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레슬러의 의리
북한과 일본이 일본인 납치자 문제의 전면조사에 합의하면서 북·일 관계에 훈풍이 불고 있다.북·일 양측은 지난달 26~28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국장급 협의를 열어 일본인 납치자 문제를 전면 재조사하기 위한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키로 합의했다. 또 조사가 개시되는 시점에 일본이 취하고 있는 독자적 대북제재를 풀기로 했다. 합의가 순조롭게 이행되면 국교 정상화 협상으로 발전시키기로 했다.한국과 미국으로서는 북핵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본이 지나치게 북한 페이스에 말리는 것은 아닌지 예의주시하지 않을
판사의 자질
지난해 평소 친하게 지내왔던 취재원으로부터 다급한 연락이 왔다.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한 피고인이 항소해 사건이 서울고등법원으로 넘어왔는데 재판장이 조금 이상한 것 같다는 하소연이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보라고 하니, 재판장이 너무 피고인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게 수상하다고 했다. 아무래도 피고인쪽 변호인이 재판장에게 손을 쓴 게 아니겠냐고 했다. 도대체 어떤 재판부에서 사건을 맡았길래 취재원이 이런 하소연을 하나 싶어 사건번호를 알려달라고 했다. 사건번호를 넘겨받아 담당 재판부를 확인한 필자는 취재원에게 “절대 변
삼성 앞이 전쟁터처럼 되지 않으려면
서울 서초동 삼성타운에는 글로벌기업 삼성전자의 본사가 있다. 이곳에서는 지난달 19일부터 삼성전자서비스 하청노동자 수백명이 철야농성 중이다. 매일 아침 출근시간마다 장송곡이 울리는 가운데, 최근 자살한 동료의 영정사진을 가슴에 안은 노동자들이 노조활동 보장과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삼성돌이’를 한다. 시위 노동자들과 삼성 사이에서 수많은 경찰과 경찰차들이 방패막이를 한다.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이 모습은 한국 노사관계의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노사 갈등의 부작용은 단순히 파업 등으로 인한 생산손실 차원을 넘
뉴스와 루머, 그 사이에서
‘뉴스에 대한 욕망은 인간의 본능이다.’ 언론학자들로부터 미디어에 관한 최고의 역사 교과서로 손꼽히는 ‘뉴스의 역사’란 책에 나오는 말이다. 저자인 미첼 스티븐스에 따르면 미디어의 역사는, 뉴스를 향한 인간의 본능을 충족시키기 위한 ‘시간’을 단축시켜온 역사와 다르지 않다. 입소문에서 인쇄물로, 인쇄물에서 라디오와 텔레비전으로, 라디오와 텔레비전에서 인터넷으로의 변화가 바로 그것이다. 현재 인류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한 SNS의 시대를 맞았다. 그의 말대로 뭔
그들의 불로소득과 지급되지 않은 근로소득
삼성전자서비스센터 노동자 염호석씨가 자살했다. 자기가 살던 경남 양산을 떠나 강원도 정동진에 가서 죽었다. 해가 뜨는 그곳에 간 까닭을 염호석씨는 ‘빛을 잃지 않고 내일도 뜨는 해처럼 이 싸움 꼭 승리하리라 생각해서’라고 유서에서 밝혔다. 염씨가 소속돼 있는 전국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지금 파업에 들어가 있다. 노조 요구를 살펴봤더니 무척 단순했다. 생활임금과 노조 활동을 보장하고 사업장 위장 폐업을 철회하라는 정도였다. 염호석씨는 2010년 6월 삼성전자서비스 양산센터에 들어갔다. 2년 뒤 센터 사장이…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두 편의 단편을 소개한다. 하나는 한국의 젊은 작가 조해진(38)의 ‘빛의 호위’. 또 하나는 미국 레이먼드 카버(1938~1988)의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우선 ‘빛의 호위’에 대해서. 문학동네가 주관하는 올해 ‘젊은작가상’ 수상작이기도 한 이 단편은 나치 시절의 벨기에와 뉴욕과 서울의 지금을 넘나든다. 말하자면, ‘남은 자의 예의’에 대한 나지막한 목소리다. 우선 1940년의 벨기에. 유대인 동원령이…
시간·비용 줄이려고 안전 포기한 한국 금융
2006년 1월22일, 도쿄 인근 나리타 공항에서 한국인 승객 139명이 12시간 동안이나 농성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폭설로 인해 항공기가 결항되자 항공사인 JAL에 항의한 것이다. 국제공항에서 보기 드문 모습인지라 일본은 물론이고 전세계 언론에 상황이 보도됐다. 당시 승객은 모두 320여명이라는데 유독 한국인 승객 139명만 농성에 나서 화제가 됐다.외국의 국제공항이라 얘깃거리가 됐겠지만, 국내에서 항공기 결항이나 지연에 대한 항의소동은 지금도 여전하다. 폭우나 폭설로, 강한 바람이나 짙은 안개로 항공기가 뜰 수 없는 상황인데도…
세월호 비극과 박 대통령의 패션외교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눈을 의심해야했다. 지난 25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 자리에 등장한 박근혜 대통령의 튀는 ‘드레스코드’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해 참석자 모두가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를 애도하려는 듯 검은색 정장을 입었는데 유독 박 대통령만 화사한 파란색 정장을 걸치고 있었다. 상주(喪主)와 조문객이 바뀐 것 같은 이질감이 느껴졌다. 실제로 세월호 희생자를 위한 30초간의 묵념을 제안한 것도 박 대통령이 아닌 오바마 대통령 측이었다고 한다.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방한
국민 법감정에 고민 깊어가는 사법부
“무기징역 정도로 선고 안 하면 가만히 안 둘 걸요.”22일 현재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지 이레째에 접어들고 있다. 당장 현장에 갈 수 없는 법조 기자들도, 법원에서 여느때와 다름없이 재판을 하고, 판결문을 작성해야 하는 판사들도 모두 웃음기가 사라진 지 오래다. 초·중고생 자녀를 둔 판사들은 “아이들이 눈에 어른거린다”며 술 약속도 미루고 집으로 돌아갔다. 사고발생 다음날, 오후 8~9시가 되도록 기록을 검토하며 불을 밝히던 많은 법관들의 사무실이 닫혀 있었다. 오
임원 연봉공개의 두가지 편견
“연봉공개 대상을 확대하고, 보수 산정기준도 공개할 필요” “미등기임원까지 연봉공개는 포퓰리즘”.올해 처음 시행된 연봉 5억원 이상 등기임원의 보수공개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다. 야권과 시민단체들은 연봉 공개대상을 더 넓히고, 고액연봉을 지급하는 기준까지 공개하라고 압박한다. 반면 경제계와 보수언론들은 이를 포퓰리즘이라고 맞선다.연봉공개 제도의 정착을 위해서는 두 가지 편견을 극복할 필요가 있다. 먼저 보수가 많은 사람은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편견이다. 대다수 대기업들은 연봉공개를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