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체제를 분석하던 눈으로 10대 소녀의 액세서리에 안목을 가질 수 있을까. 정치학 박사에 언론인으로, 그것도 국제·통일문제와 씨름하던 전형적인 ‘정론’ 기자가 잡지그룹 CEO로 변신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하지만 길정우 대표는 미소 한번으로 일축했다. “주위에서 제일 적절한 사람이 왔다고들 합니다.” 자신은 딱딱한 콘텐츠를 다뤘지만 생활을 통해 얻은 지혜가 있다고 했다. “한국의 장래는 여성의 힘에 달려있다.” 여성의 힘 키우기는 우리 사회 발전에 중요한 부분이다. 여성들이 주로 찾는 중앙m&b의 매체들로 한국 여성의 역량을 키우는데 충분히 기여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런 의미에서 제가 좋아하는 말로 ‘거룩한’ 비즈니스인 것 같습니다.”
길 대표는 요즘 일에 한창 재미를 느끼는 듯했다. 그의 표정에서 넘실댔다. 건강, 환경, 교육 등 최근 우리 사회의 주요한 어젠다들은 대부분 여성과 연관이 있다. 중앙일보에서 전문분야를 다룰 때보다 더 시야가 넓어진다고 한다. 역시 여성의 힘, 잠재력의 가능성을 믿기 때문이다.
그는 JMnet에서 자신의 역할을 뚜렷이 규정하고 있었다. 멀티미디어그룹 JMnet에서 중앙m&b는 매우 중요한 위상을 갖는다고 평가한다. 그만큼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m&b는 여성을 주고객으로 한 콘텐츠를 생산할 뿐 아니라 다양한 파생상품과 신규사업까지 창출한다. 성별, 세대별로 폭넓은 독자를 가진 매체를 거느리다보니 ‘중앙커뮤니티’를 형성하는 데도 역할이 크다. “m&b를 잘 키우는 일이 JMnet 전체를 잘 키우는 일이죠.”
기자 시절 닦은 국제감각도 CEO로서 유용한 자산이 됐다. 선진 경영기법, 노하우를 흡수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국제 현안을 해부하면서 얻은 합리성과 유연성은 경영에서도 중요한 덕목이다. m&b에서의 시간이 개인적으로 큰 배움의 시간이 될 것 같다며 여유로운 웃음을 짓던 그는 카메라 앞에서는 잠시 굳어졌다. 미소를 되찾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휴가 계획을 물었다. “집사람, 가족들과 강원도를 잠깐 다녀오려 합니다.” 그 역시 가족을 생각할 때 제일 행복한 듯 했다. 여성을 위한 콘텐츠 회사, 중앙m&b의 CEO로서는 필수적 정서가 아닐까.
장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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