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언론본부(이하 남측언론본부·상임대표 정일용 기자협회장)는 5일 성명을 내고 “정부는 한미관계에서 자주성을 확보해 국제 사회에서 손가락질 당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남측언론본부는 이날 ‘한국은 미국의 봉인가’라는 성명을 통해 “정부가 미국과의 군사관계, FTA협상 등에서 비자주적인 태도를 일삼아 국민을 실망시키고 자이툰 부대 철군 문제에도 애매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정부는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고 밝혔다.
성명은 “미군이 주한미군 주둔지 지원금 가운데 절반 이상을 기지 이전에 사용할 경우 액수가 전체 이전 비용의 20%수준에 불과하다”며 “미군의 방위비 분담금 전용과 위법성 여부에 대해 정부는 국민 앞에 사과하고 방위비 분담금을 기지 이전에 사용하는 것에 대해 반대 입장을 고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명은 또 자이툰 부대 문제와 관련 “많은 국가들이 이라크에서 철군했거나 철군을 서두르고 있고 구체적인 파병효과가 불명확한 상황을 고려해 자이툰 부대는 즉각 철수해야 한다”밝혔다.
남측언론본부는 한미FTA협상에 대해 “정부가 미국과의 재협상은 없다고 주장하다가 미국의 거듭된 압력에 굴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최근 공개된 협정문에서 드러난 미래유보 단서 조항의 모호성과 불평등한 최혜국 대우 등의 조항을 근거로 최근 시청각 미디어 공대위가 한미FTA협상은 원천 무효라고 주장한 것에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이다.
한국은 미국의 ‘봉’인가.
남측 정부는 최근 미국과의 군사관계, FTA 협상 등에서 비자주적인 태도를 일삼아 국민을 실망시키고 있다. 또한 국제적 관심사인 자이툰 부대 철군 문제에 대해서도 애매한 태도를 보여 국민을 불안케 하고 있다. 우리는 정부가 한미 관계에서 자주성을 확보해 국제사회에서 손가락질 당하는 일이 없기를 촉구한다.
김장수 국방부 장관은 최근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부 장관과 만나 “2007~2008년 방위비 분담금을 주한미군 기지 이전에 사용하는 것은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발언은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의 기지 이전비 전용과 불법성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오만하고 월권적인 것이다.
국방부는 지금까지 주한미군이 방위비 분담금을 기지 이전에 사용하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10조 원 가량 드는 미군기지 이전 비용을 한국과 미국이 절반씩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말해 왔다. 미국이 주한미군 주둔비 지원금 가운데 절반 이상을 기지 이전에 사용할 경우 미국이 기지 이전에 사용하는 액수는 전체 이전 비용의 20% 수준에 불과하다. 김 장관의 발언이 시정되지 않으면 납세자인 우리 국민이 수조 원을 더 부담해야 한다.
미군의 방위비 분담금 전용과 그 위법성 여부는 시민사회와 정치권에서 논란이 돼 온 사안이다. 김 국방장관이 미국 쪽 주장을 수용하는 듯한 말을 함으로써 그 동안 정부가 국민에게 거짓말을 해온 꼴이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정부는 국민 앞에 사과하고 원래의 입장을 고수해야 한다.
한편 국방부는 한미 WRSA(War Reserve Stocks for Allies. 동맹국을 위한 전쟁예비비축물자) 1차 협상 후 WRSA 탄약의 상당수를 한국인 인수할 뜻을 비쳤다. 국방부는 “WRSA 탄약의 85 ~ 90%정도가 사용가능하며, 폐기 량은 10%를 넘지 않을 것"이라고 구체적인 추정치까지 밝혔다.
그러나 우리는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이 내놓은 'WRSA 탄약 대부분 사용 가능하다는 국방부의 주장은 거짓'이라는 논평에 주목한다. 평통사는 이런 논평의 근거로 지난 2002년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현재(2002년) 미국의 WRSA 탄약량은 약 58만여 톤이고, 이중 20년 이상 된 장기저장 탄약이 전체의 91%인 52만여 톤이며 국방부는 탄약 대부분이 사용 가능하다는 미국 측 주장을 무작정 따라가고 있다"는 주장을 제시했다. 평통사는 "국방부가 거짓말을 하는 것은 미국의 경비를 절감해 주기 위해 WRSA탄을 사실상 전량을 인수하겠다는 밀약을 했다는 의혹을 강하게 불러 일으킨다"고 주장했다. 국방부는 이에 대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
미 국방부가 지난 2002년 3월 하원 군사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는 미국으로 이들 탄약을 되가져 가는 데 드는 비용이 6억 4천만 달러(약 6,400억원), 폐기처리비가 6억 5천만 달러(약 6,500억원) 들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이런 막대한 비용을 우리 국민이 왜 부담해야 하는 지 정부는 명확히 해명하라.
자이툰부대 임무종결에 대해서도 정부는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일부 정치권과 군 내부에서 연말까지인 자이툰부대 파병기한을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매우 불행한 일이다. 즉 야권에서는 한미동맹 등을 고려해 연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고 있으며, 한국국방연구원(KIDA)도 지난달 김장수 국방장관에게 ’파병연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 내의 외국군 주둔을 희망하는 세력은 부시 행정부와 극소수 국가에 불과한 것이 지구촌 현실 아닌가!
자이툰부대의 이라크 파병은 미국의 이라크 침략에 동조한다는 의미가 있어 논란이 그치지 않았다.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지난 4년 동안 아프가니스탄에서 1만 명 이상, 이라크에서 최대 65만 명이 희생됐다. 우리는 미국의 이라크ㆍ아프가니스탄 점령 종식 및 한국군의 즉각적인 철수를 이미 여러 번 촉구한 바 있다. 자이툰부대의 이라크 파병은 그 명분이 평화?재건 위주라 하지만 이라크 내의 대미 항전이 더욱 격화되고 있다는 점을 주시해야 할 것이다. 자이툰부대의 구체적인 파병효과가 과연 무엇인지 불명확한 상황이다. 정부는 이라크에 파병한 많은 국가들이 철군했거나 철군을 서두르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고 자이툰부대 철수 원칙을 고수한다는 것을 국민에게 확인시켜라!
한미FTA협상에 대해서도 정부는 명쾌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정부는 미국과 재협상은 없다고 주장하다가 미국의 거듭된 압력에 굴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쇠고기 대미 협상에서도 계속 밀리는 양상이다. 더욱 심각한 사항도 있다. 얼마 전 한미FTA 협정문이 공개된 뒤 시민단체들이 이를 점검한 결과 협정문에는 미래유보 단서 조항의 모호성과 위험성, 한미 간 양측의 불평등한 최혜국 대우 조항 등이 드러났다. 이들 조항에는 한국의 방송을 미국 연방통신위원회가 관리 감독하는 권한까지 줄 수 있는 매우 굴욕적인 내용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남측 정부는 한미FTA저지 시청각·미디어분야 공동대책위원회가 지난 4일 서울 프레스센터 앞에서 '미국 연방통신위원회가 한국 방송의 미래를 결정하나?'라는 기자회견을 열고 "불평등한 한미FTA는 무효"라고 주장한 데 유의해야 한다.
우리는 참여정부 말기에 쏟아지고 있는 대미 관계에서의 비자주적 행태에 분노하면서 상황이 악화되기 전에 분명한 원칙에 의해 정상화되기를 촉구한다. 정부는 국가간 관계에서 원칙을 지키는 것이 국제사회를 투명하고 생산적으로 만든다는 것을 명심해서 합리적 자주성을 강화하는 태도를 보이기 바란다.
2007년 6월 5일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언론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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