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페미 방치하며 민주주의를 말하는 역설
123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켜 내란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여부가 결정될 운명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 계엄 해제안 가결 직후이긴 했지만 실제로 이뤄졌던 국회 단전, 체포 대상 500명을 수거해 은밀히 처단하려 한 정황, 윤 대통령의 장기 집권 구상안 등 연일 속보로 업데이트되는 내용에 많은 이들이 가슴을 쓸어내리는 중이다. 그날 밤 계엄을 막지 못했다면 지금 어떤 지옥도가 펼쳐지고 있을까.현직 대통령이 주도한 불법 계엄 선포에 맞서 한국 사회를 지켜낸 것은 과거 계엄령과 국가 폭력의 역사를 기억하며 거리로 나온 시민들
트럼프 독주와 혼돈의 국제정세
2018년 캐나다에서 열린 G7 정상회담에서는 한 장의 사진이 화제가 됐다. 메르켈 독일 총리가 두 손으로 테이블을 짚은 채 트럼프를 응시하는 모습이었다. 메르켈 옆에는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유럽 정상들이 호응하는 듯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반면 앉아 있던 트럼프 옆에는 미국 관계자와 아베 일본 총리만 보였다. 메르켈이 트럼프의 양보나 결단을 촉구하는 듯하던 그 장면은 유럽의 견제력이 아직 남아 있다는 상징적 장면이기도 했다.2025년 국제무대에서 트럼프를 견제할 세력이 있을까. 현재로선 비판자는 거의 없고 친구를 자처하는 나라
진짜 '체육의 봄'이 오려면
변화를 상징하는 푸른 뱀은 자신의 해인 2025년이 시작되자마자 체육계도 뒤흔들었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당선인이 이기흥 회장의 3선을 막고 역대 최연소 체육계 수장이 됐고, 김동문 대한배드민턴협회 당선인은 우여곡절 끝에 선거에 참여한 김택규 회장을 꺾었다. 빙상계는 유승민 당선인보다도 1살 어린 이수경 대한빙상경기연맹 당선인이 이끌게 됐다. 선후배 관계에 나이까지 위계가 엄격한 체육계 분위기를 생각하면, 체육인들의 결정은 과감한 선택이었다.외면받았던 현장의 선택지난해 가을, 현장에서 만난 한 지도자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 지역 사
한국경제에 닥친 '퍼펙트 스톰'
2025년 푸른 뱀의 첫 해가 뜬지 한 달여가 흘렀지만 한국의 경제 상황은 칠흑같이 어둡다.대표 성적표인 한국 코스피 지수의 12개월 선행주가수익비율(PER)은 역사적 저점인 8배에 머무르고 있다. 지난 10년 평균 10배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는 턱없이 낮은 수치다. 한국 경제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우려가 여전히 짙다는 방증이다.지난해 말부터 급등한 환율도 여전한 리스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환율이 1470원 수준으로 지속될 시 올해 물가 상승률은 2% 이상 높아진다. 최근 상승 중인 국제 유가까지 더해지면 충격은 더 클
민주노총이 있어야 할 자리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내란성 불면증이란 신조어가 등장했다. 지난해 12월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민주주의 위기가 한 달째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내란죄 피의자인 윤 대통령은 관저를 요새화하고 체포영장 집행에 응하지 않고 있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백골단이란 단어도 2025년에 다시 등장했다. 9일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의 주선으로 국회 소통관에 모습을 드러낸 반공청년단은 백골단을 예하부대로 두겠다고 했다.이게 실화냐라는 반응이 나오는 일이 잇달아 벌어지면서 하루하루 절박하게 싸우거나 억울한…
을사년, 기후는 적이 아니다
을사년이 시작됐다. 그러나 새해의 문턱을 넘으며 바라본 세상은 그리 밝지 않다. 지난해, 지구 곳곳에서 벌어진 극단적인 기상이변은 기후위기가 이미 우리 일상 깊숙이 파고들었음을 다시금 상기시켰다.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전 지구 평균기온이 이미 1.5도 이상 상승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한반도 역시 기록적인 폭염과 국지적 폭우,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인한 폭설을 여실히 체감 중이다. 그런데도 기후 문제에 대한 관심은 잠깐 타오르다 쉽게 사그라진다. 총선을 앞두고 기후 공약이 주요 이슈로 떠올랐으나, 선거가 끝나자 곧바로 정쟁과 경제
국가무형유산의 소곤소곤 콘서트
전시나 체험은 많이 해봤지만, 무대에서 콘서트 식으로 작업 과정을 선보이는 건 처음이었어요. 이 새로운 버전의 공예를 관객분들이 어떻게 보셨을지 궁금합니다.12월13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의집 민속극장에서 국가유산진흥원이 주최한 국가유산 ASMR 콘서트-소리로 담아낸 국가유산이 끝난 뒤 만난 국가뮤형유산 매듭장 전승교육사 박선경씨(60)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날 매듭을 만들 때 필요한 과정인 다회치기를 선보였다. 가는 실을 꼬아 끈목(여러 올의 실로 짠 끈)을 만드는 과정이다. 여느 전시와 다른 것은 다회치기 과정에서 소리에 집
게임 체인저, 케이틀린 클라크
역사적으로 남을 만한. (Historic)미국여자프로농구(WNBA)에서 활약하는 케이틀린 클라크(22인디애나 피버)가 올해를 정의한 단어다.그는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올해의 선수에 뽑힌 뒤 한 단어로 올해를 정의해 달라고 요청받자 이처럼 말했다. 〈타임〉은 1927년부터 매년 올해의 인물을 뽑아왔고, 2019년부터는 올해의 선수도 따로 선정해 왔다. 2019년 맨 처음으로 미국 여자 축구대표팀이 뽑혔고, 2020년 르브론 제임스(농구), 2021년 시몬 바일스(체조), 2022년 애런 저지(야구), 2023년 리오넬…
용서받지 못할 자들
3일 밤 11시48분. 무장 군인들이 헬기를 타고 국회로 날아들기 시작했다. 새벽 1시18분까지 24차례에 걸쳐 230여명이 국회로 투입됐다. 창문을 깨고 국회 안으로 침투했다. 국회의원들을 끌고 가려 했다. 국회의 계엄령 해제 요구 결의를 막기 위해서였다. 이날 국회에만 685명의 병력이 투입됐다. 북한군의 습격이 아니라 우리 군 최정예 부대원들이 국회를 공격한 것이다.윤석열 대통령은 병력 이동 상황을 전화로 직접 챙겼다. 국회 점령이 뜻대로 되지 않자 그는 지휘통제실에서 직접 병력을 더 투입하라고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엄군
'래커 시위' 여대생은 어떻게 마녀가 됐나
여자대학교의 공학 전환 반대, 학내 성폭력 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는 여대 학생들의 시위가 3주째 이어지고 있다. 장기화할 조짐인 이번 여대 사태는 여성 전용공간을 수호하려는 20대 여성들이 다른 사회 구성원 모두를 상대로 대결 구도를 이루며 거의 일방적인 지탄을 받는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들 여성의 강경한 입장은 사회 전반 및 언론정치권의 시선과 선명하게 대립한다.전자의 여성들에게 여대란 국가가 지켜주지 않는 안전이 그나마 확보되는 곳이자, 여자가 아닌 사람으로 인식되는 환경에서 자유와 성장을 도모하는 해방의 공간이다. 불법촬영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