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미심위 정치권력 외압 기필코 떨쳐내야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12일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방미심위)가 첫 전체회의를 열었다. 지난해 10월 출범했으나 여야의 위원 추천이 지연되면서 5개월 만에야 첫걸음을 뗐다. 정치권 늑장 추천으로 빚어진 피해가 막심하다.


출발부터 순탄치 않다. 국민의힘과 국회의장이 합의 추천한 김우석 위원의 상임위원 호선 여부가 논란이다. 김 위원은 윤석열 정부 당시 방미심위 전신인 방심위에서 정권을 비판한 언론사에 대한 중징계를 주도한 인물이다. 언론단체들과 일부 위원들은 자격 문제를 따지면서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16일 두 번째 회의에서도 이 문제가 매듭지어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도 위원회 구성 문제로 소모전을 벌이기에는 상황이 녹록지 않다. 1년 가까이 회의가 열리지 않아 심의 대상 안건이 산적해 있다. 방송관련 안건 8000여 건, 통신관련 안건 19만 건이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도박정보, 디지털 성범죄와 연관된 안건도 있어 확산을 막으려면 속도감 있는 심의가 이뤄져야 한다. 지방선거가 7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선거방송을 심의할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위) 구성도 시급하다. 지체할 겨를이 없다.


지난해 방미통위법이 제정되면서 방미심위는 위원장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한다. 위상이 높아졌고 그만큼 책임도 무거워졌다. 기존 방심위는 심의의 정치적 편향성·공정성 논란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그 정점을 찍은 것이 윤석열 정부의 방심위다. 류희림 위원장이 총대를 메고 정권 지킴이를 자처했다. 형식적으로라도 공정한 심사를 하겠다는 시늉조차 없이 편파적 심의를 남발했다. 정권이 비판적 언론인들을 소송으로 괴롭히는 동안, 방미심위는 비판 언론에 대한 중징계로 맞장구쳤다. 위원회가 ‘언론장악기구’로 전락한 수치스러운 기간이었다. 이른바 가짜뉴스 신속심의센터를 만든 뒤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총장 시절 부산저축은행 불법 대출사건 무마 의혹을 보도한 뉴스타파 보도를 심의한 것이 단적인 예다. ‘보도물’에는 적용하지 않던 통신심의를 뉴스타파 보도에 억지춘향식으로 적용하고, 뉴스타파를 인용 보도한 MBC, JTBC 등에 무더기로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이후 윤 대통령 방미 때 나온 ‘바이든-날리면’ 보도, 후쿠시마 오염수 보도 등 정권 눈 밖에 난 MBC에 대해 방심위가 내린 ‘줄징계’는 셀 수 없을 정도다.


류희림 방심위가 남긴 부정적 유산에 대한 뼈저린 반성 위에서 방미심위는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한다. 어떤 권력도 방송 길들이기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기 때문에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내란 정부를 청산했다는 이재명 정부 역시 다를 바 없다. 야당 시절 윤석열 정부의 ‘입틀막’을 비판했던 민주당은 집권하자 태도가 표변했다. 언론계, 시민사회단체들의 거센 비판을 외면하고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을 끝내 제정하지 않았나. 방미심위가 합법적으로 ‘가짜뉴스’ 심사할 길을 열어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우에 그치길 바란다.


방미심위는 민간 독립심의기구이지만 예산권과 인사권을 국가가 쥐고 있어, 심의가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 위원들을 여권과 야권이 나눠먹기 식으로 추천하기 때문에 사안마다 정치적 공방의 불씨를 안고 있다. 여론 지형이 불리해질 경우 이번 정부도 방미심위를 통해 비판 보도를 통제하려 할 것이다. 1기 방미심위의 어깨에는 정치적 독립성과 심의 자율성 확보라는 엄중한 책무가 지어져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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