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16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총 10개 부문에서 49편의 보도가 출품됐다. 각기 다른 분야에서 한국 사회 이면을 깊이 있게 파고든 취재와 기획 기사들이 경쟁한 가운데, 6개 부문에서 총 6편의 수상작이 선정됐다. 이번 회차는 특히 권력 사각지대, 재벌 기업의 불투명한 거래 구조, 허위 정보의 확산 구조, 지방의회와 지역공동체의 현실 문제 등 굵직한 사회적 쟁점들을 저널리즘의 시선으로 밀도 있게 추적한 기사들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취재보도1부문에서는 JTBC의 <건진법사 게이트> 보도가 선정됐다. 이 보도는 윤석열 정부 출범 초기부터 회자됐던 건진법사 의혹을 재조명하며, 통일교와 정치권, 그리고 미디어 산업 간의 연결 고리를 폭넓게 조명했다. 이미 여러 차례 제기됐던 의혹임에도 불구하고, 기존 단편적 보도에서 벗어나 팩트 퍼즐을 새롭게 맞춰내며 통일교와의 연결, YTN 인수 시도 등 후속 보도를 통해 보도 파장을 확장한 점이 주목을 받았다. 민간인 국정 개입이라는 본질적 문제를 입체적으로 구성해 낸 취재력과 기획력이 수상의 주요 배경이 됐다.
경제보도부문에서는 KBS의 보도가 수상작으로 뽑혔다. 이 보도는 SK 계열사 간 가공 거래를 통해 회계상 매출을 부풀리고, 이를 통해 지배구조 개편 및 주주 가치 상승을 도모한 정황을 포착했다. 복잡한 회계 구조에 대한 분석과 세무 조사 자료를 기반으로 내부 자료를 확보하고, 이를 주가, 세금, 합병 비율 등 다양한 경제적 해석으로 풀어낸 기획력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세계일보의 <당신도 음모론에 빠질 수 있다> 보도가 호평을 받았다. 음모론은 단순한 허위 정보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와 사회 신뢰의 기반을 흔드는 구조적 현상이다. 이 보도는 가짜 뉴스의 생산과 유통, 그리고 사회적 확산 과정을 데이터 기반으로 분석하여, 음모론이 어떻게 작동하고 사회적 해악을 끼치는지를 체계적으로 설명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댓글 3만건 분석, 판결문 43건 검토 등 공을 들인 정성적·정량적 분석이 돋보였으며, 저널리즘이 디지털 시대의 혐오·불신 구조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혔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서는 뉴시스 광주전남취재본부의 <기초의회 의장이 동료의원 고용…의정활동 내팽개치고 관급사업 ‘짬짜미’> 보도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지역 정치의 부패는 오랫동안 관행처럼 묵인 되어온 사안이지만, 이번 보도는 기초의회 내부의 비정상적 고용 구조와 이해충돌 사례를 구체적으로 파헤쳤다. 해당 의장의 관급 사업 연루 정황까지 밝혀낸 이 보도는 지역 언론이 풀뿌리 민주주의의 경고등을 켜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줬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의 수상작으로는 SBS의 <‘가전 구독’ 내구제 대출 사기 실태> 보도가 선정됐다. 최근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가전 구독 모델을 악용해 사회적 약자들을 노린 신종 금융 사기를 고발한 이 보도는 사기 구조의 실태를 피해자 사례 중심으로 명확히 드러냈다. 기존의 ‘휴대폰깡’에서 ‘냉장고깡’으로 진화한 내구제 사기의 행태와 그 피해 규모는 물론, 사각지대에 놓인 법과 제도의 허점을 함께 지적한 점이 주목을 받았다. 특히 구독경제와 사금융, 디지털 금융소외 문제까지 아우르는 시의성 있는 기획이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마지막으로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전북일보의 <청년 이장이 떴다!> 보도가 선정됐다. 청년 기자들이 지역 공동체에서 실제로 ‘이장 체험’을 하며 지방 소멸의 현실을 몸소 경험하고 기획한 이 보도는 단순한 체험기를 넘어 지역 현장의 목소리를 끌어안으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청년과 고령층이 소통하는 장면, 인구소멸 위기 마을의 현주소, 그리고 공동체 회복의 가능성 등을 한눈에 담아내며 지역 언론만이 시도할 수 있는 밀착형 저널리즘의 모범을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416회 이달의 기자상 선정은 전통적인 권력 감시에서부터 재벌 감시, 허위 정보 분석, 지역 밀착 르포에 이르기까지 한국 언론의 다양한 문제 의식과 현장성이 고루 반영된 결과였다. 특히 취재의 지속성, 구조적 분석력, 그리고 공적 기여도를 갖춘 기사들이 심사위원들의 공감을 얻었다는 점에서, 저널리즘 본연의 가치와 가능성을 다시금 확인한 계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