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주요 관심사로 부각됐던 용어 ‘이대남’(20대 남성)에 대해 국민 10명 중 8명은 “세대·성별 갈라치기 프레임”이라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대남’을 들어본 적이 있다는 응답은 대략 3명 중 2명 꼴이었는데 ‘언론 보도’가 이를 접한 주요 경로로 꼽혔고 이들 보도에 대해선 부정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지난 23일 한국언론진흥재단(언론재단) ‘미디어 이슈-이대남 현상에 대한 인식’ 보고서에 따르면 ‘이대남’ 현상의 실체에 대한 인식 조사결과 응답자 83.2%가 “정치인, 인플루언서 등이 세간의 관심과 영향력 확대를 위해 활용하는 세대·성별 갈라치기 프레임”에 대해 가장 높은 동의도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에서 관찰되는 특성이 언론보도 등에 의해 확대·재생산되고 부풀려진 현상”이란 응답이 82.3%로 뒤를 이었다. 반면 “실제 현실에 기반한 실체가 있는 사회현상”이란 답은 59.6%에 그쳤다.
‘이대남’이란 용어를 이번 설문조사 참여 전 접한 적이 있다는 응답은 64.7%에 머물렀다. 이는 “용어의 의미를 잘 알고 있다”는 비율 37.8%, “들어본 적은 있는데 내가 알고 있는 의미가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는 응답 26.9%를 합친 결과다. 언론재단은 “남성 응답자들(74.6%)이 여성에 비해 20%p 가까이 더 높은 인지도를 보였다. 또한 응답자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사전 인지도가 높은 경향성도 관찰됐다”고 부연했다.
사전에 용어를 알았던 이들을 대상으로 접한 경로를 살펴본 결과 TV뉴스, 신문기사, 온라인기사 등의 ‘언론 보도’를 선택한 비율이 73.4%를 차지했다. 방송 시사·토론 프로그램(45.6%), SNS나 블로그 게시물(38.2%), 온라인 카페/커뮤니티 게시물(34.0%), 동영상 플랫폼(유튜브 등) 콘텐츠(28.0%), 주변 사람들과의 직접 대화(14.8%) 등으로 2위 이하 경로 모두 절반 이하 비율이란 점을 감안하면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언론 보도’를 통해 ‘이대남’ 용어를 접한 이들은 관련 보도를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었다. 긍정평가 항목에 동의하는 비율이 18.3%~36.2% 범위였던 데 반해 부정 평가 항목들에선 모두 70%대 중후반의 높은 비율이 확인됐다. 부정평가 중 “용어를 오·남용한다”가 78.7%, “피상적으로 보도한다” 75.2%, “입맛대로 보도한다” 77.1%, “보도내용이 편향돼 있다” 75.8%, “보도 내용이 뻔하다” 75.4% 등이었다.
우리 사회에서 ‘이대남’ 용어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데 대한 인식을 물은 문항에선 부정 인식이 압도적으로로 높은 비율을 보였다. 긍정 인식은 ‘매우 긍정’ 0.9%, ‘약간 긍정’ 12.2%로 총 13.1%였던 데 반해 부정 인식은 ‘매우 부정’ 26.5%, ‘약간 부정’ 44.6%로 71.1%에 달했다. 용어 사용이 가져올 수 있는 문제점으론 “이대남, 이대녀와 같은 구분은 성별·세대 간 갈등과 분열을 조장할 수 있다”(88.9%, ‘매우 동의’ 51.8%)가 가장 높은 동의 비율을 보였다. “다양한 성향을 지닌 20대 남성들을 단순하게 한 집단으로 묶어서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85.8%), “이대남 용어, 나아가 20대 남성 집단 자체가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85.0%)가 뒤를 이었다.
이번 조사는 언론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이대남’ 현상에 대한 국민 인식을 알아보고자 지난 10일~14일 전국 20~50대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0%p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