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 없어 석기시대가 끝났을까

[이슈 인사이드 | 환경] 박상욱 JTBC 정책부 기자

에너지전환이 화두로 다시 떠올랐다. 2020년 탄소중립 선언 이후 한동안 헤드라인을 장식했던 것은 물론, 정부 내 조직명에도 들어갔던 에너지전환은 2년이 채 되기도 전 사라졌다. 이후엔 전 세계적으로 쓰이는 일반적인 표현임에도 이데올로기적 개념으로 치부됐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지 않아 에너지전환은 다시금 정부 내 조직명에 등장하게 됐고, 중동전쟁으로 인한 원유 수급 위기에 다시금 주요 뉴스에서 볼 수 있는 키워드가 됐다.

2020년의 에너지전환과 2026년의 에너지전환의 뉘앙스는 다르다. 엄밀히 따지면, ‘국내 한정’의 이야기지만. 2020년의 보도 속 에너지전환이 탄소중립과 함께 ‘온실가스 감축’의 수단으로 거론됐다면, 2026년의 에너지전환은 ‘에너지 안보’의 수단으로 거론되고 있다. 에너지전환이라는 개념 자체가 달라진 것은 전혀 아니다. 이를 활용하고, 이용하는 이의 관점이 투영된 것일 뿐.


전 세계 석학들은 일찍이 에너지전환이, 보다 세부적으로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기존의 에너지 관계를 재구성한다고 이야기했다. 화석연료의 지정학적, 기술적 특징에 따라 만들어진 에너지 시장과 무역의 패턴이 깨지게 된다고 본 것이다. Oil & Gas로도 불리는 화석연료에 비해 비대칭성이 덜한 특성상 많은 나라들이 에너지의 프로슈머(생산자+소비자)가 될 수 있고, 이는 에너지원을 무역 무기화하거나 에너지를 둘러싼 카르텔을 형성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든다는 설명이다.


우리나라가 에너지전환에 처음 주목한 계기는 무엇일까. 해외 주요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두 차례에 걸친 오일쇼크다. 에너지 안보에 대한 개념이 비로소 강조되면서 1977년엔 이전까지 상공부 산하의 동력개발국과 광무국으로 존재하던 조직이 동력자원부로 새롭게 출범했고, 이후 연두순시를 시작으로 에너지전환에 대한 대통령의 주문이 이어졌다.

“태양열 에너지의 개발과 보급에 주력하고, 광산의 안전대책에 만전을 기하라.”
-1978년 2월 15일, 박정희 대통령 동력자원부 연두순시 발언

“이제 우리는 태양열과 조력, 풍력 등 새로운 자원을 연구, 개발하는 데에도 적극적으로 힘써야겠다.”
-1978년 7월 20일, 박정희 대통령 고리 1호기 준공식 발언

2025년 기준 태양광 발전량 세계 4위인 일본은 우리보다 앞서 에너지원의 중요성을 체득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석유금수 조치로 인해 수급이 끊기면서 ‘대체유’로 송진을 이용하고자 국민들을 대상으로 송진 채취 캠페인을 벌였고, 우리나라 역시 일제에 의한 송진 수탈 피해를 입었다. 소위 ‘송탄유’라는, 실제 내연기관을 제대로 작동시키지도 못할 신기루를 좇은 일제의 만행에 여전히 한반도의 노송 다수는 수탈의 흔적인 ‘V자 상흔’을 안고 있다. 1차 오일쇼크 당시, 일본이 우방이 아닌 산유국들의 입장을 옹호했던 것 역시 당시의 교훈 때문이다.


에너지전환은 결코 따뜻하거나 포근한 개념이 아니다. 굳이 어울리는 형용사를 찾아 표현하자면 차갑고, 묵직하면서도 날 선 개념에 가깝다. 그럼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공급 위기가 찾아왔다고 무조건 절약만을 외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일찍이 기술사학자 조지 바살라는 1979년에 “에너지 사용량이 곧 문명화의 척도로 자리잡았다”며 다다익선의 개념이 체화됐다고 꼬집었을 정도이다.


오랜 기간, 원유 소비는 단기적인 증감의 반복 속에서도 증가세를 이어왔다. 하지만 공급 위기를 겪을 때마다 그 속도는 크게 늦춰졌다. 이 과정에서 전기화는 이미 오래전 결정된 에너지전환의 방향이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원유 생산국인 미국은 전 세계 태양광 발전량 2위, 풍력 발전량 2위, 원자력 발전량 1위이기도 하다. 자국산 셰일가스를 주야장천 강조하고, 다시금 원유를 무기화하려는 트럼프지만, 1990년 이래 미국 경제의 탄소 집약도가 가장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가장 빠르게 늘어났던 시기는 트럼프 1기 때였다.

박상욱 JTBC 정책부 기자.

그렇다면, 우리에게 에너지전환은 무엇일까. 산유국보다도 더딘 대응으로 우리가 얻는 것은 무엇일까. 글로벌 최상급 수준의 태양전지, 이차전지, 배터리 전기차(BEV) 기술과 더불어 전기화를 가속화할 인공지능(AI)의 ‘핵심 하드웨어 원재료’인 반도체 기술마저 확보한 우리에게 말이다.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화석연료와 헤어질 결심을 할 때일지도 모른다. 돌이 없어 석기시대가 끝난 것이 아닌 것처럼.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