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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김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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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주 게이트’ 는 조선일보 보도가 없었다면 사실상 단순 사기 횡령으로 묻힐 뻔한 그런 사건이었다. 사건 발생 시점도 김대중 정부 때로 과거여서 타 언론은 ‘한물 간 사건. 다 끝난 사건’으로 여겨 첫 보도가 나간 지 20여일동안 아예 무시하거나 소극적 보도로 일관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수십명의 사정·권력기관 간부들이 ‘마피아’ 처럼 ‘형제모임’을 김흥주씨 주도로 만들어 부당하게 공권력을 동원한 ‘권력비리’에 초점을 맞춰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초기엔 검찰 간부와 금융감독원 간부 정도가 연루된 뇌물비리 수준으로 생각됐으나 ‘형제 모임’을 취재해 들어가자 ‘형님’ ‘아우’로 뭉친 권력기관 간부들의 권력 전횡이 고구마 줄기 캐 듯했다. 정상영업 중인 금고를 집어삼키기 위해 먼저 이뤄진 양수양도 계약을 파기시키는 등의 ‘있을 수 없는 일’이 하나씩 밝혀졌다. 총리실 암행감찰반에 걸린 고위 공직자 비위를 무마하고, 전화 한 통으로 수십억원의 무담보 대출을 받아준 일도 취재를 통해 드러났다. 한번 판 땅의 평가액이 1천5백억원대로 뛰자 다시 되찾기 위해 소송사기를 벌인 일도 포착됐다. 법을 우습게 알고 사회정의를 농락한 권력기관 간부들의 타락상이 드러난 것이다.
이전의 게이트 사건이 주로 정권 실세나 대통령 측근 비리 였다면 이번 사건은 사정·권력기관 간부들이 의형제로 뭉쳐 권력 전횡을 일삼은 또 다른 유형의 ‘권력형 비리’ 였다. 여러 권력기관이 관련됐던 만큼, 취재대상 권력기관 간부들의 반발도 만만찮았다. 보도초기부터 부장검사가 고소를 해왔고, 취재대상 권력기관 간부들로부터 “가만있지 않겠다”,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엄포에도 시달려야 했다.
수배중인 김흥주씨가 공항을 무사히 통과한 ‘입국 미스터리’는 풀리지 않았다. ‘힘있는 기관’의 ‘역할’ 없이는 안되는 일이지만 속시원히 밝혀지진 않았다. 야당은 ‘김흥주 게이트’ 사건 등에 대해 특검을 추진한다고 한다. 특검이 나서서라도 진상을 낱낱히 밝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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