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에 이어 또다시 경영진 유고 상태에서 대표이사 선거를 치르게 된 한겨레신문사가 새로운 리더십 선택의 기로에 섰다. 이번 선거는 특히 ‘현대차 기사 수정 사태’의 여파로 저널리즘 원칙부터 조직문화, 경영 전략까지 전방위적인 재건 과제가 제시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 한 표의 무게가 무겁다.
한겨레에선 오는 2월2일 선거를 앞두고 정남구, 박찬수, 김양진(기호순) 기자 3명이 대표이사 선거에 출마했다. 이들은 28일 후보자 토론회에 앞서 21일 1차 홍보물을 내고 한겨레 청사진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현대차 기사 수정 사태와 관련해선 세 후보 모두 편집권 독립과 저널리즘 원칙 수호를 강조했지만 구체적인 제도 개선 방안에선 차이를 보였다. 정남구 후보는 “사소한 오탈자 수정은 디지털 기사를 최종 배포한 부서의 장을 거쳐 이뤄지도록 하되, 더 무게 있는 수정은 반드시 취재기자의 기안, 담당 데스크, 뉴스룸 최고책임자의 결재를 거치도록 ‘지침’을 사규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신뢰 퍼스트’ 뉴스룸을 위해 △뉴스룸 간부 ‘멘토형’ 인재로 구성 △디지털 기사 선별 부서장 의견 반영 △‘독자 커뮤니케이션’ 조직 신설 △시니어 라이터 역할 수행할 ‘편집위원’ 직책 신설 △저널리즘책무실 주도의 ‘신뢰 제고 프로젝트’ 가동을 약속했다.
박찬수 후보는 저널리즘책무실의 역할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그는 “저널리즘책무실을 신설한 취지를 이해하면 편집인이나 편집국장은 기업 요청을 받고 온라인 기사 제목을 고치기 전, 또는 고친 후에라도 이 사실을 책무실에 알리고 준칙에 어긋나지 않는지 숙고했어야 한다”며 저널리즘책무실의 역할을 강화해 실질적인 저널리즘의 파수꾼 역할을 하도록 만들겠다고 했다. 또 이와 함께 △편집인 임명동의제 검토 △신속한 편집국장 지명 △소규모 ‘현안 토론 보드’ 상설화 △속보·기획 분리 전략 등을 제시했다.
김양진 후보는 광고와 편집 사이에 추가 게이트키핑 장치를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김 후보는 “광고주나 정치권 등 외부 기사 제목 및 내용 변경 요구에 대해선 최초 요청을 받은 사람이 담당 기자와 데스크, 부국장, 뉴스룸국장에게 알리고, 요청 사항과 변경 내역을 기록으로 남기도록 의무화하겠다”며 “아울러 저널리즘책무실에서 변경된 기사에 관한 기록을 검토해 조치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고품질 콘텐츠가 생산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며 △탐사기획영상팀과 가치실현지원팀 설치 △탐사 프로젝트 후원제 도입 △2030이 중심이 된 ‘넥스트 뉴스룸’ 신설 등을 공약했다.
경영 전략과 관련해선 세 후보 모두 한겨레가 종이신문 중심에서 벗어나 다양한 플랫폼과 사업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 특히 정남구 후보와 박찬수 후보는 경제 매체 창간과 보도전문채널 진출을 공통적으로 약속했다. 정 후보는 “경제뉴스는 독자에게 경제적 가치가 크고, 유료 구독 시장을 창출하기에 가장 유리한 특성을 지녔다”며 “한겨레 경제 매체는 기득권층에 경도돼 있는 다른 보수 경제 매체가 다루지 않는 많은 것을 다룰 수 있다”고 밝혔다. 박 후보도 “우리는 이미 경쟁력 있는 취재력과 제작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으며, 인터넷 방송 경험이 풍부하다”며 임기 내 보도채널 진출을 약속했다.
김양진 후보는 △전 직원 참여형 ‘영상 팟캐스트’ 제작 지원 △SNS 채널 전략 자산으로 재설계 등을 제시하는 한편 한겨레의 뿌리인 종이신문을 재발견하겠다며 윤전기 매각을 전면 재검토하는 중장기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 “호남은 수도권에 이어 한겨레 독자가 가장 많은 권역”이라며 호남판 신설도 공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