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논문에 자녀 끼워넣기…중·고생 자녀 ‘스펙’ 쌓아주는 교수들
취재하면서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의문이 있다. 정말 교수들이 주장하는 대로 자녀가 연구에 조금이나마 기여를 했다면 문제 삼을 수 있을까. 생사람 잡는 것은 아닌가.확신 없이 기사를 쓸 수는 없었다. 자녀가 연구에서 맡은 역할에 대해 더 자세히 물었다. 대부분은 단순 작업을 담당했다고 인정했다. 평범한 고등학생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다시 물었다. “그럼 다른 평범한 고등학생에게도 그런 기회를 주신 적이 있느냐”고. 만족할 만한 대답을 준 교수는 없었다. ‘기회는 평등해야 한다’는 원칙이 여기선 통하지 않았다.이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고 최초보도 및 후속보도
밤 11시경 숙직실 문이 쾅쾅 울렸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 문제가 생겼다는 소식이 들어온 것이다. 사건사고랑은 거리가 먼 나였는데 오늘은 무슨 일인가 싶었다. 같이 철야를 서던 김장헌 카메라 기자와 무거운 눈꺼풀을 비비며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으로 들어서자 경비원이 막아섰다. ‘무슨 일이 있기는 하구나’ 생각이 들었다. 유족의 도움을 받아 실랑이 끝에 겨우 들어갈 수 있었다. 시작부터 걱정이 앞섰다. 카메라 기자가 동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신생아 중환자실이 있는 층에 다다르자 오열하다 쓰러진 유족들의 모습이 보였다. 보
대입 부정 배후에 ‘대치동 브로커’ 있다
2017년 11월 17일 익명의 제보자가 이메일을 보냈다. 서울 강남에서 활동하는 입시 브로커가 수천만원을 받고 장애인증명서를 위조하는 수법으로 학생들을 장애인특별전형을 통해 부정입학시켰다는 내용이었다. 맨 마지막엔 이런 구절이 있었다. “장애인이 대학에 갈 수 있는 길을 뺐었으니 정유라 입시보다 더 악질적이라고 생각해요.” 필자는 ‘아무래도 그렇지 어떻게 더 악질적일 수 있나’ 라고 생각했다. 장애인특별전형은 농어촌특별전형 등과 함께 사회배려자 전형에 속하는 대표적인 정원외 전형이다. 제보자를 직접 만나 해당 학교와 부정입학 학생
'교수 논문에 자녀 끼워넣기' 기획력 돋보인 역작 '호평'
제328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10개 부문에 60편의 작품이 출품돼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엄정한 심사 끝에 8편의 당선작이 최종 선정됐다.취재보도부문에선 JTBC의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고 관련이 심사위원들의 호평을 받았다. 상급종합병원인 대학병원 중환자실조차도 감염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사고 이후 신고절차도 지켜지지 않았으며, 신생아 중환자실 의료수가가 너무 낮아서 구조적으로 사고가 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제보를 받아 취재가 이어졌고, 시간이 지나면 드러날 내용이었다는 지적이 있긴 했지만,
18살 고교 실습생은 왜 죽음으로 내몰렸나
한겨레가 이민호군의 사망 사건을 첫 1면 보도하기 전, 10일간 병상에 있다 숨을 거둔 고 이민호군의 이야기는 사회면에 단신으로 소개됐다. 하지만 이 사건의 이면을 들여다본 것은 한겨레의 사회부 기자들이었다. 특성화고 학생들이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추모집회를 연 것을 계기로 ‘시민들이 촛불을 든다’부터 의제 설정을 시작했다. 고교 현장실습생이 안전을 돌봐줄 사람 없이 장시간 고된 노동을 했다는 사실을 10대의 노동인권 측면에서 5일 연속 1면 톱으로 보도했다. 제주지역 기자인 허호준 기자는 현장 상황을 빠르고 정확히 포착해 실시간…
