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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윤창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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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중순 현직 부장판사가 재판 결과에 불만을 품은 한 전직 교수의 화살에 맞았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법조계와 언론계를 뒤흔들었다. 언론들은 연일 이 사건과 관련한 속보들을 쏟아내고 있었다. 하지만 여론의 흐름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전직교수 김명호씨에 대한 비판보다는 사법부에 대한 질타가 주류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피해자인 부장판사보다 가해자인 전직교수 김명호씨를 옹호하는 여론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 취재진은 극에 달한 사법불신의 원인을 이 사건을 통해 비춰보기로 했다. 담당 재판부의 일원이었던 한 판사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판결의 정당성을 주장했고, 김 교수가 판결문을 제대로 읽어봤더라면 결코 석궁사건을 일으키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취재진은 판결문을 읽고 또 읽어 봤다. 대부분 김 교수의 인격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성균관대 측의 증거와 주장을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하지만 객관적 사실이 아닌 주관적 잣대에 의해 얼마든지 평가가 달라질 수 있는 사람의 인격이 어떻게 법의 잣대로 평가할 수 있는지 의문을 지울 수 없었다.
결국 이번 취재의 핵심은 법원에서 채택한 증거들이 과연 진실한 것인지 확인하는 작업이 됐다. 취재팀은 법정 증거를 통해 당시 증언을 한 것으로 돼 있는 학생들을 찾아 나섰고 우여곡절 끝에 판결문에 실명이 거론된 몇몇 제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은 대부분 자신의 이름이 인용된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고, 판결문의 취지에도 공감하지 않았다. 또한 증거로 인용된 문서는 본 적 조차 없다는 증언과 함께 서명한 적도 없다는 제자들도 있었다. 법원이 채택한 증거의 효력이 뿌리째 흔들리는 순간이었다.
기억에 남는 것은 법원 측의 인터뷰였다. 당사자가 법정에서 반박하지 못하면 문제가 있는 증거도 얼마든지 채택될 수 있으며 그것이 법원의 심판기능이라고 주장했다. 현행 재판제도의 속성과 판결의 정당성을 주장한 것이었지만 이는 결국 거짓과 부정이 얼마든지 법이라는 이름으로 진실과 정의를 대체할 수 있음을 스스로 인정한 것에 다름 아니다. 많은 시청자들이 사법권력의 개혁 필요성에 공감했다는 격려 전화와 메일을 보내 주었다. 이번 취재가 공감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석궁테러로 낙인찍힌 사건의 이면에 존재하는 사법제도와 판결의 비상식을 건강한 시민의 상식적 시각에서 정면으로 분석하고 다뤘기 때문이 아닐까 자평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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