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태양의 환상, 지워지는 농촌의 비명
오늘날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지방소멸 담론은 농촌 수탈을 정당화하는 편리한 알리바이다. 인구학적 통계를 근거로 농촌을 자연스럽게 도태되어야 할 구시대의 잔재로 취급하는 사이, 자본은 이 공간을 재생에너지 생산 기지이자 인공지능(AI) 산업의 배후지로 재편하고 있다. 녹색 성장과 에너지 전환이라는 세련된 이름의 수탈이 농촌을 파고드는 중이다.그 최전선에서 요란하게 등장하고 있는 것이 이른바 햇빛연금 성공 신화다. 이번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과 맞물려, 주류 언론은 특정 마을 사례를 농촌 재생 모델로 반복 보도한다. 유휴지 태양광 시
정부광고 집행내역 공개, 디테일이 필요하다
정부광고 집행내역이 당연하게 공개되는 지금의 현실은 거저 얻어진 것이아니다. 2020년 전국언론노동조합 지역신문통신노조협의회와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을 상대로 정보공개소송을 제기했다. 정부광고가 특정 언론사에 집중되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매체별 광고비 집행내역에 대한 공개를 요구했지만 영업비밀 등의 이유로 공개를 거부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이 소송은 국민의 세금은 책임있게 집행되고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2021년 공개 판결을 받는다. 그리고 언론노조와 정보공개센터는 더 이상의 비공개가 없도록 조
뉴스의 공정성은 리더십의 다양성에서
나에게는 꿈이 있다. 연초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여자 송해 선생이 되고 싶다고 한 이금희 아나운서의 바람이 실현되는 꿈. 시사 프로그램에서 손석희나 정관용 앵커처럼 백발을 멋들어지게 쓸어 넘기는 여성 진행자가 자연스러워지는 꿈(가능성이 높았던 CBS 김현정 앵커의 하차 소식은 많이 아쉬웠다). 그리고 언론계에서 여성 주요 보직자의 수가 절반이 되는 꿈, 아니 최소한 언론계에서 활동하는 여성 언론인 숫자에 비례하는 만큼만이라도 여성 임원이 보장되는 꿈. 무엇보다 이 꿈이 이뤄지는 여정에 역차별과 백래시의 반격 대신 응원의 마음이…
뉴스 크리에이터 시대, 언론이 선택해야 할 길
2026년, 전통 언론은 기로에 서 있다. 젊은 세대의 절반가량이 소셜미디어를 주요 뉴스 소스로 삼고, 기성 언론사가 아닌 개인 크리에이터로부터 신뢰와 진정성을 찾는다. 이 변화 앞에서 언론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미탈리 무케르지 소장과 노스웨스턴대 제레미 길버트 교수는 크리에이터를 적극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독자들은 언론사 이름이 아닌 개인을 따른다는 것이 핵심 논리다. 길버트 교수는 더 나아가 언론사를 크리에이터와 지원 서비스의 결합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뉴욕타임스가 기자를 영상 크리에이터
여성노동에 대한 언론 보도가 놓치고 있는 것들
여성운동과 여성학이 급부상하던 1980년대만 하더라도, 여성노동은 가장 핵심적인 의제였다. 당시 여성문제에 관심을 가진 여자 대학원생의 논문 소재가 상당 부분 여성노동일 정도였다. 여성의 노동 해방이야말로 여성문제를 해결하는 최우선 과제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본주의 모순이 한층 더 악화된 지금, 오히려 여성노동은 이전과 같은 위치에 있지 않다.언론 역시 관심을 가져야 하는 소재로 여성노동을 충분히 다루고 있지 않다. 기업과 자본가가 한국 사회는 물론 언론사에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을 뿐 아니라, 지난 윤석열 정부의 반
뉴스는, 지방 주도 성장을 할 수 있을까?
이재명 대통령이 신년사를 통해 제안한 대한민국 대도약을 위한 다섯 가지 과제의 제일 앞단을 지방 주도 성장이 차지했다. 국가 운영 패러다임을 수도권 중심에서 지방 주도로 전환하지 않으면 위기를 넘어서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대통령의 진단은 탁월하지만, 그것을 현실화하는 건 쉽지 않은 숙제다. 경제와 산업, 행정과 재정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을 가능하게 할 여론이 형성되고 의제가 확산되는 구조에서부터 요원한 일이다.지방 주도 성장은 수도권을 벗어난 지역에 공장을 더 짓는 문제가 아니라 지역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국가적 의제로 다루는…
내 마음속의 저울
은유적 표현으로서 양팔저울은 다양한 의미를 지닌다. 상충하는 가치들 사이에서 내리는 윤리적 판단의 경우, 흔히 저울질에 비유되곤 한다. 법의 여신 디케의 손에 들린 양팔저울은 공평과 정의를 상징한다. 그리고 양팔저울의 작동 원리와 거의 100%에 가까운 싱크로율을 보이는 법리가 있는데, 바로 이익형량이다.이익형량이라는 용어가 다소 생소할 수도 있겠으나, 다양한 분야의 소송에서 두루 사용되는 보편적 법원리다. 일례로, 면허 취소공공시설 설치와 같은 행정 분야에서 내려지는 각종 재량적 처분에 대한 적법성 판단 과정에서 공익과 사익 간…
정교분리? 특정종교'만' 문제일까
정교분리는 중요한 원칙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이다. 그런데 정교분리 선언이라니, 지금이 정말 21세기가 맞는지 의심스러운 일이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다.통일교의 국정농단 사태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통일교라는 특정 종교가 정치적 로비 문제로 회자되기 시작한 건,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부정부패와 연루되면서다. 통일교는 해외 교세 확장을 위해 윤석열 정부 측에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청탁했다. 이 과정에서 김건희 측에 총 8000만원 상당의 샤넬 가방과 그라프 목걸이가 전달됐는데, 전성배씨(건
광장의 목소리를 이어가는 언론의 책임
12월3일 내란 사태 1년을 맞아, 언론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당일의 기억을 환기하고 여러 시민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기획 보도를 수행했다.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당일의 긴급한 상황을 확인하고 여전히 남아 있는 내란 청산의 과제를 탐색하기도 했으며, 당일 국회 앞으로 달려온 여러 시민을 인터뷰하고, 당일의 현장 사진과 아카이브 소개, 1년만에 다시 모인 시민대행진 소식 등 다채로운 기획과 현장 보도가 이어졌다. 여러 인터뷰를 통해 시민들이 가진 민주주의에 대한 희망과 요구를 볼 수 있었다. 1년 전부터 지금까지 여러 목소리로 울려 제기됐
"국회의원 정치자금 데이터 다운받으세요"
10년도 더 전에 모 국회의원의 정치후원금 회계보고서를 정보공개청구한 적이 있다. 수수료를 내니 선관위가 개인정보 등을 지우고 스캔한 PDF 파일을 공개했다. 파일을 열어보니 이상한 것들이 눈에 띄었다. 주유소에서 이틀에 한 번꼴로 기름을 넣는 데다, 특정 주유소에서 한 번에 50만원, 100만원씩 결제하기도 했다. Ctrl+F를 눌러 주유소에서만 얼마나 썼는지 확인하고 싶었지만 불가능했다. PDF 파일이 글자 검색이 안 되는 이미지 스캔이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100장이 넘는 보고서를 종이로 인쇄해 포스트잇을 붙여가며 체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