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예프 대신 '키이우'로 쓰고, 우크라이나 국기색 제호도

언론사들 속속 우크라이나 지명 표기 변경
조선미디어그룹 임직원 성금 1억원 기부

지난 1일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은 침략국인 러시아어 발음으로 쓰이고 있는 자국의 지명을 우크라이나식 발음으로 표기해달라고 요청했다. 3일 언론사들은 알림을 통해 우크라이나 지명 표기를 현지식으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키예프에서 키이우로, 하리코프에서 하르키우로.”

국내 언론사 대부분이 우크라이나 지명을 러시아 발음이 아닌 우크라이나 현지 발음으로 표기하기로 했다. 그동안 통상적으로 러시아 발음으로 우크라이나 지명을 표기해왔는데, 자국의 지명을 현지 발음대로 써달라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의 요청과 국립국어원의 권고에 따른 것이다.

3일 기준 9개 종합 일간지(경향신문, 국민일보, 동아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지상파 3사, 보도전문채널 2개사, 종합편성채널 4개사 등은 우크라이나 지명을 현지 발음으로 표기하거나, 러시아식 발음을 병기해 쓰고 있다. 기사에 우크라이나 수도를 키예프에서 키이우로, 제 2의 도시인 하리코프를 하르키우로 바꿔 쓰거나, 독자들의 혼동을 막기 위해 ‘키예프(키이우)’, ‘키이우(키예프)’로 괄호 안에 혼용하는 식이다.

KBS는 지난 1일 '뉴스9'에서 “오늘부터 우크라이나 지명을 러시아어가 아닌 우크라이나어를 기준으로 전해드린다는 점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지난 1일 이소정 앵커는 KBS ‘뉴스9’에서 “오늘부터 우크라이나 지명을 러시아어가 아닌 우크라이나어를 기준으로 전해드린다는 점 말씀드린다”며 “대표적으로 수도는 키예프에서 ‘키이우’로, 제 2의 도시 하리코프는 ‘하르키우’로 서부의 리비프는 ‘리비우’로 바꿔 부른다. 외래어는 그 나라 발음에 최대한 가깝게 표기한다는 국립국어원과 KBS 한국어연구부의 자문을 거쳤다”고 전했다.

이날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은 침략국인 러시아어 발음으로 쓰이고 있는 자국의 지명을 우크라이나식 발음으로 표기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대사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우크라이나 여러 지역의 지명이 침략국인 러시아의 발음으로 한국에서 표기되고 있다는 사실은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커다란 상처와 아픔이 되어 왔다”며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의 계기로 우크라이나의 지명을 우크라이나식 발음으로 표기해 주실 것을 간청드린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대사관의 요청 이후 언론사들은 알림을 통해 우크라이나 지명 표기를 현지식으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은 지난 2일 알림에서 “기존에 러시아어 표기법에 따라 써왔던 우크라이나 지명을 앞으로 우크라이나어 발음대로 표기한다”며 “이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의 요청과 국립국어원의 새 우크라이나어 표기 지침에 기반한 것”이라고 했다.

이에 앞서 기자들의 우크라이나 지명 표기 방식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어왔다. 지난달 25일 서동철 서울신문 논설위원은 ‘씨줄날줄’ 코너에서 “우크라이나 수도의 영어 표기는 오랫동안 러시아식인 ‘Kiev’(키예프)였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1995년부터 땅이름의 영어식 표기를 우크라이나 발음에 따르도록 하고 있다”며 “유엔과 유럽연합을 비롯한 주요 국제기구도 이렇게 쓰고 있다. 우리도 ‘키이브’로 우크라이나의 문화적 독립 노력에 힘을 보태면 어떨까”라고 했다.

지성림 연합뉴스TV 북한전문기자는 지난달 26일 ‘한반도 브리핑’에서 “영어권 주요 언론사들도 우크라이나의 요청을 받아들여 공식 영어명을 ‘Kyiv’로 바꿔쓰고 있다”며 “우리가 주권 국가를 존중한다면 그 나라의 언어 주권도 존중해주는 게 맞지 않느냐.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이런 문제를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국기 색으로 바뀐 경향신문 홈페이지 제호(왼쪽). 한겨레는 홈페이지 제호에 'NO WAR' 문구를 보이게 했다.

한편 러시아의 침공으로 고통받고 있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위해 언론사들이 힘을 보태고 있다. 한겨레는 지난 1일부터 홈페이지 제호에 '한겨레'와 우크라이나 국기 색 바탕의 ‘NO WAR’ 문구가 차례로 나타나도록 했다. 경향신문도 홈페이지 제호를 우크라이나 국기 색인 파란색과 노란색으로 바꿨다.

서울경제TV는 3일 로고를 우크라이나 국기 색깔인 파랑과 노랑으로 교체해 방송하고, 온라인 홈페이지 상단에도 "우크라이나를 응원합니다(We Stand With UKRAINE)"라는 문구를 배치했다. 한국일보는 3일자 1면 기사 바탕에 우크라이나 국기 색깔 띠를 두르기도 했다.

조선미디어그룹은 임직원 명의로 우크라이나 국민을 돕기 위해 1억원을 기부했다. 조선일보는 3일자 지면에서 “일제에 침략당하고, 6.25 전쟁을 겪은 우리에게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고통은 먼 나라 일이 아니다”며 1억원 기부 사실을 알리면서 대한적십자사와 유엔난민기구 홈페이지, 계좌번호 등 독자들에게 후원 방법을 안내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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