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노동뉴스 '런던베이글뮤지엄 과로사 의혹' 보도, 고용부 근로감독 등 후속책 이끌어
제422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11개 부문에서 73편의 기사가 출품됐다. 특히 지역 취재보도부문에는 15편이 몰려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각 부문에서 올라온 기사들이 모두 빼어나 날이 갈수록 힘들어지는 언론환경 속에서도 현장 기자들이 빛나는 성과를 내고 있는 것 같아 반가움이 컸다. 반대로 기자상 심사를 하는 위원들의 고민은 그만큼 더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치열한 논쟁과 협의 끝에 이번에는 7편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취재보도1부문에선 매일노동뉴스 런던베이글뮤지엄 과로사 의혹 보도가 선정됐다. 최근 가장 핫한 곳 중 하나로 꼽
[이달의 기자상] 런던베이글뮤지엄 과로사 의혹
유명 베이커리 브랜드 런던베이글뮤지엄에서 청년 노동자가 과로사했다는 제보를 받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사고 이후, 회사가 고인과 유족에게 보인 비인간적 언행을 지켜보며 이 사안을 제대로, 정확히 알리고 싶었습니다. 기업의 책임을 명확히 밝히고, 유족과 고인이 받아야 할 사과와 정당한 대응이 외면되지 않도록 사실을 정확히 알리는 것이 기자의 책무라고 생각했습니다. 초단기 계약과 통제적 노무관리를 활용해 청년노동자들을 착취해 온 구조적 문제를 확인하며, 이번 사건이 우리 사회 뿌리 깊은 노동 현실에서 비롯된 사례임을 알게 됐습니다.사건이
[이달의 기자상] 제주 부장판사들 비위 의혹
올해 6월 한 법원 관계자의 제보가 있었습니다. 지난해 여름 제주지법 부장판사 3명이 근무시간에 술을 마신 것도 모자라 노래방에서 음주난동을 벌였다는 내용입니다. 처음에는 제보 내용을 선뜻 믿기 어려웠습니다. 설마 판사들이 이런 행동을 했을까 싶었던 겁니다. 하지만 수개월 취재 과정에서 실체가 점점 드러나면서 설마가 현실이 됐습니다. 법복의 권위가 깨지는 순간이었습니다. 평소 밤늦게까지 재판기록을 검토하고 판결문을 쓰느라 고생하던 판사들만 봐와서 그런지 충격적이었습니다. 한 사람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판결의 힘은 큽니다. 이런
[이달의 기자상] 이상경 국토차관, 갭투자의 민낯
이번 취재는 작은 의문에서 시작됐습니다.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고위 공직자의 재산 신고 내역을 검토하던 중, 몇 가지 석연치 않은 부분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처음에는 확신이 서지 않았습니다. 공직자 재산 신고는 공개 정보지만, 그것만으로는 실제 주소지를 파악하거나 거래 시점을 찾아내기란 어려운 부분이었습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정보와 재산 변동 내역이 일치하는 부분을 찾아 등기부등본을 확인해 일일히 대조하는 방식으로 취재를 진행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의혹과 사실 사이의 경계를 명확히 하는 것이었습니다. 부
[이달의 기자상] 경계선의 집
9월 경계선지능인 지원단체가 운영하던 대안가정에서 전 대표가 폭력, 성폭력, 노동착취를 일삼았단 제보를 받았습니다. 한 경계선지능인 피해자는 피해사실을 털어놓으며 2~3주만 더 있었으면 극단적 선택을 했을 것 같다고 고백했습니다. 가해자는 다수 언론과 예능프로그램에서 다섯 아이의 아버지라는 수식어로 유명세를 얻고, 경계선지능인 분야에서 입지를 굳혔습니다. 유명 작가가 설립자라며 명의를 도용했단 사실도 취재 과정에서 드러났습니다. 피해자들은 아버지로부터, 이 집으로부터 탈출하기까지 참 어려운 시간을 보냈습니다.취재진은 경계선지능인이…
[이달의 기자상] 매니페스토, 내일을 바꾸는 약속
