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신문 기사와 관련해 사건이 접수됐다. 조정심리를 진행하려고 출석요구서를 발송했으나 ‘송달불능’으로 반송되고 말았다. 알고 보니 A 신문 주소지에는 초대형 백화점은 물론, 초고층 오피스타워가 들어서 있었다. B 신문 사례는 더 황당하다. 역시 사건 접수 후 조정심리를 진행하려고 출석요구서를 보내려 하니 등록된 발행인 주소지가 존재하지 않는 지번으로 확인됐다. 홈페이지에 있는 우편번호를 기준으로 주소를 수정해 출석요구서를 발송했으나 연거푸 되돌아왔다. 확인해 보니 그 주소지에서는 아파트 신축 공사가 한창이었다.
현행 신문법에 따르면 신문사 주소지는 필수적 등록 사항이다. 이렇게 정한 데에는 주소지를 기준으로 관할 관청이 정해진다는 행정 편의적 측면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법의 지배가 이뤄지도록 하기 위함이다. 디지털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법적 고지는 여전히 우편으로 이뤄진다. 주소지가 없거나 불명확하다면 각종 행정명령이 도달할 수 없고 소송이나 조정과 같은 피해구제 절차의 진행 역시 불가능하다. 주소지의 확보는 생각보다 훨씬 크고 중요한 문제다.
앞에서 제시한 사례들처럼 송달불능의 신문들이 늘어나고 있다. 신문사들의 주소지가 비정상적이라는 현실이 시사하는 바가 있다. 먼저 업계가 처한 열악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비정상적 주소지가 책임 회피를 위한 의도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무실 없는 신문사가 늘고 있다는 뜻일 수도 있다. 이런 신문이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투명성(누가 운영하는지) 및 책임성(연락 가능성) 정도는 확보되어 있어야 언론으로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현행 신문사 등록제의 효용성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 신문사 등록제의 역사는 60년이 넘었다. 1963년 정식 도입된 등록제는 세부적인 형태만 조금씩 변했을 뿐 골격에는 큰 변화 없이 지금까지 유지돼 왔다. 현행 등록제의 핵심은 신문을 발행하고자 한다면 그 필수적 사항을 관청에 반드시 등록해야 한다는 것이다. 등록은 허가보다는 약하지만 신고보다는 강한, 절충된 규제 방식이다. 이러한 등록제에 장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현황 파악이 쉽고, 관리에도 유용하다. 문제는 등록제의 장점인 관리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데에 있다.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신문사들의 법규 준수 실태 점검을 대대적으로 실시한 적이 있었다. 그 결과, 신문사 홈페이지 초기화면에 필요적 기재 사항을 충실하게 게시하고 있는 비율이 10.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10여년 전 상황이니 당시에 비해 인터넷신문 매체 수가 두 배 이상 증가한 지금은 상황이 더 나빠졌을 것이다. 한편 등록만 해놓고 1년 이상 발행하지 않거나 발행이 중단됐다면 법은 신문사 등록을 취소하도록 정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등록이 취소된 건수는 미미하다. 무엇보다 등록 과정에서 주소지와 같은 필수사항이 과연 사실에 부합하는지 실질적인 확인이나 심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제대로 관리하지 않을 것이라면 등록을 강제할 이유 또한 찾기 어렵다.
신문사 등록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다(박아란 외(2016), 디지털 시대 뉴스 미디어와 법제도, 한국언론진흥재단, 37~39쪽). 이유는 여러 가지다. 주무 관청에 번거로운 행정 업무만 가중할 뿐 제도에 실효성이 없다는 점을 들기도 하고, 영국이나 프랑스 같은 나라들에서 이미 19세기에 신문사 등록제가 폐지됐다는 점을 이유로 든다. 실제 프랑스에서는 진흥을 위한 임의적 등록제로 운영하고 있고, 영국에서는 진흥을 위한 등록제마저 시대적 상황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2015년 폐지했다. 이 외에도 등록제의 근거법에 해당하는 현행 신문법의 입법 목적이 규제가 아닌 진흥에 있는 만큼 규제적 성격이 강한 현행 의무적 등록제를 진흥 내지 지원을 위한 임의적 등록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한다.
모두 타당한 지적들인데, 등록제가 피해구제에 주는 장점만큼은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 등록제 덕분에 주소지 확보가 그나마 용이한 편이다. 법적 책임의 주체가 누구인지가 분명해야 한다. 특히 주소지의 진위만큼은 실질적으로 확인하고, 정기적으로 현행화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