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파인더 너머] (235) 다시 닫힌 청와대 하늘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튿날 광화문 상공에 드론을 높이 띄웠다. 이날은 광화문 일대에서 드론 비행을 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었다. 경복궁 설경을 드론으로 담고 싶어서 12월 내내 하늘을 바라보며 눈이 내리길 기원했는데 눈 대신 화창한 날씨를 보이면서 결국 봄, 여름, 가을 사진으로 막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아쉬운 마음을 담아 그동안 하늘을 날아다니며 여러 풍경을 담아준 드론을 위한 인증사진을 남겼다.1964년부터 청와대와 광화문 일대 상공은 대통령 경호와 국가 보안 시설물 보호를 위해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됐다. 지난 정부에서 대통령…
[뷰파인더 너머] (234) 돌담이 품은 온기
제주에 갈 때마다 반복하는 작은 의례가 있습니다. 목적지는 늘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그저 가까운 오름을 골라 오릅니다. 높지 않은 곳에 서서 제주를 내려다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제법 멀리까지 열립니다. 정상에 다다르면 머리 위로 바람이 불어와 이마의 땀을 식힙니다. 그 순간 아무 말 없는 위로를 받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해거름의 제주는 그렇게 사람을 담담히 어루만집니다.하루가 저무는 시간, 제주올레 시작점이 있는 시흥리의 말미오름을 올랐습니다. 말의 머리를 닮았다는 오름은 가파르지 않아 찬찬히 걸어도 괜찮았습니다. 산책하듯 걷다
[뷰파인더 너머] (233) 뷰파인더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취미가 뭐세요?라는 질문에 돌아오는 단골 대답 중 하나는 사진이다. 옛날에는 필름도 따로 사야 하고, 인화소에 맡겨야 비로소 사진을 손에 쥘 수 있었다. 요즘에는 누구나 쉽게 사진을 찍는다. 꼭 값비싼 장비가 아니어도 휴대전화로 언제 어디서든 촬영하고 바로 결과물을 볼 수 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 근사한 음식을 앞에 둔 순간, 혼자 보기 아까운 풍경 앞에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카메라를 든다. 사진은 어느새 일상의 언어가 됐다.사진기자는 주로 어떤 장면 앞에서 셔터를 누를까. 계절따라 달라지는 풍경, 눈물이 담긴 재난 현장, 경
[뷰파인더 너머] (232) 새해 첫 보름달
해가 완전히 물러서기 직전, 붉게 빛나는 북한산 백운대 뒤로 2026년 병오년(丙午年) 새해 첫 보름달이 떠오릅니다. 석양은 길게 굴절된 붉은 파장으로 산을 덮었고, 백운대의 결은 불에 달궈진 듯 깊고 단단한 색을 띠고 있습니다. 밤이 오기엔 이르고 낮이 머물기엔 늦은 틈. 아직 낮의 시간이 남아 있다는 것을 증명하듯 한 등산객이 백운대 정상 바위를 향해 마지막 걸음을 내딛습니다. 붉은 산과 흰 달이 같은 프레임에 공존하는 순간, 끝과 시작이 충돌하지 않는 조화로운 균형을 사진에 담아봅니다.새해가 밝았습니다. 저무는 빛이 완전히 사
[뷰파인더 너머] (231) 오색 단풍의 마지막 고별사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박윤슬(문화일보), 이솔(한국경제신문), 고운호(조선일보), 박형기(동아일보), 이현덕(영남일보), 김정호(강원도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단풍은 가을이 되면 당연히 찾아온다고 믿어온 계절의 상징이다. 햇빛은 서두르지 않았고, 밤은 조금씩 길어지며 잎에게 색을 준비할 시간을 내주었다. 단풍은 그렇게 완성됐다. 성급하지 않은 시간 위에서 잎은 스스로를 비우며 속에 품은 빛을 꺼냈다. 붉고 노란 색은 자연이 제 속도로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였고, 우리는 그것을 가을
[뷰파인더 너머] (230) 마지막 순간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박윤슬(문화일보), 이솔(한국경제신문), 고운호(조선일보), 박형기(동아일보), 이현덕(영남일보), 김정호(강원도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마지막 순간은 언제나 예고 없이 우리 곁을 찾아왔다. 고향 땅을 사기당한 충격으로 기억과 목소리를 잃은 아버지와 그를 돌보는 아들, 그리고 이들을 취재하러 온 내게도 예외는 없었다.긴 이야기를 마친 아버지의 얼굴에는 피곤함이 가득했다. 병동으로 돌아가는 그의 휠체어를 붙잡고 아들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인사를 건넸다. 실낱보
[뷰파인더 너머] (229) 다시, 기본으로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박윤슬(문화일보), 이솔(한국경제신문), 고운호(조선일보), 박형기(동아일보), 이현덕(영남일보), 김정호(강원도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구독자 50만 크리에이터 천재이승국씨의 강연을 들었습니다. 그가 반복해 언급한 단어는 운과 사람이었습니다. 기회를 쥔 사람들이 자신의 영상을 보고 선택해 준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는 고백이었죠. 그래서 지금은 조회수 대신 누구에게, 어떤 영향을 남기는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됐다는 말이 오래 남았습니다.얼마 전 비슷한 경험
[뷰파인더 너머] (228) 마음 습관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박윤슬(문화일보), 이솔(한국경제신문), 고운호(조선일보), 박형기(동아일보), 이현덕(영남일보), 김정호(강원도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안녕하세요? 이 글을 우연히 읽고 계신 여러분께 안부를 묻습니다. 오늘은 연재 마지막 날입니다. 언제나 모든 일에는 끝이 있지만 섭섭합니다. 정제되지 않은 형태로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앞으로 또 있을까 싶습니다. 그동안 제 이야기를 하며 너무 개인적인 일을 말하는 건가 싶어 주저하기도 했지만 결국 누군가의 마
[뷰파인더 너머] (227) 느리지만 분명히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박윤슬(문화일보), 이솔(한국경제신문), 고운호(조선일보), 박형기(동아일보), 이현덕(영남일보), 김정호(강원도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절기상 첫눈이 내린다는 소설(小雪)이 이미 지났지만, 아직 늦가을 공기가 머문다. 햇빛이 내리는 붉은 벽을 따라 놓인 초록색 재배주머니에는 눈을 기다리는 메시지가 적혀 있다. 어린이집 아이들이 보리 씨앗을 심으며 겨울이 오면, 첫눈이 오면 새싹이 돋을 거라 들었나 보다. 아이들은 오가며 주머니를 바라보고 혹시 싹이 나지 않
[뷰파인더 너머] (226) '노을'이라는 선물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박윤슬(문화일보), 이솔(한국경제신문), 고운호(조선일보), 박형기(동아일보), 이현덕(영남일보), 김정호(강원도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서쪽 하늘이 붉게 타오른다. 후배가 이제는 바꾸라는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어본다. 왜 요즘은 저녁노을이 눈에 들어오는 걸까. 바쁘다는 핑계로 노을이 지는 하늘을 보지 못한 시기가 있었다. 붉게 물든 노을이 눈에 들어온다는 것은 노을을 바라볼 수 있는 일상의 여유가 이제는 생긴 것일까. 지금보다 더 힘들었던 10여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