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도, 신뢰도 망치는 공감 없는 스포츠 행정

[이슈 인사이드 | 스포츠] 최형규 MBN 문화스포츠부 기자

스포츠에서 기억되는 게 승패와 결과라면, 스포츠 행정에서는 태도로 기억된다. 선수, 지도자, 또 그와 연관된 관계자에 팬까지 다양한 사람들과 이어져 있기 때문에 행정의 방향은 물론 태도도 중요하다. 최근 체육계에서 가장 큰 조직으로 꼽히는 대한체육회와 대한축구협회에서 벌어진 일들은 스포츠 행정이 얼마나 공감 능력을 잃고 있는지를 보여줬다. 그리고 공감 없는 행정은 체육계 개혁과 월드컵 성공이라는 결과, 그리고 이에 도달하기 위한 신뢰를 망치고 있다.

최근 대한체육회 김나미 사무총장은 경기 중 쓰러져 뇌사 상태에 빠진 중학생 복싱 선수의 학부모에게 “한밑천 잡으려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발언을 해 거센 비판을 받았다. 사고로 자식을 잃어가는 부모에게 돌아간 말이 위로도, 사과도 아닌 의심과 냉대인 것도 모자라 그 발언을 한 주체가 체육계 최상급 기관의 최고 실무 책임자라는 점은 적잖은 충격을 줬다. 사무총장 본인은 사퇴했지만, 이 사건이 남긴 상처는 끝나지 않았다. 선수 보호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했는지, 왜 피해자 가족은 사고 이후에도 싸워야 했는지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이 취임 후 줄곧 강조해 왔던 게 선수와 지도자, 현장의 보호였다. 대한체육회의 존재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모습은 선수보다 조직을 우선하는 문화였다. 사무총장은 책임을 최소화하려는 태도가 먼저였고, 체육회는 초기에 이 발언을 개인의 입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렇게 공감을 잃은 행정은 보호는커녕 피해자의 고통을 배가시켰다. 스포츠가 사람의 땀과 눈물 위에서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은 스포츠 행정은 신뢰를 잃었고, 유 회장이 외친 체육계 개혁도 타격을 입게 됐다.


공감 없는 행정으로 신뢰를 잃은 건 대한축구협회도 마찬가지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정몽규 회장 중징계 요구가 적법했다는 판결이 나오자 항소했는데, 이에 팬들의 신뢰는 다시 한번 떨어졌다. 협회는 ‘시간 끌기나 북중미 월드컵을 방패막이로 삼는 게 아니다’라며 다시 개혁과 혁신을 외쳤지만, ‘코끼리는 생각하지마’가 떠오르는 해명이었다. 첫 경기까지 한 달도 남지 않은, 국민적 기대와 응원이 모이는 지구촌 최고의 축제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협회와 대표팀을 향한 시선은 다시 차가워졌다.

최형규 MBN 문화스포츠부 기자.

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한 게 결과라지만, 결코 결과만으로 완성되지는 않는다. 땀과 눈물로 갈고닦은 실력을 경기장에서 선보이는 선수와 지도자, 그들을 돕는 가족들, 그리고 그들에게 열광하고 감동을 퍼뜨리는 팬의 목소리를 듣는 태도가 함께할 때 비로소 건강한 스포츠 문화가 만들어진다. 지금 한국 스포츠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권한이나 예산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기본적인 공감 능력일 것이다. 공감 없는 스포츠 행정은 결국 선수도, 팬도 떠나게 만든다. 그리고 신뢰를 잃은 스포츠는 더 이상 감동을 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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