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4년 인사 대해부
2월24일. 두 달에 걸친 프로젝트가 끝난 아침, 피로가 몰려왔다. 팀원 중 한 명은 이날 아침 코피까지 쏟았다. 일간지 기자 생활 만 17년 만에 처음 해보는 두 달에 걸친 대작업이었다. 매일 밤 10~11시까지 자료와 지루한 싸움을 했다. 안개 낀 듯 눈앞이 침침, 고개를 쳐들고 게슴츠레 눈을 떠야 했다. 세로축 1000칸, 가로축 26칸의 엑셀파일을 돌리다 보니 툭하면 노트북이 서버렸다. ‘이게 과연 될까…’의구심까지 수시로 들면서 기자도, 노트북도 조금씩 피로가 쌓여갔다. 그간의 몸고생, 마
2012 겨울, 쪽방
‘기사를 쓰는 것이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2012 겨울, 쪽방>의 에필로그는 이렇게 시작한다. 모두 14편의 기사를 쓰는 동안 제일 많이 든 생각이다. 부담감과 막막함에 갈피를 못 잡고 휘청댈 때마다 격려와 조언을 아끼지 않고 길을 일러주신 김현준 사회부장과 사건팀장 이광철 캡께 먼저 감사드린다.겨울의 쪽방은 춥고 배고팠다. 방 안 온도는 항상 영하였고 한번 씻으러 나가려면 큰 결심을 해야 했다. 부족한 돈으로 먹을 수 있는 것 중엔 라면이 제일 나았다. 추운 데서 견디며 안 씻는 거야 사회부 사
증시는 지금 작전중
안철수 서울대 교수 멘토인 신 모씨가 지분을 보유한 W사료. 지난해 말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유포됐던 이 내용 때문에 수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무 근거도 없이 `안철수 테마주’로 분류되면서 연초에 불과 20일만에 주가가 약 150%나 올랐습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신씨는 안 교수와 별다른 인연이 없는 인물이었습니다.결국 누군가 의도적으로 작년 말부터 우성사료를 ‘안철수 관련주’로 지목해 주가를 띄운 셈입니다. 이런 와중에 대주주 일가는 지분을 고점에서 대량 매도해 개미들만 고스란히…
중국 탈북자 체포 북송 위기
2012년 2월. 중국 내 탈북자들은 대량 탈북사태가 시작된 1990년대 중반 이래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었다.허약하게 출범한 김정은 체제는 탈북을 체제 위협의 핵심 요소로 규정하고 이를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특히 한국행을 시도하다가 북송된 사람들 중 일부는 정치범수용소조차 보내지 않고 아예 감옥에서 말려죽이기 시작했다. 가족이 함께 북송된 경우엔 어린 자녀들까지 이런 식으로 죽어갔다.한국행을 시도하지 않은 경우에도 교화소에 보내 3년 형을 살게 했다. 교화소에서 3년 생존 확률은 반반 정도다. 그럼에도 김정은 체제의
동아 ‘탈북자 북송 위기’ 등 7편 선정
한국기자협회 한국기자상심사위원회(위원장 이효성 성균관대 교수)는 28일 제258회(2월) 이달의 기자상 심사회의를 열어 동아일보의 ‘중국 탈북자 체포 북송 위기’ 등 총 7편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시상식은 다음달 3일 오전 11시 서울시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린다. 다음은 수상작이다. ◇취재보도부문 △동아일보 주성하 기자 ‘중국 탈북자 체포 북송 위기 등 관련 기사’ ◇경제보도부문 △매일경제신문 김기철 기자 외 ‘증시는 지금 작전중’ ◇기획보도…
정수장학회를 공공의 자산으로
2011년 11월 30일, 부산일보의 윤전기가 멈췄다. 노사 갈등 때문에 신문이 결간된다면 대부분 사람들은 노조의 파업 탓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윤전기를 세운 것은 노조가 아니었다. 사측이었다. 회사가 신문 발행을 중단시키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부산일보를 소유하고 있는 정수장학회에 불리한 기사를 게재하려 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인터넷 홈페이지도 폐쇄됐다. 독자를 위해 온라인 서비스라도 정상적으로 제공해야 한다고 항의한 기자들의 주장은 묵살됐다. 사측은 신문이나 독자보다 소유주인 정수장학회의 눈치를 더 살피고…
남극대륙을 가다
해표 미소에 웃다가 크레바스 공포에 떨었던 변화무쌍한 남극의 매력, 결코 인간의 방심을 용납하지 않았다.미지에 대한 동경과 설렘, 동시에 두려움으로 출발한 남극취재는 2011년 12월 18일부터 2012년 1월 25일 기간 동안 극지에 대한 오해와 진실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뉴질랜드에서 남극 장보고 기지(남위 74도37, 동경 164도12) 건설예정지인 남극 테라노바 만까지 직선거리는 3600㎞. 오가는 여정 중에 러시아 스파르타호와 한국어선 정우2호 구조를 위해 항해한 거리를 포함하면 40일간 1만여㎞를 항해했다. 망망대해를
회색근로자 ‘특고’를 아시나요?
어느 날 아침 깨어보니 나는 대학교수가 아닌 ‘특고’라는 이름의 해괴망측한 자영업자로 변신해 있었다. 나는 교수 연구실을 빼앗겼고, 제자들은 나를 더 이상 교수라고 부르지도 않았다. 대신 그들은 나를 지식을 파는 영업사원으로 대했다. 나는 그들에게 따지지만 그들은 나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나는 갈수록 열등감, 불면상태에 빠져들고 급기야 실어증(失語症)에 걸려 병원에 입원한다.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을 떠오르게 하는 소설 같은 이야기지만 2012년 대한민국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실화다.
탐사기획 2012 트위플 혁명
연말이 되면 기자들은 ‘기획 독촉’에 시달린다. 기자라면 그 스트레스를 피하고 싶을 것이다. 연말·연초를 홀가분하게 보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을 것이다. 우리에게 그런 행운은 오지 않았다. 지난해 4월 만들어진 한겨레 탐사보도팀은 평균 월 1회꼴로 거대 사회 변동에 착안한 기사를 써왔다. 신년 기획을 주문받은 지난해 10월 말, 우리는 정말 한숨을 돌리고 싶었다.그러나 기왕 맡은 일이라면 특별히 잘 해내고 싶었다. 관성적으로 생산해 온 ‘신년 기획’이라는 영역에서 새 전범을…
멈춰 학교폭력
“지난 세월은 잊기 위해 살아온 시간이었습니다.”웃음치료사 진진연(41)씨의 말이다. 진씨는 중학교 때 당한 학교폭력의 트라우마에 20년을 갇혀 살았다. 자살기도만 5번, 그의 손목에는 지난 세월의 아픔이 고스란히 새겨져 있었다. 그를 통해 취재팀은 ‘학교폭력=범죄’라는 인식을 갖게 됐다. 대구 중학생을 자살로 몰아간 것은 단순히 그를 괴롭힌 가해자뿐만 아니라 폭력을 방치한 교사, 학부모, 사회 모두의 책임이었다. 무엇보다 학교폭력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 어른들의 인식이 가장 큰 잘못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