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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민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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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홀단신이라면 언제까지나 그곳에 오래 머물고 싶었다.”
“지난 2001년 대전 대덕중 1학년을 마치고 홀홀단신 미국 유학길에 올랐던….”
“물고기 파이가 새로운 삶을 찾아 홀홀단신 캐리비안으로 진출하면서 벌어지는….”
최근 모 통신사와 인터넷 언론이 보도한 내용의 일부분이다.
중앙일간지도 그러하지만, 통신사나 인터넷 언론이 우리말글을 훼손하는 실태는 가히 목불인견이라 할 만하다. 짧은 기사에서도 몇 개의 오·탈자를 찾는 것은 일도 아니다.
특히 통신사의 경우, 돈을 내고 그 기사를 받아 사용하는 다른 언론사들에도 잘못이 그대로 옮겨진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하다. 불량식품을 만들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악덕업자나, 불량기사를 만들어 다른 언론사에 판매하는 통신사나 도 긴 개 긴이라고 하면 너무 심한 말일까.
위의 예문에 나타난 ‘홀홀단신’도 마찬가지다. 먹을거리로 비유하면 불량식품이다.
“의지할 곳이 없는 외로운 홀몸”을 뜻하는 말로 ‘홀홀단신’을 쓰는 예가 많다. 하지만 ‘홀홀단신’은 그 글꼴이 우습기 짝이 없는 말이다. ‘단신(單身)’은 “혼자의 몸”을 뜻하는 한자말이지만, ‘홀홀’은 “짝이 없음, 하나뿐임”을 뜻하는 우리말 접두어 ‘홀’을 겹쳐 쓴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말에 접두어를 겹쳐 쓰는 일도 없거니와 ‘홀홀單身’의 글꼴이 마치 불구의 몸처럼 보인다.
‘홀홀단신’은 ‘혈혈단신(孑孑單身)’으로 써야 한다. 아들 자(子)와 생김새가 비슷한 孑은 ‘외로울 혈’자다. 이 혈자를 두 번 겹쳐 쓰면 “우뚝하게 외로이 서 있다” 또는 “의지할 곳이 없이 외롭다”는 의미의 말이 된다.
이처럼 본래 한자로만 이루어진 말에서 한두 자를 엉뚱한 우리말로 바꿔 써 불구의 말을 만들어 내는 일이 흔하다.
“이 원더우먼은 판타스틱할 뿐 아니라 테레사 수녀를 닮은 구석까지 있으니 양수겹장, 재색겸비다”에 보이는 ‘양수겹장’과 “충남도내 의료원, 야밤도주 환자 급증”에 나타난 ‘야밤도주’도 그런 예 가운데 하나다.
“장기에서 두 말이 한꺼번에 장군을 부르는 일”을 뜻하는 말은 ‘양수겹장(兩手겹將)’이 아니라 ‘양수겸장(兩手兼將)’이고, “남의 눈을 피해 밤에 몰래 달아남”을 뜻하는 말은 ‘야밤도주(夜밤逃走)’가 아니라 ‘야반도주(夜半逃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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