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자유지수 상승… 자축은 이르다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국제 비정부기구인 국경없는기자회(RSF)가 최근 발표한 2026년 ‘세계 언론자유 지수’ 보고서에서 한국이 조사 대상 180개국 중 47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61위에서 14계단 상승했다. 평가 기준인 정치적 맥락, 법적 체계, 경제적 맥락, 사회문화적 맥락, 안전 맥락 5개 분야 모두 점수가 올라갔다. 대통령 비판 보도를 하는 기자들에 무차별 검찰수사로 대응하고, 비판적인 방송사 기자를 대통령 전용기 탑승에서 배제하며, 종국에는 계엄을 선포해 모든 언론과 출판의 통제를 꿈꾸는 등 윤석열 정권의 시대착오적 언론 탄압 행태가 빚은 국격 추락의 수치심을 다소나마 극복할 수 있는 증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축은 금물이다. RSF는 이번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를 “언론자유와 다양성을 존중하는 자유주의적 민주국가”라면서도 “언론의 사업적 이해관계, 전통 등이 언론인들의 권력 감시 역할을 억제하기도 한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좋음’, ‘양호함’, ‘문제 있음’, ‘나쁨’, ‘매우 나쁨’으로 분류되는 언론자유 환경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3년 연속으로 ‘문제 있음’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권력으로부터 언론이 독립적이고, 진실 보도를 막으려는 어떠한 압력에도 언론인들이 보호받는 언론자유 선진국들에 비하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한국에서는 ‘허위정보’ 확산을 막기 위해 도입된 정부 조치들이 언론자유 단체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야당 시절 윤석열 정부에 대해 ‘입틀막 정권’이라고 비판했던 지금 정부 여당이 집권하자 돌변해 언론에 대해 적대적 태도를 보이는 점을 문제 삼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많은 언론단체와 전문가들이 언론자유를 위축시킬 것이라고 우려했지만 정부 여당은 끝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포함된 허위조작정보 근절법(개정 정보통신망법)을 통과시켰다. 여기에 더해 언론의 논평마저 반론보도 대상으로 포함시키는 언론중재법 개정까지 추진하고 있다. 대통령이 직접 SNS를 통해 정책에 대한 비판을 ‘고의적 가짜뉴스’라고 낙인찍거나, 심지어는 후보 시절 자신의 권력형 부정부패 의혹을 제기했던 보도에 언론상을 준 언론단체에게 상을 취소하라고 요구하는 일도 전례가 없다. 정부는 언론의 잘못을 탓하기에 앞서 왜 RSF가 이런 지적을 했는가를 돌아보기 바란다.


RSF가 한국의 언론 환경을 “포퓰리즘적 정치적 성향이 언론인 혐오를 부추긴다”, “정치 양극화로 ‘우리 편이 아닌’ 매체는 탄압받는다”고 평가한 대목이 눈길을 끈다. 정권이 물리력으로 비판 언론을 제압하는 시대는 아니지만, 언론 혐오에 편승해 정치적 지지자들로 하여금 비판을 봉쇄하도록 하는 최근의 권력 행태를 꼬집은 셈이다.


정론 추구보다는 정파적 이해관계에 충실한 유튜브, SNS 등이 여론 형성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면서 전통적 의미의 언론인들은 권력을 비판할 때마다 ‘총이 아닌 댓글’로 공격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정치권력이 비판 언론에 직접 탄압을 가하는 대신, 지지자들 뒤에 숨어 언론의 감시와 견제를 회피하려는 유혹이 커질 수밖에 없다. 불편부당한 잣대, 취재윤리의 준수, 치열한 사실보도만이 언론의 자유를 보호하고 권력 감시라는 언론의 본령을 지킬 수 있는 방패가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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