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로 간 북한 고아들 사연에 숙연

외국기자 14명 1박2일 DMZ 투어

지난달 30일 도라전망대에서 외국 기자들이 망원경을 통해 북한 전경을 내려다보고 있다.   “깃발 2개가 보였어요. 서로 다른 나라를 상징하는 2개의 국기가 따로 펄럭이는 모습을 보니 이상하더군요.” 지난달 30일 도라전망대에서 망원경을 통해 북쪽의 전경을 한참 바라보던 미얀마 인터넷신문 ‘이라와디’의 산 야민 아웅 기자의 말이다.

 

이날 오후 경기도 파주시 민간인 통제구역 안에 위치한 도라전망대에 비와 눈이 섞여 내리고 세찬 바람까지 불었지만 비무장지대와 개성공단, 개성시 외곽이 희미하게 눈에 들어왔다. 독일 일간지 ‘디 벨트’의 토레사 피츠토네르 기자는 “믿을 수 없다”를 중얼거렸고, 네팔 주간지 ‘인드레니’의 니라즈 란짓 기자는 오른손으로 북쪽을 가리키며 동료와 대화했다.

 

한국기자협회가 주최한 ‘2019 세계기자대회’ 참가자 14명이 지난달 30~31일 DMZ를 찾았다. 한국관광공사와 경기관광공사는 세계기자대회에 참가한 외국기자 70여명 중 희망자를 대상으로 1박2일 DMZ 투어를 가졌다.

 

기자들은 분단의 아픔을 가진 DMZ를 둘러보며 한반도의 평화와 공존에 대해 이야기했다. 지난해 4월부터 올해 2월까지 이어진 남북정상회담과 북미회담이 세계적 주목을 받아서인지 관련 사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라치면 다들 한마디씩 거들었다.

 

임진각 독개다리, 벙커전시관, 생태탐방로, 제3땅굴, 도라전망대 어디든 호기심 가득한 질문이 이어졌다. 가이드의 설명에 귀를 쫑긋거리며 스마트폰으로 사진이나 영상을 찍고, 버스로 돌아와서는 수첩에 뭔가를 기록하기에 바빴다.

 

1박2일 DMZ 투어에 나선 외국기자들이 지난달 30일 판문점 남방 4km 지점에 위치한 제3땅굴을 둘러본 뒤 DMZ 로고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평생 소원이 DMZ 방문이었다는 바레인 통신의 하빕 토오미 기자는 “분단 현장을 직접 보고 싶었다”면서 “하노이 북미회담이 실패했지만 북미 대화는 재개될 것이다.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베트남 방송사 ‘VTV’의 티 투 하 쩐 기자는 “한국의 역사와 베트남의 역사는 공통점이 있다. 베트남도 남북으로 분단돼 있다가 1975년 통일을 이뤘다”며 “한국인 모두 평화를 염원하는 모습이 각별한 것 같다.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가 정착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1박2일 DMZ 투어의 절정은 캠프그리브스 숙박이었다. 과거 50여년간 미군기지로 사용된 이곳은 2004년 미군 철수 이후 체험형 숙박시설을 갖춘 평화, 생태, 문화의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캠프그리브스 여러 시설을 답사한 기자들은 폴란드 전시관에 오래 머물렀다. 특히 폴란드로 간 북한 전쟁고아들의 사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1951년 북한이 전쟁고아 1500명을 폴란드로 보냈고, 폴란드 정부는 최고의 의사들과 선생님, 보모들로 고아들을 돌봤으며 1959년 아이들이 북한으로 돌아갔다는 설명을 듣고 놀라워했다.

 

기자들은 방명록에 “모든 한국인들에게 평화가 있기를 바란다” “한반도 평화가 실현됐으면 좋겠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인도네시아에서 사랑을 보낸다” 등의 메시지를 남겼다.

지난달 30일 캠프그리브스에서 외국 기자들이 폴란드로 간 전쟁고아들의 사연을 경청하고 있다.

김성후 기자 kshoo@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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