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사생활의 시대는 끝났다
세상은 겁에 질렸다. 인터넷 때문이다. 언론은 연일 인터넷 때문에 우리의 사생활이 발가벗겨진다고 걱정한다. 인터넷과 사생활, 전혀 별개의 두 단어인데 이 두 낱말이 결합되면 사람들은 엉뚱한 네 글자 단어를 떠올린다. ‘감시사회’.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거대 기업 탓이라고 한다. 1949년에 출간된 조지 오웰의 소설 ‘빅 브라더’ 이야기도 반세기가 넘은 지금도 수없이 변주된다. 물론 인터넷을 쓰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든 구글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페이스북에는 하루에 5억명 이상이 접속한
캐스터, 플레이어, 팩트 파인더
비록 김용민 후보의 막말 파문이 선거의 대미를 장식하는 바람에 빛이 약간 바래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번 4·11 총선의 전 과정에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이 미친 영향력을 무시하기 어렵다. 어떤 면에서는 그나마 야권에게 그 정도의 의석을 안겨준 것이기도 하고, 거꾸로 보수층의 결집을 가속화시킨 면도 있다.말로는 한국판 워터게이트 사건이라고 부르면서 언론은 이 사건의 진전에 어느 정도나 기여했을까. 아무래도 후한 점수를 받기는 어렵겠다. 좀 냉정하게 말하면 방송과 신문은 이 사건에서 ‘사실의 확인자’ 역
경제민주화, 지금부터 시작이다
한판의 드라마와도 같았던 19대 국회의원 선거가 드디어 결판의 날을 맞았다. 초반전은 경제민주화·재벌개혁을 앞세운 야당의 일방적 우세가 점쳐졌다. 하지만 중반전에 접어들면서 야당의 나눠먹기식 공천 실패를 틈타 여당이 역전에 성공하는 듯했다. 후반전은 전통적 지지층 결집에 나선 여당과 다시 전열을 재정비한 야당이 팽팽히 맞서는 혼전이 벌어졌다. 11일 밤에는 현재의‘여대야소’가 계속 유지될지, 아니면 ‘여소야대’로 뒤바뀔지 결정된다. 하지만 각당의 성적과 상관없이, 아니 오히려…
KBS교향악단에 대한 단상
“실력이 없다.” “따라주지 않는다.” 상임지휘자 함신익과 단원들의 갈등으로 파행중인 KBS교향악단 사태가 법정에 오르는 안타까운 지경에 이르렀다. KBS는 함 감독이 악단 단원 7명에 대해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으며, 법원에 업무방해 가처분신청도 냈다고 밝혔다. 지난 2010년 함 감독 취임 이래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는 KBS교향악단은 정기 연주회가 두 차례 취소됐고, 급기야 KBS이사회가 “100억원에 달하는 수신료로 운영되는 교향악단의 정기연주회 취
센다이의 김정수 리더십
재외동포재단의 김정수 이사는 얼마 전까지 일본 센다이(仙台) 주재 한국 총영사였다. 그는 지금도 지난해 3월 11일 오후 2시46분 이후의 상황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진도 9.0의 지진과 쓰나미가 덮친 후 하늘이 검게 변했다. 바람이 불면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하늘에선 까마귀가 울어댔다. 센다이 시내는 구급차 소리로 뒤덮였다. 관내 피해 상황을 파악하느라 정신이 없을 때인 오후 5시쯤이었다. 할머니가 아기를 안고 총영사관을 찾아왔다. 지진으로 부서진 집에서 간신히 어린 아이만 데리고 피신한 교포였다. 이어서 지진으로 거처(
벌어본 사람이 잃는다
지난해 10월 말, 학교 선배가 전화를 했다. 오랜만에 연락해서는 대뜸 OOO이라는 주식에 대해 물었다. 이 주식을 지금 팔아야 하느냐고. 지금 원금의 3분의 1이 날아갔다고 했다. 반등을 노리고 더 들고 있을지, 아니면 손실이 더 커지기 전에 팔아야 할지 몰라 답답한 마음에 전화했단다.처음 들어보는 주식이었다. 홈트레이딩시스템(HTS)으로 차트부터 살폈다. 600원 선 안팎이던 주가가 9월부터 급등했다. 한 달 만에 2600원을 돌파했다. 그러다 10월 들어서 급락세로 돌아섰다. 전화를 받았을 때는 주가가 10% 이상 떨어지고 있
북핵과 이란 핵의 ‘6자회담’
북미간 ‘2·29 합의’로 북미관계가 빠르게 진전되는 느낌이다. 양국이 우라늄 농축 동결조치와 식량(영양) 지원을 맞바꿨다. 반면 이란 핵문제는 지난 몇 주 동안 이스라엘이 계속 공습 가능성을 흘려 언제 전쟁이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국제유가는 이에 따라 요동친다. 한반도 문제는 안정화되는 국면이지만 중동의 이란 문제는 언제 폭발할지도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다.시계바늘을 조금만 더 돌려보자. 1994년 1차 북핵 위기가 발생했을 당시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은 북한의 영변 핵시설을 폭격하려고 했다. 정
문제는 지역이고 형평이다
경남 밀양에서 일흔셋 연세 되시는 어르신이 숨을 거뒀다. 2012년 1월16일 일이다. 밀양시 산외면 희곡리 보라마을 사는 이치우 어르신은 이날 저녁 8시 즈음에 분신 자살했다. 한전에서 마을 둘레에 76만5000볼트 송전철탑을 세우려는 데 반대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다. 장례는 3월7일로 예정돼 있다. 송전탑을 둘러싼 갈등은 2005년 시작됐다. 주민들이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가장 큰 까닭은 전자파 위험이다. 충남 청양군 화성 지역에서 전자파 위험은 현실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 마을은 76만5000볼트가 아닌 34만5000볼트
‘저커버그 프로젝트’보다 시급한 일
‘무어의 법칙’이란 게 있다. 1년 반 동안 반도체 성능이 계속 두 배씩 늘어나기 때문에 컴퓨터의 기계적 능력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논리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의 대통령 직속 과학기술 위원회는 독일의 컴퓨터 과학자 마틴 그뢰첼의 연구를 인용해 이런 발전 속도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1988년부터 2003년까지 15년 동안 우리가 쓰는 컴퓨터의 기계적 능력이 무려 1000배 발전했다는 것이다. 맞다. 삼성전자도 반도체를 잘 만든다.그런데 더 놀라운 건 같은 기간 컴퓨터의 계산능력이 4300만 배 늘어났다는…
정봉주법 vs. 나경원법
‘표현의 자유’가 희화화되고 있다. 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이벤트 수준으로 볼 수도 있지만 ‘정봉주법’과 ‘나경원법’으로 명명된 선거법 개정안을 보면 우리 정치권이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정치의 종속변수 정도로 취급하는 것 같아 가슴이 답답해진다.1월 9일 민주당 의원들이 제출한 일명 ‘정봉주법’은 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의 성립 요건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어떤 사실이 허위임을 알고 또 후보자를 비방할 목적이 있었음을 범죄 구성요건으로 명시해 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