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X파일' 맞대응?
'검·경·언 로비사건' 관련 MBC 집중부각
시민단체들 "중앙, 의도된 보도 없어야"
김신용 기자
trustkim@journalist.or.kr
2005.08.24 10:55:11
중앙일보의 MBC관련 보도는 ‘안기부 X파일’에 맞대응하기 위한 의도된 보도인가?
중앙이 최근 ‘검·경·언 홍씨 로비사건’을 이틀 연속 사회면 톱으로 싣고 사설까지 다루는 등 MBC인사들의 비리연루 의혹을 비중있게 다루면서 이 같은 의문이 일고 있다.
실제로 중앙이 보도한 기사 및 사설의 제목에는 모두 ‘MBC’란 단어가 들어가 있어 ‘MBC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때문에 언론계에서는 이번 사건의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면서도, 사건의 본질이 왜곡되는 것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이 19일 논평에서 “중앙일보가 이번 사건을 MBC의 ‘X파일’보도에 대한 맞대응으로 활용하려는 수를 쓴다면 국민들의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 볼 수 있다.
중앙은 ‘검·경·언 홍씨 로비사건’을 19∼23일까지 모두 4차례에 걸쳐 이 문제를 다루면서 기사제목에 모두 ‘MBC’를 썼다. 또한 이틀 연속 사회면 톱으로 게재하면서 해설성 기사를 함께 보도했다.
중앙은 19일자 ‘MBC 거액 금품·향응 받고 인력송출업체 비리 방영의혹’, ‘간부 등에 3천5백만원 상당 현금·향응’ 등의 기사를 내보냈다.
또한 ‘MBC는 진상을 밝히고 사과하라’는 제하의 사설을 통해 20여일전의 ‘성기노출 생방송 사건’등을 다시 거론하며, 공영방송의 문제점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중앙은 이 사설에서 “일종의 뇌물수첩인 이 로비명단에는 전·현직 부장검사와 현직 검찰 직원, 경찰서장 등과 함께 MBC인사 6명이 올라있다(중략)”며 “MBC는 진실을 보도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앙은 20일 ‘MBC 직원 4명 “돈·향응 받았다’는 기사에서는 도표를 곁들여 ‘홍씨의 금품 및 향응 제공내역’을 상세히 다뤘다. 또한 22, 23일에도 이번 사건의 속보를 사회면에 2∼3단기사로 보도했다.
이에 앞서 중앙은 17일자 사회면에 ‘MBC 뉴스데스크 마루타 실험장면 실제아닌 영화의 한 장면’이라는 기사를 사진과 화면캡처사진과 함께 내보냈다. 중앙은 이 기사에서 MBC의 사과내용과 함께 “러시아에서 입수한 것을 진위확인도 하지 않고 보도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민언련은 19일 ‘검·경·언 로비의혹사건’에 대한 논평을 통해 “MBC는 자체감사를 통해 관련자들의 비위사실을 철저하게 밝히고, 문제가 있다면 엄격한 조처를 해야 한다”면서 “(한편으로는) 중앙일보가 MBC기자들의 비리연루에 초점을 맞춰 의도된 보도가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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