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들은 당연히 할 일을 하지 않는 것일까
학창시절 내가 제일 부러웠던 건 ‘어떤 것’을 하지 않으면서도 ‘아무 꾸중’도 듣지 않던 친구였다. 당연히 해 왔어야 할 숙제를 내지 않았는데도 이런 저런 핑계를 대는 친구의 변명에 선생님은 그냥 넘어갔다. 마땅히 했어야 할 공부를 하지 않았으니 시험 성적이 바닥이었는데도 선생님은 친구에게 ‘공부를 하라’고 꾸짖지 않았다. 내 기준으로 친구는 당연히 해야 할 것들을 하지 않았는데 불이익이 전혀 없었다.십여년 시간이 흐른 요즘도 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이’들을 보면서 한숨을 쉴 때가 많다. 물론 그 때처럼 부러운 건 아니다.…
단통법과 복합할부금융
1차선 외길 도로에서 택시 두 대가 맞닥뜨렸다. 멈춰선 택시는 어느 쪽도 물러나려 하지 않았다. 미터기 요금은 차곡차곡 올라가고 택시는 움직일 생각을 않는다. 양쪽 택시에 탄 승객만 속이 타들어간다. 마침내 두 택시는 서로 조금씩 차선을 벗어나 비켜가기로 했는데 때마침 나타난 교통경찰이 차선을 벗어나는 순간 딱지를 떼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최근 논란이 된 두 가지 이슈를 빗댄 이야기다. 바로 복합할부금융과 단통법. 내막을 설명하자니 하도 복잡해서 비슷한 상황을 우화로 연출해 보았다.단통법 논란은 이동통신사와 휴대폰 제조사가 보조금…
아직도 바라만 보니? 난 예술한다
# 덩그러니 맞닥뜨린 하얀 캔버스. 선을 그렸다 지워가며 바닥이 뚫어질세라 스케치를 하고, 비로소 채색에 들어간다. 비슷해 보이지만 같은 색은 하나도 없다. 파란색에 검은색을 조금 섞고 하얀색을 더 섞자, 오묘한 푸른빛 회색을, 흰색에 빨간색 여기에 연한 노란색을 한 방울 더하자, 뭐라 표현하기 애매한 정도의 따스한 분홍색으로 변신한다. 어디서도 본적 없는 이름도 없는 갖가지 색의 향연을 즐기며 ‘붓질’을 하는 동안은 이른바 ‘멍 때리기’의 연속이다. 그러다 문득 어느 순간 공간에 흐르던 음악 소리가 들리면서 잠시 접어놨던 고민이…
최고존엄이 존재하는 나라들
어느 사회나 건드릴 수 없는 성역이나 터부는 존재한다. 대개는 민족이나 종교, 역사적 인물 등이 그런 대상이다. 하지만 때로는 현재 살아 있는 인간이 신성불가침의 존재가 되는 경우도 있다.그것을 가장 잘 구현한 사회가 북한이다. ‘최고존엄’이라는 단어는 근래 남북관계에서 우리가 가장 자주 듣는 단어 중 하나다. 우리언론이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대해 비판적 논조를 보일 경우 북한의 모든 선전매체와 군부는 어김없이 최고존엄 모독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심지어 남한 신문사들의 회사명과 주소를 구체적으로 거명하며 불바다
개헌이 이뤄지면 경제가 살까?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개헌을 둘러싼 내홍으로 시끄럽다. 경제담당 기자로서 정치적 이슈와는 거리가 있지만, 이번 개헌 논의는 경제계에서 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다. 바로 개헌론자들이 말하는 개헌의 필요성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우리사회가 철저한 진영논리에 빠져서 지금 아무 것도 되는 것이 없다. ‘All or Nothing(전부 아니면 전무)’ 게임이기 때문에 권력 쟁취전이 발생하고 있다. 오스트리아식으로 (대통령이 외교와 국방을, 총리가 내정을 맡는) 이원집정부제로 권력을 분점해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
사이버 검열 파문이 억울하다는 검찰
검찰이 ‘사이버 검열’ 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 대응방안’을 발표한 것이 지난달 18일. 벌써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논란은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국민들의 뇌리에 이미 사이버 검열에 대한 공포와 불안이 깊숙이 새겨진데다 ‘할 말도 제대로 못하게 한다’는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것이라는 점에서도 논란은 쉽게 진화될 것 같지 않다.검찰은 무척이나 억울해 하고 있다. 논란 이후 여러 번에 걸쳐 진화를 위한 노력을 해 왔지만 결국 “카카오톡과 같은 곳은 실시간으로 감시할 생각이 없었고 그럴 능력도…
노벨문학상, 질문의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노벨문학상의 계절이 다시 지나갔다. 올해 수상자는 프랑스 작가 파트릭 모디아노. 수상 직후 소설가 조경란은 “내가 아무에게도 빌려주지 않은 몇 권의 책이 있다”로 시작하는 글을 조선일보에 보내왔다. 평론가와 소설가 글의 매력이 다른 법이지만, 이번에는 작가의 글을 선호했던 이유가 있다. 노벨상에 대한 관심과 질문이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에 대한 두 가지 생각 때문이다. 우선 하나는 ‘노벨상 콤플렉스’의 극복. 2년 전 김기덕 감독이 베네치아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았을 때 그런 칼럼을 쓴 적이 있다. 칸·베네치아·베를린 등 세계 3대…
KB금융에 장기집권을 許하라
KB금융지주 회장 선출을 둘러싸고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하기야 시가총액 15조원, 총자산 300조원 금융회사의 수장을 뽑는 일이니 ‘나 몰라라’ 할 일이 아닌 것도 사실이다.KB금융 회장은 한번도 순탄했던 적이 없었다. 황영기, 강정원, 어윤대, 임영록 역대 회장들이 모두 금융 당국의 징계를 받으면서 불명예 퇴진을 했고 새로 선임되는 과정에서도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나름 금융에 대해서 좀 안다고 하는 전문가들은 금융규제, 낙하산 인사, 관치금융, 조직 내 파벌, 노조의 월권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여기에 한 가지 이유를 더 보
정명훈의 피아노
물방울이 피아노 건반 위를 또르르 굴러간다. 멍하니 고개를 들었다. 아무 생각 없이 음반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집중했다. 아름다웠다. 익숙한 멜로디였지만 전혀 새로운 듯 방안의 공기를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드뷔시-달빛’ 달빛이 은은히 비치는 창가, 고요하게 일렁이는 물에 비친 달이 영롱하게 빛나는 순간으로 시작해 ‘쇼팽-녹턴’으로 빛을 뿌리더니 ‘베토벤-엘리제를 위하여’에 이르러 첫 마디에서 그만 숨이 막힌다. 체르니 30번쯤 치게 되면 누구나 친다는 그 흔한 ‘엘리제를 위하여’에서 가슴이 내려앉는 감동을 받다니 어찌 놀랍지 않
중국인의 제주 땅 매입과 무책임한 선동
묘한 느낌이 들었다. 한 시민단체가 지난 14일 제주도 전체 외국인 소유 토지의 40% 이상이 중국인 소유로 드러나자 원희룡 제주도 지사에 “더욱 거세지고 있는 중국인의 제주도 땅 매입 열풍을 잠재우라”고 강력하게 요구했다는 소식을 접하고서다.중국인들이 우리의 소중한 땅을 쓸어담고 있으며 이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큰 일’이 날 수 있다는 우려가 한국 사회에 빠르게 퍼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언론 보도도 이런 기류에 편승하고 있다. 제주도의 중국인 소유토지가 2009년 2만㎡에서 2014년 6월 현재 592만2000㎡로 급증하자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