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의 기자상 수상… 기자에 현장은 행복"

[시상식 중계] 제415회 이달의 기자상
JTBC '장제원 성폭력 의혹' 등 6편 선정

30일 서울시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제415회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시상식이 열렸다. 왼쪽에서 네 번째 박종현 한국기자협회장. /한국기자협회

한국기자협회가 30일 서울시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제415회(2025년 3월) 이달의 기자상 시상식을 열었다. 이번 기자상은 12개 부문 중 11개 부문에서 58편이 출품됐고 JTBC의 <장제원 성폭력 의혹> 연속보도 등 6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수상자들을 격려한 박종현 한국기자협회장은 “지난 12·3 비상계엄 이후 우리 언론은 온전한 노력을 수행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펼쳐왔다”며 “최근 국내 상황에서 확인됐듯 언론의 역할은 진중했고 바른 방향이었다”고 말했다.

아래는 수상 내역과 소감이다.

취재보도 1부문

왼쪽부터 남궁욱 JTBC 보도국장, 이호진·안지현·오승렬 JTBC 기자. /한국기자협회

<장제원 성폭력 의혹>

-JTBC 이호진·안지현·오승렬 기자 /수상소감 이호진 기자

7년 전 제보자를 처음 만났다. 서울 강서구의 한 카페였다. 3시간 정도 얘기를 들었는데 제보자가 많이 울었다. 결국 보도화는 원치 않으셨다. 권력형 성범죄 피해자들이 겪은 불이익을 지켜봤기 때문이었다. 그때 설득을 못했다. 감내해 달라고 못했다.

작년 말쯤 다시 연락을 받았다. 드디어 고소하고 처벌받게 하고 싶다고 했다. 기뻤다. 한편으로 걱정도 됐다. 결과적으로 수사가 큰 무리 없이 진행됐다. 가해자가 숨지면서 상황도 많이 바뀌었다. 피해자가 10년 동안 고통을 겪었다. 정의 실현이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그래서 그의 사망 뒤에도 틈틈이 기사를 쓰며 진상 규명이나 수사가 필요하다는 보도를 계속하고 있다. 아직 경찰은 피해자에게 수사 결과를 통보하지 않고 있다. 동료 기자들이 기사를 많이 써줘서 경찰도 숙고하고 있는 것 같다. 진실 규명이 제대로 되면 좋겠다.

☞수상작: 경찰, 장제원 '성폭력 혐의' 수사…장 "사실무근"

취재보도 2부문

왼쪽부터 이세영 한겨레 정치부장, 이주현 보도국장, 박민희 기자. /한국기자협회

<미국 에너지부의 한국 민감국가 지정>

-한겨레 박민희 기자

제가 최고령 수상자 아니냐고 많이 얘기하는데 아무래도 그런 것 같다(웃음). 휴일에 우연히 얘기를 듣게 됐다. 국제, 외교 분야를 오래 취재했지만 한미일 관계에서 이런 일이 있을까 싶어 처음엔 제쳐두고 있었다. 이상한 느낌이 들어 뭔가 알아보기 시작하면서 정말 이런 일이 있겠구나 싶었다.

보도하고 생각보다 훨씬 큰 반향을 얻었다. 국제 질서의 큰 전환기에 있구나, 한미관계에서 있을 수 없다고, 상상하지 못한 일이 생기고 있다고 실감했다.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역시 해결이 되지 않은 상태다. 원인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은 만큼 앞으로도 후속 취재를 계속하려 한다.

30년 동안 기자했는데 이번에 사실 처음 수상했다. 논설위원실에 있다가 다시 현장으로 나온 지 1년이 됐다. 긴장도 많이 했는데 역시 기자에게는 현장에 있다는 것이 감사한 일이다. 특히 이런 전환기에는 행복한 일이라 생각한다.

어려운 환경에서 같이 일하는 동료 선후배들, 항상 격려해 주는 국장님과 정치부장님 다 감사하다.

☞수상작: ‘핵무장론’ 확산에 미, 한국 ‘민감국가’ 분류…AI 등 첨단기술 협력 길 막힐라

경제보도부문

왼쪽 두 번째부터 김정현·박세인 한국일보 기자. /한국기자협회

<최상목 “미국채 팔겠다”더니 환율 위기에 ‘강달러 베팅’ 논란>

-한국일보 김정현·박세인·우태경 기자 / 수상소감 김정현 기자

3월마다 공직자 재신신고 기사들이 나온다. 우연히 최상목 부총리 기사를 보다가 미국채 2억원어치를 매수했다는 내용을 봤다. 환율을 책임지는 사람이 미국채를 샀다는 게 맞나 해서 확인해 보니 정말이었다. 참고로 제가 일본 여행을 좋아하는데 지난해 환율 시장이 좋지 않아 못 갔다. 거기에 대한 분노가 있었는데 이걸 보니 화가 나더라(웃음).

제가 정치부에 있는데 금융권을 출입한 적도 있어 취재해 봤다.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했다. 국방부 장관 아들이 병역 기피를 하거나 회사 CFO가 자기 회사 주식을 공매도한 것이라고 하더라. 팀원들과 상의를 했는데 최상목 부총리가 인사청문회 떄도 미국채가 논란이 됐다고 했다. 장관이 된 다음에도 또 미국채를 산 거였다.

