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보복폭행 / 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취재보도부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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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4월 중순 좀처럼 믿기 어려운 얘기를 들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아들의 복수를 하려고 경호원과 조폭 등 수십 명을 데리고 술집에 나타나 술집 주인과 종업원을 집단 폭행했고 경찰도 이 내용을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어렵사리 피해자의 신원을 파악해 접촉을 시도했으나 거의 응하질 않았다. 며칠 간 전화와 대면 취재를 시도했는데 처음엔 피해사실을 부정하지 않다가 나중에는 말을 바꾸거나 아예 입을 닫았다. 결국 피해자의 지인과 북창동 취재를 통해 소문이 상당히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해 경찰 취재에 들어갔다. 수사 중이란 사실을 줄곧 부인하던 경찰은 그동안 취재한 것을 풀어놓자 그제서야 그런 사건이 있다는 것을 시인했다. 확인결과 경찰은 광역수사대에서 남대문서로 넘겨 사건을 덮으려 한 정황이 드러났다. 경찰은 “피해자 연락이 안돼 진술 확보도 힘들다. 내사종결해야 할 것 같다. 현재로선 완전히 뜬소문 수준이어서 기사 쓰면 위험할 거다”라고까지 했다. 한화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전면 부인했다.

진실이 묻혀 버리지 않게 하려면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사실을 부인하고 경찰도 수사 의지를 안 보이는 상황에서 더 이상 지체했다간 진실이 고스란히 묻혀 버릴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4월24일 연합뉴스의 첫 보도가 나가자 모든 언론 매체가 뒤따라 이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연일 속보가 이어졌고 날이 갈수록 국민들의 관심이 커졌다. 수사가 진행되면서 서울경찰청장이 옷을 벗고 경찰청장의 사퇴요구가 잇따르는 등 늑장수사의 후폭풍이 경찰에 휘몰아쳤다.

돌아보면 처음에 ‘소문’을 듣지 못했다면, ‘사실이 아니겠지’란 판단에 확인하지 않았으면 어떻게 됐을까 생각하면 아찔하다. 기사가 나간 뒤 경찰 고위간부가 연합뉴스에 전화를 걸어와 해법을 묻길래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조직 차원의 위기에 몰릴 것임을 경고하자 “2∼3일 안에 끝낼 각오로 수사에 임하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번 사건은 여러 가지 극적 요소를 갖추고 있어 자칫 흥미 거리로 접근하기 쉽지만 우리 사회 최대 권력의 하나인 재벌이 지극히 개인적인 사건에 얼마나 무자비하게 대응하는지 보여준 계기가 됐다. 부정(父情)이 무엇인지, 재벌의 역할은 무엇인지…이런 생각에 김 회장의 구속을 지켜보는 연합뉴스 사건팀원들의 심정은 착잡했다. 연합뉴스 공병설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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