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정치공작 문건
2013년 상반기, 인터넷과 지면에 쓴 기사를 대충 꼽아봤다. 국정원 기사만 100건이 훌쩍 넘었다. ‘국정원 없이 올 상반기에 기자생활을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이른바 국정원 댓글 사건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황당한 사실을 보고 놀라는 건 기사를 본 독자나 취재한 기자나 똑같다. ‘박원순 서울시장 제압’, ‘반값등록금 영향력 차단’ 문건을 취재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확인 취재를 위해 만난 한 서울시 관계자는 “경찰 정보분석보고서도
주머니에 손 넣고…빌 게이츠식 악수
결례인가 문화차이인가.지난 4월22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인 빌 게이츠 테라파워 회장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이 반갑게 악수한 사진을 두고 논란이 일어났다. 빌 게이츠 회장이 주머니에 왼쪽 손을 넣은 채 악수를 한 게 문제가 된 것이다. 이 보도사진은 인터넷과 트위터를 통해 퍼져 네티즌 사이에서 삽시간에 ‘결례’, ‘문화차이’라는 상반된 반응이 나왔다.문화상대주의론적 관점에서 보면 빌게이츠는 친구 혹은 협력자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박 대통령과 편하게 악
환경의 역습? 한강·임진강 정체불명 ‘끈벌레’ 대량서식 국내 최초 확인
‘막막’에서 ‘희열’로, 다시 ‘열정’에서 ‘걱정’으로 뒤바뀐 한 달이었다.4월24일. 그저 막막했다. ‘끈벌레’라 불리는 유형동물이 한강 하류 경기도 구간(고양 행주대교 인근)에서 대량서식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생전 처음 접하는데다 끈벌레가 어떤 동물인지도 몰랐던 터라 어디서부터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막막했다. 4월25일. 특종을 잡았다는 생각에 희열을 느꼈다. 사실관계 확인 중 고양시가 해양수산부 산하 국립해양수산과
기아차 직원 세습 채용 합의서
광주의 몇 안 되는 소위 ‘좋은 직장’ 가운데 하나인 기아차에서 수년 만에 수백 명 단위의 신규 채용을 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은 올해 초였다. 일주일동안 지원자만 3만명 이상이 몰리면서 지역 사회 전체가 큰 관심을 보였다. 그런데 기아차 광주공장 노사가 정규직 자녀들에게 가산점을 주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는 소문이 흘러나왔다. 채용에 불공정 논란을 빚어왔던 세습 채용 규정이 들어간다는 소문에 취재는 시작됐다.사실 확인은 녹록치 않았다. 지난 2011년 현대차 노사도 세습 채용 규정을 합의했다가 비정규직들의 거센
보훈처, 임을 위한 행진곡 퇴출 계획
취재진은 지난달 24일 ㈔5·18 민주유공자유족회 사무실을 찾았다. 5·18 민중항쟁 33주년 기념행사 취재를 위해서였다. 해마다 5월이 다가오면 5월 관련단체를 찾는 것은 지역 언론사의 일상적인 ‘루틴 체크’다. 올해 33주년 기념식의 최대 화두는 사실상 5·18 추모곡인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여부였다.33주년 기념식과 관련 유족회원과 대화를 나누던 중 국가보훈처 직원 2명이 며칠 전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1호 사진의 비밀 - 김정은 체제 1년…노동신문 사진 전수조사
토요판이 생기면서 뜻하지 않게 사진기자가 지면에 긴 글을 쓸 수 있게 됐다. ‘1호 사진의 비밀-김정은 체제 1년…노동신문 사진 전수조사’라는 제목으로 동아일보 4월13일자 1, 2, 3면에 게재됐다.조금 엄살을 부리자면 이 기사를 쓰는데 10년의 시간이 걸렸다. 2003년 개성공단 착공식에 풀 취재를 가면서 처음으로 북한을 경험했다. 카메라 속에 들어온 ‘흰 저고리와 검정 치마를 입은 아가씨들’의 정체에 대해 뭐라고 사진설명을 붙여야 할지 몰라 허둥대며 북한을 너무 모른다고…
무죄와 벌
한겨레21 연재기획 ‘무죄와 벌’에서 단독 보도한 ‘보령 삼남매의 살인 허위 자백 사건’은 지난 2009년 2월 처음 알았다. 초등학교 1학년, 5학년생은 경찰 조사에서 “큰언니(누나)가 작은언니(누나)와 말다툼을 하다 밀어 넘어뜨렸고 작은언니가 사망했다. 뒤늦게 귀가한 엄마가 작은언니의 사체를 차에 싣고 나가 버렸다”고 진술했다.동생들에 의해 범인으로 지목된 큰언니도 “엄마가 실종됐다고 신고한 여동생을 사실 내가 죽였다”고 자백한다. 하지만 엄마
‘경찰 고위층 국정원사건 축소 은폐 지시’ 폭로 파문
전화벨이 울린 건 양구이가 맛있다는 종로구 필운동의 한 식당에서였다. 마주앉은 캡과 바이스 옆에서 노심초사 소(牛) 부속물을 뒤집느라 정신없던 찰나였다. 휴대전화를 집어든 캡의 표정이 잿빛으로 변했고 그 자리에서 나는 ‘그녀’가 감금됐다고 주장하는 역삼동 오피스텔로 내달려야 했다. 2012년 12월11일, 소위 국가정보원 대선개입의혹 사건은 그렇게 ‘발발’했다. 씹다만 양구이가 역류해 밤새 악취를 풍겼다.사건팀 내에서 강남라인은 전통적으로 가장 ‘모진’ 곳으로 불린다.
대기업 임원 승무원 폭행 파문
우연하게 들은 황당한 얘기 하나. 비행 중인 항공기 안에서 승무원이 맞았다. 그것도 비즈니스석에 탄 대기업 상무에게. 폭행 이유는 더 가관이었다. 끓여온 라면이 마음에 안 들었다는 이유였다. 애당초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생각했다.설마 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취재. 고상하고 높게만 느껴졌던 대기업 임원의 행패는 어이없게도 모두 사실이었다. 심지어 해당 임원은 이 일로 미국 입국까지 거부당했다. 모범이 되기는커녕 국가 망신만 시키고 한국으로 되돌아온 대기업 임원의 이야기에 분노를 느꼈다. 기사가 나던 날은 토요일이었다. 쉬는 날이었지만
연합 ‘경찰 고위층 국정원사건 축소…’ 출품작 중 가장 높은 완성도
KBC광주방송 ‘기아차 세습 채용 합의서’ 甲 역할 해온 노조 고발 호평제272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여느 때보다 많은 45편의 작품이 출품돼 올 봄에 그만큼 많은 이슈가 휩쓸고 지나갔음을 실감케 했다. 그 과정에서 기자들이 발품을 팔아 건져낸 아젠다들이 우리 사회의 구석진 곳을 들여다볼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언론 본연의 임무에 충실했음을 반영하는 증좌이기도 하다.연합뉴스의 ‘경찰 고위층 국정원사건 축소 은폐 지시’ 폭로 파문 기사는 취재원 보호에 역점을 두면서 국정원의 선거개입사건의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