대통령실이라는 출입처가 부끄러움으로 전락한 순간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123 비상계엄과 탄핵을 거치며 민주주의의 역행을 막고 싶었습니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누군가는 정책선거를 외치고 감시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어졌습니다. 20년 전 처음 국내에 매니페스토를 소개한 세계일보 선배들의 기사가 등대 역할을 했습니다. 역대 대선 공약을 확인하려던 정보공개 청구에서 뜻밖의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공약으로 제공할 정보는 없다고 통보했습니다. 유권자와의 약속이자 정치인의 임기 내 계약서라는 공약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는
[이달의 기자상] 피감기관서 축의금 받은 최민희, 본회의 중 '환급 문자'
10월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마주한 한 장면이 이번 보도의 출발점이었습니다. 국정감사 기간 자녀 결혼식으로 논란을 겪던 최민희 위원장의 휴대전화 화면이 보였고, 확인을 위해 각도를 바꿔 셔터를 눌렀습니다. 화면에는 피감기관과 정치권, 방송사, 대기업 관계자들의 축의금 명단과 액수가 적혀 있었고, 즉시 관련 인사와 의원실을 확인해 보도했습니다. 이후 의원실은 해명을 내놓았고, 국감 마지막 날에는 최 의원이 대국민 사과를 했습니다. 이번 보도를 계기로 국회의원과 피감기관 간 부적절한 관행이 명확히 드러났고, 청탁금지법 적용의 실효성도
SBS '순직해경 진실 은폐 의혹' 보도, 관계자들 끝까지 추궁해 진실 밝혀
제421회 이달의 기자상은 총 10개 부문에서 70편의 보도가 출품돼 총 7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특히 취재보도1부문과 지역 취재보도부문,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의 경쟁이 치열했는데 각각 11편, 10편, 14편이 출품돼 수상을 두고 각축전을 벌였다.취재보도1부문에서는 한겨레신문의 권성동, 세 차례 압박에 필리핀 사업 뒤집혔다 외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지 않은 분야를 꼼꼼하고 심도 있는 취재로 맥락을 짚어 이해를 도운 기사라는 평가를 받았다.또다른 수상작으로 선정된 SBS의 순직 해경 진실 은폐 의혹 보
[이달의 기자상] 순직해경 진실 은폐 의혹
9월11일, 인천해양경찰서 영흥파출소 소속 이재석 경사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갯벌에 고립된 남성에게 자신의 구명조끼를 벗어주고 끝내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이 경사를 영웅으로 칭송하는 기사가 쏟아졌지만, 저희 취재팀은 그 새벽 왜 이 경사 혼자 출동했는지, 왜 해경은 이 경사를 영웅으로 만들려 했는지에 주목했습니다.한 달간의 취재 끝에 드러난 건 구조적 문제였습니다. 파출소 CCTV에는 이 경사가 홀로 순찰차에 올라타 파출소를 떠나는 모습이 찍혀 있었습니다. 무전 녹취록에는 물이 차오른다, 추가 인력 지원이 필요한 것 같다라는 그의…
[이달의 기자상] 권성동, 세 차례 압박에 필리핀 사업 뒤집혔다
1년 전 시작한 명태균 게이트 취재가 여기까지 이어졌습니다. 한겨레21 취재2팀(전 탐사팀)은 명씨가 사용하던 PC를 확보했고, 현대로템이 명태균에게 청탁했던 문건을 발견했습니다. 기사를 쓰고나니, 현대로템의 모로코 철도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사업에 문제가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EDCF에 대해 더듬더듬 공부하면서 취재를 시작했고, 윤석열 정부 때추진된 EDCF 사업들을 계속 살펴보던 중 권성동이라는 이름을 들었습니다. 이후 자격이나 관련 직책도 없는 권성동 의원이 7000억원 규모의 필리핀 토목사업을 성사시키기 위해 압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