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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민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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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란'은 기생 오유란과 평양감사 사이에 벌어지는 경쾌하고도 코믹한 사랑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한 총리는 이날 여권 일각에서 대선후보로 거론되고 있다는 질문에는 ‘평양감사도 본인이 싫으면 그만이다. 총리가 끝나면 그동안 봉사도 많이 했으니 쉬면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싶다’고 답했다.”
“‘평양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이라는 속담이 있다.”
그래도 이 나라에서 방귀깨나 뀐다는 언론이 보도한 내용이다. 하지만 이들 문장의 ‘평양감사’는 바른말이 아니다. 심하게 얘기하면, 참 ‘무식’한 얘기다.
조선시대 종2품의 벼슬로 ‘관찰사(觀察使)’ ‘도백(道伯)’ ‘도신(道臣)’ ‘방백(方伯)’으로도 불리는 ‘감사(監司)’는 오늘날 ‘도지사’에 해당한다. 그러나 조선시대 평양은 ‘도(道)’가 아니라 전국 5곳의 도호부(都護府) 중 하나였고, 그곳의 수장은 종3품의 ‘도호부사(都護府使)’였다. 즉 평양 관아의 수장은 ‘도호부사’이지 ‘감사’가 아니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평양감사’의 바른말은 무엇일까? ‘평안감사(平安監司)’다. 평양을 포함한 그 주변을 통틀어 이르는 땅 이름이 조선8도 가운데 하나인 ‘평안도(平安道)’이고, 그곳의 수장이 바로 ‘평안감사’인 것이다.
‘평양감사’가 바른말이 아님을 현대의 예에 비유해 보면 이렇다.
현재 경기도의 도청 소재지는 수원시이고, 조선시대 평안도 ‘감영(監營)’이 있던 곳은 평양이다. 경기도 도지사가 수원에 있는 경기도청에서 직무를 본다고 해도 그를 ‘수원지사’로 부를 수 없듯이, 평안도의 감사가 평양에 머무르며 백성을 보살핀다고 해도 그를 ‘평양감사’로 부를 수는 없다.
이처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언론들이 저지르는 우리말글 훼손 행위는 이미 범죄의 수준을 넘어선 지 오래다. 깊이 반성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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