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통합미디어법 제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직속 통합미디어법TF가 출범 6개월여 만에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가칭) 초안을 발표했고, 방미통위는 최근 별도로 외부 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법제화 추진에 힘을 싣고 있다.
문제는 통합미디어법 제정 작업이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간 논의만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미 미디어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유튜브, 넷플릭스 등 글로벌 플랫폼을 미디어법 체계 안으로 포함시키고, 국내외 사업자 간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취지의 법제화는 여러 번 시도됐으나 부처 간 이견, 업계 반발 등의 이유로 입법은 매번 좌초됐다. “우리가 20년 넘게 이 논의를 해왔다는 건 앞으로 20년 논의만 더 할 수 있다는 것”, “10번 정도 우리는 계속 시작만 했다” 등 미디어 관련 전문가들의 자조가 나오는 이유다.
통합미디어법TF가 활동 결과물로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 초안을 발표한 26일 국회 토론회에선 법안 세부안에 대한 평가 외에 실질적 추진 가능성에 대한 토론자들의 우려가 공통적으로 나왔다. 다만 토론회에 참석한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논의의 시작점”이라 말하고, 최민희 과방위원장도 서면 축사에서 “토론회를 시작으로 정부와 함께 공론의 장을 이어나가려 한다”고 밝혔을 뿐, 국회 차원의 구체적인 입법 계획은 알리지 않았다.
이날 나온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 초안은 큰 틀에서 시청각미디어를 공공영역, 시장영역 두 가지로 구분했다. 공공영역엔 △공영방송(KBS, MBC, EBS) △지상파방송 △보도채널 세 가지가 있으며 종합편성과 전문편성 개념을 삭제한다. 이날 TF안을 발표한 이남표 용인대 객원교수는 “편성 의무를 부과하는 전문편성 개념을 삭제해 보도를 제외하고는 자유롭게 편성·배치 할 수 있도록 규제를 개선하는 것”이라며 “현재의 종합편성채널은 보도채널로 보면 된다”고 부연했다. 공영방송에 대해선 협약제도를 도입해 규제기관과 6년 단위로 공적 책무, 이행 방안에 대한 협약을 체결하는 방식의 제안도 나왔다.
시장영역은 △콘텐츠 서비스 △플랫폼 서비스로 나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대형 유튜버도 포함시켰다. 세 가지로 분류된 콘텐츠 서비스 중 ‘비실시간’으로 넷플릭스, 웨이브 등이 예시로 들어갔고, ‘이용자제작’엔 대형 유튜버가 있다. 전송망 보유 여부로 나눈 플랫폼 서비스엔 자체 전송망 없이 정보통신망을 이용하는 넷플릭스, 유튜브 등이 ‘제2유형’으로 분류됐다. 이들 OTT엔 알고리즘 투명성 확보, 불법·유해 콘텐츠 유통 방지 책무를 부여한다. 대통령령으로 대형 콘텐츠 제작자 대상이 정해지면 ‘수익·구독자 기준 충족시 방미통위 신고 의무’, ‘광고·협찬 고지’ 등으로 규제하는 내용도 담겼다.
OTT 업계의 반발, 통상 문제 우려 등 TF안에 대한 각론을 두고 빠른 시일 내 후속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남두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제일 큰 관건은 재산 공표 제도일 거다. 현재 방송 사업자에 적용되는 수준으로 글로벌 OTT에 대해 할 수 있을지,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미디어법 제정 실질 이행을 위해선 방미통위의 역할, 미디어 정책에서 강한 리더십이 중요해진 때라는 제언도 나왔다.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수석전문위원은 “미디어 관련 진흥 기구를 어떻게 설계하고 재원은 또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더 깊어져야 될 거다. 법을 개정한 다음 나머지 각론에 대해서는 추가 개정을 통해 가는 것은 정말 어렵고, 시간이 많지 않다”며 “당정, 국회와 행정부 간의 협의가 중요해졌다. 이제 방미통위의 시간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방미통위 전신 방송통신위원회는 2019년 방송제도개선 추진반을 꾸리고, 이듬해 정책제안서 접수 의결까지 마쳤지만, 입법 단계에서 절차가 중단된 바 있다. 현재 방미통위는 지난해 10월 출범 당시 발표됐던 민관 합동 ‘미디어발전위원회’가 구성되면 통합미디어법 추진에 본격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김해나 방미통위 미디어제도혁신팀장은 “규제와 진흥을 모두 추진할 수 있는 방미통위가 출범한 만큼 미디어 산업의 발전과 지원을 위한 다양한 정책 수단을 모색하고 그에 대한 법적 근거가 확보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