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는 '꽁지'가 없다

엄민용 기자의 '말글 산책'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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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대한 이야기 마지막 회다.



우리 몸에는 오장육부가 있다. 오장(五臟)은 간장·심장·비장·폐장·신장을, 육부(六腑)는 위·대장·소장·쓸개·방광·삼초를 이른다.



한데 이 ‘오장육부’를 ‘오장육보’라고 잘못 말하거나 쓰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한 포털 사이트 지식검색창에 ‘오장육보란 무엇무엇무엇을 말합니까?’라는 질문이 올라 있을 정도다.



오장육부를 오장육보로 잘못 쓰는 것은 <흥부전>에 나오는 “사람마다 오장육보로되 놀부는 오장칠보인가 보더라. 어찌하여 칠보인가 하니 심술보 하나가 왼편 갈비 밑에 주먹만하게 딱 붙어 있어…”라는 표현 때문인 듯하다. 그러나 여기서 오장육보라 한 것은 ‘심술보’와 말꼴을 맞추기 위해 그리 쓴 것이지, 실제 우리 몸이 오장육보로 이뤄졌다는 뜻은 아니다. 문학적 표현인 것이다.



더욱이 ‘심술보’는 “심술이 많은 사람”을 뜻하는 말이지, 신체 장기를 일컫는 말은 절대 아니다. 우리말에서 접미사 ‘-보’는 꾀보, 싸움보, 잠보, 털보, 먹보, 울보, 째보, 땅딸보, 뚱뚱보 등에서 보듯이 “그러한 특성을 지닌 사람”을 나타낸다.



우리 몸의 오장육부 중 하나인 폐를 다른 말로 ‘부아’라고 한다. 이 ‘부아’는 “노엽거나 분한 마음”을 뜻하는 말로도 쓰인다. 하지만 모 일간지의 칼럼에 실린 “아줌마의 몰상식하고 뻔뻔함에 은근히 부화가 치밀기도 했고…”에서 보듯이 이 ‘부아’를 ‘부화’로 잘못 쓰는 일도 흔하다. “화가 나다” 따위의 ‘화’가 연상돼 그리 쓰는 듯한데, ‘부아가 끓는다’거나 ‘부아가 치민다’는 말은 분한 마음이 있어서 속이 타들어 갈 듯하다거나 분한 마음에 숨을 고르게 내쉬지 못하고 가슴을 들썩거리는 모습에서 생긴 말이다.



우리 발목을 보면 마치 복숭아의 씨처럼 불쑥 튀어나온 부분이 있다. 흔히 ‘복숭아뼈’라고 하는 부위다. 그러나 이 ‘복숭아뼈’는 바른말이 아니다. 옛 문헌에 ‘복쇼아뼈’가 있는 것으로 보아 예전에는 ‘복숭아뼈’로 쓰인 듯도 한데, 현재에는 복숭아의 준말인 ‘복사’에 ‘뼈’가 더해진 ‘복사뼈’만을 바른말로 삼고 있다. 이리 되는 까닭에 대해서는 훗날 얘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꽁지뼈’도 흔히 틀리는 말이다. “등골뼈의 가장 아랫부분에 있는 뾰족한 뼈”를 가리켜 ‘꽁지뼈’라고 하는 사람이 많은데, ‘꽁지’는 “새의 꽁무니에 붙은 깃”을 이르는 말로, 사람에게는 있으려야 있을 수 없다. 사람의 것은 ‘꼬리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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