그에게 해명을 들으려 두 가지 질문을 했다. 팔겠다 했는데 왜 또 샀느냐. 그리고 언제 샀느냐. 비상계엄이 있었으니 구매 시점이 중요할 거라 생각했다. 두 가지 모두 답을 하지 않았다. 간단한 질문이었는데도.

다른 언론에서도 많이 보도해줘서 화제가 된 것 같다. 그래서 상을 받게 돼 감사하다. 한국기자협회에도 감사하다. 대선 기간 정치부에서 워낙 단독이 많이 나오는데 저는 용기 있게 단독 표시를 안 했다. 그런데도 기자협회에서 가치를 알아봐주시고 상을 줬다. 팀원들께도 감사드린다.

☞수상작: 최상목 "미국채 팔겠다"더니 환율 위기에 '강달러 베팅' 논란

지역취재보도부문

왼쪽 두 번째 정재훈 KBS대전 기자. /한국기자협회

<290억 공원 짓자마자 부수고…대전시의 이상한 행정>

KBS대전 정재훈·이동훈·강수헌 기자 / 수상소감 정재훈 기자

제가 10년 전에 이곳 프레스센터에서 일했다. 편집기자협회 사무국에서 일하며 기자상을 접수하던 사람이었다. 다시 기자가 돼 상을 받게 돼 감회가 새롭다.

지역 언론이 지역에서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기능은 꼭 필요하다. 지금은 지역 언론이 어려운 상태다. 그래도 교과서에 나오는 그 말을 실행에 옮기는 일을 해보자는 차원에서 취재했다.

명품 클래식 공연장을 짓겠다고 5천억원 정도 예산을 수립했다. 참 이상한 사업계획서였다. 살펴보니 사업 예정지가 지난해 12월에 준공된 새 공원이었다. 290억 원 들여 공원을 지었는데 바로 부수고 또 공연장을 짓겠다니 황당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내용이 계속 나왔다. 중앙투자심사라는 기본적인 행정 절차도 다 이뤄지지 않았는데 갑자기 디자인 비용으로 십수억 원을 집행했다. 이런 난맥상을 풀어가는 데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

부족한 취재라고 생각했는데 상까지 주셨다. 감사드린다. 징글징글하게 끌고갔는데 옆에서 지켜봐 주고 참아주신 보도국장님, 취재부장님 감사드린다.

☞수상작: 290억 공원 짓자마자 부수고…대전시의 이상한 행정

왼쪽 두 번째부터 이따끔, 김현명 제주MBC 기자. /한국기자협회

<전국 7만 명 수천억 다단계 사기 피해>
-제주MBC 이따끔·김현명 기자 / 수상소감 이따끔 기자

제주 곳곳에서 소문이 들려왔다. 5~60대 부업을 찾는 여성들, 온라인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이 스포츠 역배팅에 빠져 있다는 얘기였다. 실상은 소문보다 훨씬 심각했다. 전국에 7만 명이 넘는 회원이 있었다. 강원도 서울 등 10개가 넘는 곳에 오프라인 센터가 있었고 회원 모집이 이뤄졌다. 수천억 원이 넘는 배팅 금액이 오갔다.

다단계 특성 때문에 취재가 어려웠는데 용기 있게 도와준 몇몇 회원들 덕에 취재할 수 있었다. 보도 이후 수사가 이뤄지고 있고 중간책이 최근 검거됐다. 후속 보도를 이어가고 있는데 여전히 2차, 3차 텔레그램방이 만들어지고 게임은 계속되고 있다. 총책이 붙잡힐 때까지 계속 취재하겠다.

현장에 잠입 취재하는 등 위험한 상황이 있었는데 함께 취재해 준 김현명 영상기자께 감사하다. 저희 국장님이 이 상은 받기 어려운 상이라고 하셨는데 이렇게 큰 상을 받았다. 부족한 저를 이끌어주시는 보도국 선배님들께도 감사하다.

☞수상작: 역베팅 수익 보장?‥"불법 사이트 심의 요청"

사진보도부문

왼쪽부터 심인성 연합뉴스 편집총국장, 윤관식 연합뉴스 대구경북취재본부 기자. /한국기자협회

<‘역대 최악’ 경북 산불, 현장에서 바라본 참혹상>

-연합뉴스 대구경북취재본부 윤관식 기자


해병대 채 상병 실종 보도로 이달의 기자상을 받았다. 그때 수상 소감을 말하며 현장에 가깝게, 열심히 현장을 알리겠다고 다짐했다. 이번에 다시 상을 받은 건 그 다짐을 잘 지키고 있어서라는 생각으로 뿌듯하다.

어제도 대구에서 산불이 났다. 현장에 있었다. 하루 만에 다행히 꺼져서 이곳에 올 수 있었다. 제 수상소감이 온라인에 올라간다고 하니 말씀드리는데 산불조심, 거듭 부탁드린다(웃음).

산불이 나면 현장에 나가는 저도 힘들지만 불을 꺼야 하는 분들이 너무 고생이다. 피해를 받은 분들은 회복이 가능할까 싶을 정도다. 피해 회복이 조속히 이뤄지면 좋겠다.

현장에서 취재할 수 있게 지원해주시는 선배님들, 또 대구 공무원께 감사하다.

☞수상작: 산불지연제 투하하는 산림청 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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