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극우와 일본인, 그리고 우리언론
한 줄의 표현이 일본을 뒤흔들고 있다.국내 한 매체가 지난 20일 ‘아베, 마루타의 복수를 잊었나’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2차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대한 미군의 원폭투하가 ‘신의 징벌’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 일본의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일본 정부가 주한 일본 대사관을 통해 해당 언론사에 항의한데 이어 일본 정부의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정례 브리핑에서 “그런 인식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해당 칼럼의 취지는 아베 총리가 2차대전 때 생
법조기자와 취재원의 위험한 거래
올해 초 서울고등법원의 한 부장판사로부터 황당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자신이 맡은 사건의 변호사가 찾아와 “요즘 당신이 내 의뢰인에 대해 사실과 다른 말을 하고 다닌다는 말을 들었다”며 해명할 기회를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자신이 맡은 재판의 피고인에 대해 이야기를 한 적이 없던 부장판사는 순간 “어디서 그런 말을 듣고 오셨냐. 그런 말을 한 적도 없고, 해명도 들을 이유가 없다”며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섰다고 했다. 그만큼 변호인들은 그 부장판사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갖가지 소문을…
갑을구조와 언론의 책임
남양유업이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에게 고맙다는 절을 수백번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우스개 소리가 나온다. 대통령의 방미 기간 내내 전 언론의 지면과 화면을 도배했던 남양유업판 ‘갑을(甲乙) 문제’가 하루 아침에 사라지고, 윤창중 전 대변인의 방미 수행 중 성추행 혐의 및 도피성 귀국 논란으로 대체됐기 때문이다.과거에도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으며 전 국민의 관심을 끌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잊혀지는 일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경제적 강자의 약자에 대한 횡포라는 갑을구조의 모순이 이미 한계점에 도달했
가출 청소년 20만명 시대
최근 10대 청소년들의 범죄 수준이 어른 뺨칠 정도라는 뉴스를 보았다. 마트에 들어와 금고를 통째로 들고 달아나거나, 휴대전화 매장에서 스마트폰을 20초 만에 싹쓸이하는 대담함은 그렇다고 치자. 일부러 교통사고를 내 합의금을 뜯어내는 수법으로 3년 간 1억원을 챙겼다는 10대들, 또래 소녀에게 성매매를 시킨 뒤 상대 남성을 협박해 돈을 빼앗았다는 10대들 이야기를 접하고 나면 무슨 성인 범죄 집단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아 섬뜩하다. 이들은 거의 대부분 가정을 떠난 가출 청소년이다. 놀랍게도 국내엔 이런 가출 청소년이 20만명이나 된다
게리 새모어 총장의 조언
게리 새모어 하버드대 벨퍼과학국제문제연구소 사무총장은 지난 20년간 한반도 안보상황을 지켜본 미국의 대량살상무기(WMD)전문가다. 1차 북핵위기 당시인 1993~1994년 미북 제네바 합의가 맺어질 때 미국 대표단의 일원으로 활동했다. 미국에서 영향력이 큰 외교협회(CFR)의 부회장을 거쳐서 2009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발탁돼 백악관 WMD 정책조정관(차관급)으로 일했다. 지난 4년간 오바마 대통령이 WMD와 관련된 결정을 내릴 때 그를 보좌했었다. ‘핵 없는 세상’을 주창한 오바마 대통령의 생각을 누구보
한국전쟁 정전 60주년에 맞는 봄
북한 미사일 정국 등 한반도 긴장 상황에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한·중·일 동북아 3국 순방을 마무리했다. 최근 일련의 상황은 한반도 문제에 대한 미·중 두 나라의 자기장을 다시 확인할 수 있는 계기였다. 아니나다를까 미국 공화당의 매케인 상원 의원은 이번 사태를 한마디로 정리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의 위협이라기보다는 중국이라고 적시했다. 케리 장관이 중국에서 더 큰 대북 압박을 요구했으나 일단 미·중 양국이 ‘평화적으로 한반도 문제를 함께 해결하자’는
진주의료원 노조는 왜 ‘강성 귀족’으로 공격받는가
새누리당 소속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처음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을 밝힌 2월26일에는 ‘지나친 누적 적자’가 원인이라고 했다. 그러다 4월3일 휴업을 발표하면서는 ‘강성 귀족 노조’로 탓을 돌렸다. “공공의료기관이 아니라 강성 귀족 노조의 병원이며 이를 위해 혈세를 낭비할 수는 없다.”진주의료원은 2008년부터 올해까지 6년 동안 임금 동결 상태다. 체불 임금 또한 일곱 달치를 넘는다. 대부분이 2000만~3000만원 빚을 졌으며, 대리운전 알바를 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빛의 속도’로 혁신되는 소프트웨어
예전에 미국 실리콘밸리의 페이스북 본사를 취재할 때였다. 이 회사 직원 한 명이 자신들에겐 크게 두 가지 과제가 주어진다고 했다. 첫째는 ‘스스로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할 것’이고, 둘째는 ‘스스로 하기 싫은 일은 기계가 하도록 만들 것’이었다.페이스북의 요구는 단순하지만 강력했다. 이 두 가지 가운데 하나라도 못하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회사를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하고 싶은 일을 맘껏 할 수 있는 페이스북 같은 직장에 다니기 위해서는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참고 하는 대신,…
성접대 스캔들의 비극
하루 24시간은 크게 세 토막으로 구분할 수 있다. 사람이 하루를 아무리 복잡하게 살지라도 3분의 1은 잠을 자고, 3분의 1은 일을 하며, 3분의 1은 생활을 한다. 그런데 잠을 자는 것과 일을 하는 것은 인간으로서 먹고 살기 위해 반드시 확보되어야 하는 피할 수 없는 영역이다. 방정식으로 치면 고정 상수와 같다. 따라서 사람의 인생을 결정짓는 변수는 나머지 3분의 1인 ‘생활의 영역’이 된다. 이 영역을 어떻게 꾸미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삶의 색깔은 시간이 지나면서 확연히 달라진다. 어떤 사람을 판단하려면…
경제개혁 포기의 데자뷰
2002년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노무현 후보가 승리한 직후 캠프의 핵심인사들을 불렀다. 노 당시 당선인은 새정부 국정방향과 관련해 “정치·사회개혁을 반드시 하겠다”고 천명했다. 당시 자리를 같이한 인사는 “순간 경제개혁은 물 건너갔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결국 경제개혁을 주장한 인사들은 대부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배제됐다. 또 노 대통령은 얼마 뒤 “권력은 시장에게 넘어갔다”며 경제개혁 포기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로부터 10년이 흐른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