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생중계하는 시대… 취재 방식 변화에 고민 깊어진 언론

각종 국정회의 등 유튜브 생중계
의중 명확히 파악, 오보 위험 줄어
'쇼츠'로 소비… 정책 정보 묻히기도

국무회의, 부처 업무보고, 수석보좌관회의 등 각종 국정 회의에서의 이재명 대통령 발언이 연일 화제다. 회의의 전 과정이 유튜브로 실시간 송출되면서 이목을 끈 장면과 발언을 재가공한 숏폼 영상도 바로바로 각종 SNS에서 소비된다. 이미 국민에게 모두 공개된 내용을 두고 기사를 써야 하는 기자들의 고민도 깊어진 때다. 취재·보도, 사후 브리핑을 통해서만 알 수 있었던 국정운영이 이제는 모두 생중계되는 시대, 기자들은 분명 새로운 취재 환경을 마주하고 있다.

지난해 12월11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당시 기획재정부, 국가데이터처 등 업무보고가 진행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생중계로 진행되는 업무보고였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그간 국무회의는 대통령 모두발언만 공개되고, 의결된 안건 등 회의 주요 내용은 사후 브리핑으로 전달되는 식이었다. 공개되지 않은 회의 내용은 기자들이 별도 취재로 알아낼 수 있었는데, 이재명 정부 들어 이제는 대통령과 장관들 간 심층 토의 과정이 여과 없이 생중계되고 있다. 사상 처음 실시간 라이브로 이뤄진 3주간의 부처별 업무보고는 이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여러 논란은 있었지만, 파격 시도라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가 주를 이뤘다. 이 과정을 현장에서 지켜본 청와대 출입기자들도 정책 결정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봤다. 장시간의 회의 생중계가 빈번해지면서 기자들 업무량도 자연스레 증가했다는 반응도 공통으로 나왔다.

◇“국정 공개 긍정적… 오보 위험도 줄어”
청와대 출입 경제지 A 기자는 “생중계를 따라가는 것만 해도 벅찬 감이 있고, 피로도도 올랐다. 대통령의 모든 말이 기삿감이고 가치가 있으니 챙겨야 하는 입장에서 부담은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밀실에서 벌어지던 일을 공개된 공간에서 투명하게 보여주는 것, 정책 결정이 어떤 논의를 통해 이뤄지는지 보여주는 건 굉장히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의중을 명확히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청와대 출입 종합일간지 B 기자는 “비공개 내용을 취재해 보도할 수 있지만 전해진 말이다 보니 와전되는 경우도 많았다. 사실 이 대통령도 그 점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어 생중계로 진행하는 것이라 들었다”며 “기자에게도 효용이 있다고 본다. 다 공개가 되니 어떤 맥락에서 그런 발언이 나왔는지 파악할 수 있고, 기사 계획을 짤 때도 조금 더 수월해진 면이 있다”고 말했다.

◇“정책 정보 묻히고 ‘쇼츠용’으로 소비”
다만 회의 모든 과정이 공개되며 단순 전달 목적의 보도는 가치가 떨어진 건 분명하다. 이 과정에서 기자들은 레거시 언론의 영향력이 더욱 줄어든 것을 체감하고 있다. 정치·사회적 중요한 쟁점은 묻힌 채 대통령의 즉흥·파격 발언, 기관장을 질책하는 모습 등이 더 부각되고, 곧바로 지지자들이 제작한 숏폼 영상이 올라오는 게 최근의 흐름이다. 청와대 출입 인터넷 매체 C 기자는 “정보가 과다하게 전달되다 보니 정작 강조돼야 할 메시지가 묻히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럼에도 기사를 쓰는 입장에선 조회수도 중요하니 자극적인 발언 위주로 기사가 나오고 정책적인 정보는 가려지는 면이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B 기자도 “현재 우리의 역할은 무엇일까 고민이 많다. 청와대 사람들을 취재해서 생중계 때 나온 대통령 말의 맥락과 배경을 해석하는 기사를 써도 지지자들은 ‘나도 그 생중계 봤는데 그 해석은 맞지 않다’고 불신한다. 전통적 취재력이 힘을 잃은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생중계가 대통령의 표정, 상황 위주의 ‘쇼츠용’, ‘스케치성’으로만 소비되고 있다는 폐해도 있다”며 “‘환단고기’ 논쟁은 정말 불필요한 논쟁이었고, 기자 질의에서 나온 이 대통령의 ‘어쩌라고요’ 발언은 말버릇이자 추임새였다. 신문에 박스 기사 정도로 작게 쓰일 만한 게 대서특필되는 격인데 국정 소통 차원에서도 바람직한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생중계되는 회의에서 나온 대통령 등 참석자들의 발언 중 수치나 내용상 오류가 빈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청와대 출입기자단 단체대화방에선 참모진들이 생중계에서 나온 잘못된 사실을 정정하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고 한다. C 기자는 “기사로 오류를 정정해도 문제는 사람들이 기사를 보기보다 이미 만들어진 숏폼 영상, 생중계 내용만 보고 사실로 인식한다는 것”이라며 “대중들이 잘못된 정보를 계속 가지고 갈 수 있겠다는 걱정도 든다”고 말했다.

◇청와대 따라 각 부처 회의도 생중계 동참
이재명 정부는 앞으로도 생중계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청와대 기조에 따라 각 정부 부처도 산하 기관 업무보고, 실국장 회의를 생중계하고 있어 부처 출입 기자들도 덩달아 변화된 취재 환경을 경험하고 있다. 세종에서 재정경제부, 산업통상부 등 경제 부처를 출입하고 있는 양민철 국민일보 기자는 “의사결정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정부 정책에 어떤 문제점이 있어도 당국자가 솔직하게 의견을 표현하기 어려울 거다. 직접 피해를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라며 “부처 생중계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도 의문인데 국민들이 좋아하는 정책들만 확대 재생산되거나 부풀려지는 측면이 있다. 기자들 입장에선 공개된 회의는 왜 공개를 했는지 장관의 의중을 살핀 보도를 하고 있고, 또 비공개 회의는 왜 비공개로 했는지를 취재하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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