 제목은 러브레터’(조선일보) ‘‘가까운’ 변양균-신정아, 온라인 0m 오프라인 800m’(한겨레)도 사생활에 집중한 기사들이었다.

이같이 사건의 전모를 밝혀낸 ‘탐사보도’가 아니라 주변의 ‘신변잡기적인’ 말을 전하며 단독 보도했다는 투의 기사도 자주 눈에 띄었다.

서울신문은 12일 ‘[단독]홍기삼씨, 신정아 옆동 입주’ 조선일보는 10일 ‘[단독]“변실장, 신정아와 노골적 연애편지 약 100통 주고받아”’ 헤럴드경제는 7일 신씨 어머니의 고소장을 입수했다며 ‘[본지 고소장 단독입수] 신정아는 도피ㆍ어머니는 사기행각…’ 등을 단독으로 보도했다고 전했다.

한편 조선일보는 14일 ‘신용불량자 신씨, 미국선 VIP 고객’이라는 기사에서 신정아씨의 계좌 정보가 담긴 신씨 카드 관련 통지서의 이미지를 게재, 개인신용정보 노출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일다 조이여울 편집장은 “신정아라는 젊은 여자의 사생활을 파헤쳐 선정적으로 보도한 것이 그간의 주류언론들의 태도였다”며 “중앙일보가 신정아씨를 단독 인터뷰해 여과 없이 내보내는 등 경쟁을 벌인 것이 문화일보의 누드사진 게재로까지 이어진 것이라고 본다”고 진단했다. 민왕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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