삼성전자 직업병 첫 사망 54명 확인 분석
“삼성전자 직업병 문제는 이미 끝난 이야기 아닌가?” 저희 팀이 취재하면서 많이 들은 질문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언론에서 사라져버린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노동자들의 이야기. 고 황유미씨가 2007년 백혈병으로 사망한 이후 10년이 지났지만, 이야기는 현재진행형이었습니다. 지난 추석,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일했던 이혜정씨가 사망했습니다. 전신성경화증이란 희귀병이었습니다. 황유미씨의 죽음에서 이혜정씨의 죽음까지. 10년간 우리 사회가 바뀐 건 무엇일까요.우선 지난 10년간 보도의 흐름과 중요 사건들을 모았습니다. 2008년 산업안전보건
누가 18살 민호를 죽음으로 내몰았나
지난 11월9일 제주도소방안전본부에서 19살 남성이 공장 벨트에 목이 끼어 중상을 입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취재 결과 사고 업체는 제주시 구좌읍에 위치한 용암해수단지 내 음료 제조회사.노동자로 보기엔 피해자 나이가 어렸다. 정확한 경위 파악을 위해 사고 발생 공장으로 전화를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튿날 업체 본사로 전화를 걸었다. 회사 관계자는 ‘피해자가 아르바이트생이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단기 계약직”이라고 말했다. 사고 경위에 대해서는 ‘피해자가 기계 안으로 들어가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고 짧게 설명했다. ‘10대 노
견고하던 5·18 침묵의 카르텔을 깨뜨리다
지난달 초 5·18과 관련해 귀가 솔깃한 제보를 받았다. 5·18 민주화운동 행방불명자의 암매장과 전일빌딩 헬기 기총소사에 관한 내용을 알고 있는 당시 계엄군 지휘관이 전북 진안군에 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헬기 사격·전투기 출격 의혹을 조사하는 국방부 5·18특별조사위원회가 출범하고 5·18 기념재단이 행불자 암매장 발굴조사에 들어간 상황에서 해당 지휘관은 꼭 만나야 하는 사람이었다. 수소문 끝에 연락처를 확보하고 조심스레 통화를 시도했다. 신분을 밝히고 인터뷰 의중을 묻자 그는 “내가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며 사절했다. 다시…
불타버린 코리안드림
2014년 봄, 화상 산업재해(이하 산재) 관련 문제를 드러내기 위해 취재를 시작했다. 취재를 시작한 지 한 달 뒤, 경기도 부천에 사는 한 캄보디아 이주노동자로부터 같은 고향 출신의 화상 산재 피해자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며칠 뒤, 카메라 장비를 챙겨 포항으로 향하는 열차에 몸을 실었다. 해가 저물 무렵 도착한 포항의 이주노동자센터에서 화상으로 얼굴이 심하게 훼손된 피로르스 씨를 만났다. 화상 상처보다 더 큰 상처를 가슴에 안고 있었고, 눈에 맺힌 눈물 너머에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가 선명히 남아 있었다. 하지만 제대로 된
‘고교 실습생 사망사건’ 제주CBS·한겨레 이례적 동시 수상 눈길
광주일보 ‘5·18 침묵의 카르텔 깨뜨리다’ 기자의 끈질긴 노력 호평제327회 이달의 기자상은 많은 작품이 출품된 가운데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 1건, 방송 부문 1건, 지역취재보도 부문 2건, 전문보도부문 1건 등 5건의 수상작을 배출했다. 이번 출품작 가운데는 심사위원들의 평가가 엇갈려 최종 수상으로 이어지지 않은 작품들이 적지 않았다. ‘발굴과 격려’라는 시상 목적을 따져본다면 다소 아쉬운 대목이며, 취재 현장에서 저널리즘의 원칙을 지키면서도 더욱 사회적 파급력과 의미가 큰 보도를 위해 분발해주길 기대하는 심사위원들의 제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