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기자상] 당신도 음모론에 빠질 수 있다

[제416회 이달의 기자상] 이예림 세계일보 기자 /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이예림 세계일보 기자.

복잡한 현실은 단순한 이야기를 이길 수 없습니다. 음모론 취재를 위해 만난 사람들은 모두 확신에 찬 목소리로 자신의 진실을 말했습니다. 혼란스러운 세상을 하나의 명쾌한 서사로 압축하는 순간, 그들만의 완결된 이야기가 탄생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위해 다른 수많은 가능성은 배제됐습니다. 의문은 확신으로 바뀌었습니다.


이야기는 현실을 재구성하고 사람들의 믿음을 바꾸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음모론이 매력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주인공과 악역, 갈등과 해결이 있는 서사 구조는 애매한 현실보다 명확한 해답을 원하는 사람들의 갈망을 충족시켜 줍니다. 소속감을 줄 수 있는 공동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음모론의 이야기를 소비합니다. 디지털 알고리즘이 그 속도를 가속화합니다. 같은 믿음을 가진 사람들만 모여들고, 확신은 더 단단해집니다. 언론 불신도 깊어져 갑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또 다른 가능성을 확인하려 애쓰는 이야기를 계속 써 나가야 한다고 믿습니다.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도 압니다. 오늘도 이야기의 힘 앞에서 고민하는 모든 동료분들께 연대의 마음을 전합니다.


정재영 부장, 권구성 캡을 비롯해 편집국 선후배들의 든든한 지원이 있었기에 이 기획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계엄 사태 이후 밤낮없이 현장을 누비며 함께 뛰어준 28기들-변세현, 소진영, 임성균, 장민주, 정세진, 최경림-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다시 한 번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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