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관 저널리즘의 한계 메울 ‘팩트 체크’
2012년 미국 대통령 선거의 핫이슈는 소셜 미디어와 빅데이터였다. 오바마 캠프는 뛰어난 빅데이터 분석 능력을 토대로 맞춤형 선거운동을 펼쳐 많은 관심을 모았다. 그렇다면 올해 미국 대선의 핫이슈는 뭘까? 흥행성 떨어지는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 두 후보가 이렇다 할 신선한 카드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주요 언론들의 ‘팩트 체크(fact check)’ 시도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달 열린 1차 대선후보 토론 때는 미국 공영방송인 NPR이 실시간 팩트 체크를 해 화제가 됐다. NPR은 구글 독스에 토론 발언을 옮
노벨문학상 야근, ‘쟁이’들의 밤
어쩌면 이 글은 기자협회보에만 어울리는 글이 될 것 같다. ‘선수’들의 푸념이나 사소한 자기만족에 가까운 글이 될 테니까. 주제는 노벨문학상 취재의 그 때와 지금. 16년 전 일이다. 해마다 노벨문학상 발표는 10월의 첫 주 혹은 둘째 주 목요일 밤 8시. 2000년 10월의 그 밤, 나는 10년 선배를 모시고 문학담당 2진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임무란 다름 아닌 국제부 텔렉스실에서의 뻗치기다. 편집국에서는 아직 인터넷도 와이파이도 의미 없거나 존재하지 않았던 시절. 지금처럼 각자의 노트북에서 한림원 홈페이지의 생방송을 실시간
한비자(韓非子)가 ‘김영란법’을 말한다
중국 한비자가 집대성한 법가(法家)는 사회적 관계성에 대한 고찰에서 비롯됐다. 인간에게는 본질적으로 사리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어 그대로 두면 공익을 편취해 나라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봤다. 나라의 안정과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선 상과 벌로 백성과 신하들의 탐욕을 제어해야 한다고 설파한다. “관리를 독려하고 백성들에게 위엄을 보이며 악과 위험을 물리치는 데 형벌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제자백가의 한 줄기에 불과했던 법가는 진나라의 통치 이념으로 전격 등용돼 꽃을 피우게 된다. 사마천의 사기(史記)는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법
김영란법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대한민국의 공기가 달라진 것 같다.”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 법) 시행 직후 한국사회의 반응이다. 사회 곳곳에서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풍속들이 나타나고 있다. 결혼식장과 장례식장을 가득 메우던 화환들이 사라졌다. 법인카드 손님들로 붐비던 고급식당들도 빈자리가 많이 보인다. 주말마다 손님들로 가득 찼던 골프장도 예약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 대신 건강한 두 다리와 함께 하고픈 마음만 있으면 언제든 가능한 등산이 더욱 성황을 이룬다. 부정한 청탁과 금품수수라는 ‘황사’로 오염된 대한민국의 공기가 깨끗해져가는 징조들이
핵발전과 지진 그리고 동북아 안보
자연재해는 때때로 인간의 예측을 뛰어넘는다. 그러니 자연 앞에서 인간은 절대 교만해선 안된다. 그동안 지진 안전지대라고 믿었던 한반도에서 지난 12일 강진이 발생했다. 경북 경주시 부근에서 각각 규모 5.1, 5.8의 지진이 연이어 발생해 우리 모두를 놀라게 했다. 다행히 큰 인명 피해는 나지 않았지만 경북·강원 동해안 지역이 활성단층 위에 놓여 있어 언제든 지진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전 국민이 똑똑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지진이라면 그저 바다 건너 일본의 문제인 줄만 알았던 한국인들이 처음으로 지진을 자신의 문제로 느끼
진흙 속에서 피어난 꽃, 신화가 된 부부
늦더위에 몸서리치던 가을의 문턱, 이중섭을 연이어 만났다. 학창시절, 그림에 영 흥미가 없던 나조차도 미술책 속 ‘황소’그림에선 ‘역동적인 조선인의 기개’가 느껴진단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졌던 기억이다. 그만큼 우리 모두에게 친숙하지만 어쩌면 거기까지일 수도 있었던 한 화가를 만나러 어느덧 20만명이 덕수궁을 찾았다. 일본에서 만들어진 다큐멘터리도 국내 관객들을 만난다. 이 정도면 탄생 90주년이라는 이유만으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한 화가에 대한 사랑이다. 이중섭의 삶은 왜, 어떻게 ‘신화’가 되었을까. 1916년 태어난 그의 생
페이스북의 알고리즘 변경과 낚시 제목
페이스북이 지난 8월 초 뉴스피드에서 낚시 제목을 추방하겠다고 선언했다. 본문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정보가 담겨 있지 않거나, 본문에 담긴 내용을 과장하는 제목 등이 제재 대상이라고 밝혔다. 낚시 제목을 많이 사용하는 매체에 대해 노출 알고리즘에서 불이익을 준다는 게 핵심 골자다. 이런 조치가 처음은 아니다. 페이스북은 2014년에도 낚시 제목과 관련한 조치를 취한 적이 있다. 당시엔 ‘읽는 시간’이 기준이었다. 제목을 누른 뒤 곧바로 떠나는 사람이 많거나 ‘좋아요’를 누른 뒤 곧바로 취소하는 사례가 많을 경우 낚시제목일 가능성이…
글 잘쓰는 의사를 편애하는 이유
고백해야 할 일이 있다. 글 잘 쓰는 의사들을 편애한다. 아마 시작은 아툴 가완디였을 것이다. 지난해 봄, 그가 쓴 ‘어떻게 죽을 것인가’가 국내에 번역됐다. 가완디는 옥스퍼드 대학에서 윤리학과 철학을 공부하고 하버드 의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철학자이자 의사. 그의 책 ‘어떻게 죽을 것인가’는 제목 그대로 ‘인간다운 죽음’을 어떻게 맞이해야 하는가를 기품있는 문장으로 말한다. ‘기품있는 문장’이라고 했다. 사실 세상에는 의사가 쓴 에세이도 차고 넘치고, 죽음에 관한 책들도 넘쳐난다. 하지만 많은 경우 그 책들은 단지 의사가 썼을 뿐
살찐 고양이를 잡는 法
상장사들의 올 상반기 보고서가 제출되면서 주요 기업들의 CEO 연봉이 공개됐다. 이 중에는 회사가 막대한 적자를 봤는데도 연봉을 올려 수십억 원의 보수를 받아간 사장들이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실적 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경영자 보수 원칙은 실종됐다. 구조조정이나 검찰수사로 몸살을 앓은 대기업 오너 경영인들도 버젓이 고액 보수 상위권에 올랐다. 미국에선 경영인 고액 연봉이 정치적 문제로 떠올랐다.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은 “CEO의 평균 연봉이 일반 직원의 300배나 되는 것은 문제”라고 비판하며 주요 선거 이슈로 부
한국과 미국의 부자증세론
“세금을 올리는 공약으로는 선거에서 이기기 어렵다.”정치인들이 흔히 하는 말이다. 하지만 미국 대선에서는 이에 상반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증세론을 펴는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감세론을 펴는 트럼프 공화당 후보에 앞서고 있는 것이다. 클린턴은 소득 최상위층에 대해 부유세를 부과하는 대신 중산층 세율은 현행 수준을 그대로 유지하는 공약을 내놨다. 반면 트럼프는 최상위 부자들에게 적용되는 소득세 최고세율을 낮추고, 최고 35%에 달하는 법인세율도 15%로 내리는 부자감세 공약을 내놨다. 클린턴은 부자증세를 통해 경제적 약자를 돕겠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